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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최전방 공격수냐"···文비판에 분노한 한국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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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리비아에서 피랍됐다 구출된 주 모 씨의 딸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리비아에서 피랍됐다 구출된 주 모 씨의 딸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우리 당을 향해서 ‘기본과 상식을 지켜 달라’고 요청을 하셨는데 지금 기본과 상식을 가장 안 지키는 분이 과연 누구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오늘날 ‘최전방 야당 공격수’는 문재인 대통령이신 것 같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30일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전날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을 고강도로 비판해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나 원내대표는 “경제, 안보, 민생, 무엇하나 제대로 안 되니 이제 야당과의 전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슈를 끌어보겠다는 것 아닌가. 다른 이에게는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이 정권이야말로 기본과 상식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내가 하면 폭로, 남이 하면 유출이다. 내가 하면 적폐청산, 남이 하면 정쟁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문 대통령은 자기 식구들이 상식을 지키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아도 아무 말 안 하다가 제1야당에 대해서는 상식을 지키라면 공격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문 대통령 성토장’으로 바뀐 것을 두고 한국당 관계자는 “그간 청와대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최전방 야당 공격수’라고 칭한 것처럼, 최근 한국당에선 청와대가 대야(對野) 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5월 집중적으로 비판 메시지를 내놨다.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며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촛불 전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18일엔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당의 '달창' '한센병' 등 발언과 5·18 폄훼 관련자 징계 미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가원수인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대야 비판'의 강도를 높이자 한국당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황교안 대표는 21일 인천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라고 응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편 네편으로 국민을 갈라치는 정권이야말로 대립과 혐오 정치의 주범”이라고 반박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쳐

야당 비판엔 최장수 청와대 수석인 조국 민정수석도 가세했다.

조 수석은 패스트트랙 공방이 한창이던 4월 27일 페이스북에 한국당 의원들의 몸싸움 사진을 게시하며 “법을 만드는 곳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범해진 불법 폭력행위”라고 썼다. 또, 같은 날엔 록그룹 크랜베리즈의 ‘좀비(Zombie)’라는 노래의 공연 동영상을 게시했다. 18일에도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는 영화 ‘생활의 발견’ 대사를 인용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쳐

이같은 조 수석의 행보를 두고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추가경정예산이나 국회 재개를 놓고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여당 원내지도부의 입지를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도 2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문제들은 여의도에 맡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청와대가 최전방 전선의 공격수로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정국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상대를 자극할수록 야당 협조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직접 공격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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