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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에 "신조야" 부르는데 韓 외교는 내우외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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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의 외교관 K씨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의 외교관 K씨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내우외환이다. 한ㆍ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사건으로 내부는 뒤숭숭하고 밖으로는 미ㆍ일 공조 속 한국이 외로워지는 양상이다. 28일 마무리된 미ㆍ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서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외교부는 외교 현안보다 유출 사건에 매몰돼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59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 중 58개가 유출 사건 관련이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총대를 메고 엄정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내린 만큼 부 전체가 유출 사건에 침잠하고 있다. 30일 오전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 전후로도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외교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해 일본식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ㆍ환대)로 접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이번 방일은 잊을 수 없을 것(unforgettable)”이라며 “(27일 만난) 천황(일왕)에게도 격하게 감사(profoundly grateful)한다”는 표현을 썼다. 미ㆍ일 동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엔 “보배(treasure)”라거나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었다”는 표현도 썼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겐 수차례 “신조(Shinzo)”라며 성(姓)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친근함을 과시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미ㆍ일 관계에도 통상ㆍ방위비 등 현안이 많지만 이번 방일에서 일본은 미국에 확실하게 외교력을 각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방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방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다음 달 한 번 더 찾아 아베 총리를 만난다. 오사카에서 6월 28~29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다. 문 대통령도 참석이 예정돼있다. 일본은 그러나 G20 계기로 한ㆍ일 정상회담을 개최할지에 대해선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는 찰떡 공조를 유지하되 한국과는 일부러 거리두기를 하는 셈이다. 한국은 공교롭게도 기밀 유출 사건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이었기에 미국과의 공조도 훼손된 모양새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현재까지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의견 또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없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일본은 한ㆍ일 관계가 어려워질 때면 미국과 연대해 한국을 소외시키는 전략을 써왔다”며 “이번도 그런 패턴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기밀 유출 사건에 몰린 외교부가 시야를 바깥으로 향해 외교전에 나설 여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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