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농업 보조금 전쟁…늪으로 빠져드는 미ㆍ중 무역갈등

중앙일보

입력 2019.05.28 18:34

미중 무역 갈등

미중 무역 갈등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관세와 환율로 맞붙은 양국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숨은 전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업 보조금이다.

미국, 중 농업 보조금 축소 요구
일자리 보호와 식량안보 내세우며
중, 쉽사리 백기 들지는 않을 전망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농업 보조금 정책이 미ㆍ중 무역전쟁의 걸림돌”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농업 보조금에 대한 두 나라의 입장차가 컸던 탓에 무역 협상이 틀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함께 중국 정부의 농업 보조금 축소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농업 분야에 다양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옥수수와 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수매에 나서는 방식으로 가격 하락을 막는다. 농업 장비 구매 등에도 보조금을 준다. SCMP에 따르면 이렇게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농민은 2억명에 이른다.

 미국은 이런 중국이 못마땅하다. 보조금은 이른바 ‘비관세 장벽’이다. 공정한 가격 경쟁을 왜곡한다. 미국은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중단과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물량(쿼터) 배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막대한 대 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농산물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관세와 환율에 이어 보조금을 놓고 충돌할 태세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관세와 환율에 이어 보조금을 놓고 충돌할 태세다. [연합뉴스]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 보조금에는 경제적 이해득실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까지 얽혀 있어서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을 생각하면 중국을 더 밀어붙여야 한다.

 무역전쟁 속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며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콩 수입국이다. 성난 농심을 달래려 트럼프는 지난 23일 160억 달러 규모의 직불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농심을 사수해야 하는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다. 농업의 안정에 정권의 안위가 달려있다. 14억에 달하는 인구의 3분의1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노동자로 도시로 유입된 농민공을 감안하면 농업 관련 인구는 더 많다.

 농산물 가격의 급락으로 농업이 직격탄을 맞으면 일자리와 식량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CMP는 “중국은 그동안 점진적으로 농산물 시장을 자유화하며 수입 농산물에 시장을 개방해왔다”며 “중국 당국은 미국이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농산물 시장 개방을 몰아붙인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늘어나는 중국의 식량 소비 등을 감안하면 싼 미국 등 해외의 수입 농산물을 받아들이는 게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식량 안보를 내세운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농업 보조금을 포기하라고 압박하지만 중국 정도 규모의 국가가 식량 안보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보조금 전쟁은 농업 분야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국유기업에 223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보조금 지급액은 1년 전보다 14%나 늘어났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며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6.6%)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늘리며 경기 둔화에 대응했다. 미국은 해외 기업의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보조금 지급 중단을 주장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는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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