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상권 발목잡는 젠트리피케이션과 SNS, 투자요령은

중앙일보

입력 2019.05.28 08:00

[더,오래] 최환석의 알기쉬운 부동산(15)  
이태원 경리단길 벽화거리. 핫 플레이스로 뜨거웠던 경리단길의 공실 증가와 상권 쇠락에 대한 기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중앙포토]

이태원 경리단길 벽화거리. 핫 플레이스로 뜨거웠던 경리단길의 공실 증가와 상권 쇠락에 대한 기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중앙포토]

핫 플레이스로 뜨거웠던 경리단길의 공실 증가와 상권 쇠락에 대한 기사는 충격파가 컸다. 최근 몇 년간 신흥상권으로 명성을 얻으며 ‘ OOO길’의 맏형 격으로 떠오른 터여서 더 큰 충격을 준 듯하다.

최근 신흥 상권으로 급부상한 지역은 상권의 주요 요소인 유동인구, 대중교통 접근성 등과 거리를 둔 경우가 많았다. 입지적으로 더 좋은 여건을 가진 초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황금노선을 제끼고 이른바 골목상권의 부흥을 주도했다.

보는 바와 같이 대중교통 여건은 양호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이른바 황금노선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자료 최환석, 제작 현예슬]

보는 바와 같이 대중교통 여건은 양호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이른바 황금노선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자료 최환석, 제작 현예슬]

골목길 상권의 주역, 스몰샵과 히든샵

골목상권으로 일컬어지는 신흥상권의 주요 특성은 스몰샵과 히든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됨에 따라 작은 가게, 이른바 스몰샵 위주로 입점이 이루어졌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숨어있는 명소(히든샵)도 빼곡히 들어섰다. 이를 본따 요즘 성장하고 있는 ‘송리단길’ 상권에서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아님에도 간판 등을 의도적으로 숨기기까지 한다.

외관에서 의도적으로 이름을 숨긴 송리단길 상가 모습. 외부 대기석 의자 밑에 작게 상호가 있는 카페. [출처 카카오맵]

외관에서 의도적으로 이름을 숨긴 송리단길 상가 모습. 외부 대기석 의자 밑에 작게 상호가 있는 카페. [출처 카카오맵]

이는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상권이 아닌 독자적인 특색을 가진 다양한 모습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스몰샵과 히든샵은 통상 카페, 식당 등 주로 식음료 업종 위주로 구성된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선형 상권은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출점하는 대형 판매 매장의 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색은 있지만, 안정적인 대형 상권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신흥상권 중 대형 상권으로 유일하게 발전한 ‘가로수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로수길의 경우 초기 상권을 형성했던 유명 브런치 카페의 자리에 판매매장이 들어서고, 식음료 업종은 이면(세로수길)으로 이동함에 따라 안정적인 상권이 형성됐다.

변덕심한 SNS 유저들로 짧아진 상권의 수명

이같은 골목상권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근간은 특색 있는 작은 가게이지만,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 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더욱 활발해진 SNS는 신흥상권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익숙한 SNS 유저의 핫 플레이스 순례와 이에 반응하는 팔로워들은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작은 가게들을 핫 플레이스로 띄우는 주역이다. 남과 다르고 새로운 것을 찾는 SNS 유저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바이럴 마케팅 도구인 셈이다.

'가로수길'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모습과 최근 '송리단길'에 대한 반응도가 차츰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스타태그, 제작 현예슬]

'가로수길'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모습과 최근 '송리단길'에 대한 반응도가 차츰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스타태그, 제작 현예슬]

그러나 SNS 유저는 상권을 급격히 띄우는 역할도 하지만, 시련을 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유행에 관심도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신흥 상권을 주로 구성하고 있는 식음 업종이 특히 SNS의 흐름에 심한 부침을 탄다. 안정적인 상권으로 성장하지 못한 신흥상권은 SNS 유저의 관심이 줄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신흥 상권에서 나타난 사회적 문제로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소득이 높은 계층이 유입됨에 따라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재개발 지역 등에서 많이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다.

신흥상권은 기존 상권의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가게들이 임대료가 싼 인근 지역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흥 상권에 들어와 또 다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부담에 시달린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이겨내고 안정된 상권을 유지하기엔 기반이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주의 한 커피숍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전주시·건물주·임차인 상생협약 체결 건물 BI(Brand Identity)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협약에는 '건물주는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은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전주시는 개선사업 등으로 지역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뉴스1]

전주의 한 커피숍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전주시·건물주·임차인 상생협약 체결 건물 BI(Brand Identity)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협약에는 '건물주는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은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전주시는 개선사업 등으로 지역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뉴스1]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특색 있는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모이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일시적일지 모르지만 경리단길의 급격한 공실 증가와 상권 쇠락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급격히 발전하고 단기간에 쇠락하는 짧은 상권 사이클을 감안할 때 언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는 점이다. 과거와 같이 뜨는 상권에 투자해 오랜 시간 보유하기보다는 상권 형성 초기에 진입해 활황기에 빠져나오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창업할 때 높은 권리금을 주고 뜨는 상권에 들어가기보다,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트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상권 후보를 찾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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