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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복지+공무원 증원? 인도 표심, 성장 통한 일자리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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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개표가 이뤄진 인도 총선 결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보수우파 인도인민당(BJP)이 압승을 거뒀다. 중도좌파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2014년 총선 참배로 정권을 넘겨준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크게 패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총선 승리와 패배의 이유는 무엇일까.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2019년 인도 총선 여야 경제공약 분석 #성장 앞세운 보수우파 BJP, 총선 대승 #인프라 건설과 기업활동 지원 성장책 #공무원 증원 내건 중도좌파 INC 몰락 #340만 늘리고 빈민 연 120만원 지급 #BJP ‘메이크 인 인디아’ 제조업 육성 #모디 총리 1기 재임하며 연 7% 성장 #과거 규제로 성장 5% 그친 INC 몰락 #모디 총리, 강한 안보로 지지율 반등

23일 결과가 발표된 인도 2019년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운데)와 당 지도부가 2014년 9월 제조업 진흥을 위한 '인도에서 물건을 만드세요(Make in India)' 정책 로고를 공개하고 있다. BJP와 모디 총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는 이번 총선 승리의 원동력의 하나로 꼽힌다. [AP=연합뉴스]

23일 결과가 발표된 인도 2019년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운데)와 당 지도부가 2014년 9월 제조업 진흥을 위한 '인도에서 물건을 만드세요(Make in India)' 정책 로고를 공개하고 있다. BJP와 모디 총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는 이번 총선 승리의 원동력의 하나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마하트마 간디 몸 담았던 중도좌파 INC 몰락   

INC는 식민지 시절인 1885년 설립돼 스와라지(자치요구)·스와데시(국산품 장려) 운동으로 독립투쟁을 이끌었다. 마하트마 간디도 1920년대에 대표를 맡았다. 47년 독립 이후 이번까지 17차례의 총선에서 6차례 단독 과반 의석을 얻고, 4차례 연립 정권을 구성해 모두 49년 동안 집권했다. 초대 총리인 독립운동가 자와할랄 네루(1889~1964년)와 외동딸 인디라 간디(1917~84년), 외손자 라지브 간디(1944~91년)의 네루-간디 가문이 3대 36년 간 총리를 맡았다.
80년 창당한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의 모디 총리는 어떻게 이 유서 깊은 INC와 ‘민주국가 인도의 왕조’라는 네루-간디 가문을 상대로 연속으로 대승을 거뒀을까? 양 정당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한 선거 공약을 바탕으로 분석해봤더니 크게 경제와 안보 공약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힌두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을 이끌고 올해 총선에서 승리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모습.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처음 총리를 맡던 당시의 모습이다. 총리에 재선된 그의 비결은 경제정책 성공과 강한 안보에서 찾을 수 있다. [AP=연합뉴스]

힌두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을 이끌고 올해 총선에서 승리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모습.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처음 총리를 맡던 당시의 모습이다. 총리에 재선된 그의 비결은 경제정책 성공과 강한 안보에서 찾을 수 있다. [AP=연합뉴스]

일자리, 성장으로 확충 vs 공무원 늘려 공급

모디 총리의 경제 철학은 BJP가 내놓은 총선 공약집의 경제 부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마련에 초점을 두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기업활동 지원확대 등을 내걸었다. 사회의 그늘인 농가·빈곤층엔 연 6000루피(약 10만 2400원)만 보조하고 일자리와 기회 확대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공약을 앞세웠다.
반면 야당인 중도좌파 INC는 이와 대조적으로 중앙·지방 정부에서 공무원 숫자를 늘려 총 340만 명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방안을 내놨다. 빈곤 가정에 연 7만2000루피(약 122만 8300원)를 지급해 사실상 나라가 먹여 살리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경제 공약에선 성장과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BJP의 전략과 무상복지 확충과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INC의 정책이 맞붙어 BJP가 대승을 거둔 셈이다.

2014년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ㅏ도 참패한 인도의 중도좌파 정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ㅏ도 참패한 인도의 중도좌파 정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모디, 연 6%의 중국보다 높은 7% 성장률  

사실 모디 총리는 2014~2019년 1기 집권 기간에 우수한 경제 성적을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4/15년 7.2%, 2015/16년 7.6%, 2016/17년 7.1%로 7%대를 유지했다. 2017/18년 6.7%로 떨어졌지만 2018/19년 7.5%(추정치)로 활기를 회복하고 2019/20년에도 7.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4년 7.3%,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9%, 2018년 6.5%(추정치), 2019년 6.2%(전망치)로 6%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인도의 실업률은 2018년 기준 3.53%에 불과하다. 하루 1.9달러인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는 주민의 비율도 2016년 전체 인구의 12.4%에서 2018년 12월 기준으로 3.7%로 줄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제 성장, 특히 제조업 발전을 견인함으로써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성공 사례다.

이번 총선 결과 새로 구성된 인도 연방하원의 의원들이 지난 25일 뉴델리의 국회의사당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총선 결과 새로 구성된 인도 연방하원의 의원들이 지난 25일 뉴델리의 국회의사당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BJP, 경제 개방에 건설·유통으로 성장 견인

모디 총리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쳤다. 10개 신도시를 건설하고 일부 소매점을 제외한 경제의 거의 전 분야를 외국 기업에 개방해 외자를 유치하는 공약을 차례로 실천했다. 건설과 유통 붐을 일으켜 경제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1기 집권 직후인 2014년 9월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물건을 만드세요)’라는 구체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도 내놨다. 가난한 농촌 인구를 공장 노동자로 돌리면서 제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다.
2016년 2월엔 2022년까지 농가 소득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11월에는 부정 소득과 위조지폐 대책으로 고액권 사용을 금지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2017년 7월 주마다 다른 간접세를 일원화해 ‘물품과 서비스세(GST)’를 도입했다.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조세 정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5일 새로 5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수도 뉴델리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5일 새로 5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수도 뉴델리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NC 집권 시절, 규제·투자장벽으로 5% 성장

모디의 BJP와 대조적으로 야당인 중도좌파 국민회의(INC)는 2004~2014년 집권했을 당시 기업과 부자, 외국자본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펴면서 빈민 복지 정책에 주력했다. INC 집권 기간, 인도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은 과도한 기업 규제와 투자 장벽을 체험했다. 당시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5%에 그쳤다. 매년 1200만이 늘어나는 노동 인구에 공급한 새 일자리는 연 200만 개에 불과했다. INC 정권은 일자리 공급 대신 빈민 복지 정책에 주력했다. 하지만 인도의 중산층은 기회를, 청년은 일자리를 각각 요구했다. 모디는 집권을 위해선 선심 정책이 아니라 경제성장이란 실적이 필요함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한국을 찾았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습.모디는 한국을 경제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한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한국을 찾았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습.모디는 한국을 경제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한다. [AP=연합뉴스]

국가안보 중시하는 유권자 자극  

모디 총리가 승리한 또 다른 요인으로 힌두민족주의를 꼽을 수 있다. BJP는 힌두민족주의 정당으로 인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57.1%를 차지하는 힌디어 사용자, 또는 78.1%를 차지하는 인도아리안계 언어군 사용자를 대변한다. 다수인 힌두교의 종교적·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보호한다.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와 국가안보를 중시한다. 인도의 중산층과 기업인, 상인의 지지를 받으며 당원이 1억1000만 명을 넘는다.
모디 총리는 올해 2월 파키스탄과 영유권 분쟁 중인 북부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극단주의 세력의 자폭테러로 경찰관 40명 이상이 숨지자 파키스탄 관할지의 무장단체 기지를 폭격하며 보복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전투기를 격추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98년 사실상 각각 5발과 6발의 핵무기 실험을 했던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모디 총리가 핵을 가진 나라끼리도 교전을 불사하며 강력히 대응하자 오히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조용해졌다. 이런 조치들은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인도 보수층과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을 적대시하는 힌두민족주의들의 지지를 얻었다.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수입과 관련해 정권이 부패 의혹을 받으면서 인기가 하락했던 모디 총리와 BJP는 이를 통해 지지율 반등으로 재집권할 수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캪피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 마크 저크버그 회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캪피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 마크 저크버그 회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으로 전략적 가치 높여  

2017년 6~8월엔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에 국경 도로를 건설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지만 모디가 강력히 대응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2018년 4월 비공식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모디는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 자국 인근 인도양에서 미국·일본 군함과 합동 훈련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면서 북쪽 국경을 위협하는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국제사회에서 크게 높이고 있다.

인도 집권 BJP 지지자들이 2019년 총선 개표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집권 BJP 지지자들이 2019년 총선 개표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디 총리, 총선 끝난 즉시 국민통합 주력

모디는 총선 승리 뒤 연일 “모든 인도인에 경의를 표한다”“ 선거전의 증오에서 벗어나자”는 발언을 하며 국민 통합에 나서고 있다. 정권 재창출은 말 위에서 할 수 있지만, 국가 경영은 말에서 내려 국민과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BJP, 이번 총선서 역대 최대 승리

◇2019년 인도 총선=인도는 연방하원 545석 가운데 대통령이 지명하는 2석을 뺀 543석을 비례대표나 정당명부제 없이 투표로만 선출한다. 이번엔 정당 대표 자택에서 돈다발이 발견된 한 군데를 뺀 542곳에서만 개표가 이뤄졌다.
인도 선거위원회(ECI)에 따르면 BJP는 37.43% 득표로 542석 중 303석(의석의 56%)을 차지, 단독 과반수를 확보했다. 역대 총선에서 단일 정당이 얻은 최다 의석이다. BJP가 포함된 보수정당 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은 45% 득표로 352석(65%)을 확보해 우파의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4년 총선보다 BJP는 21석, NDA는 16석을 각각 늘렸다. BJP와 인도 우파의 역사적인 대승이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좌파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지난 총선보다 0.01% 줄어든 19.51%의 득표율로 8석이 증가한 53석 확보에 그쳤다. INC가 이끄는 진보정당 연합인 통합진보동맹(UPA)은 26% 득표로 31석이 늘어난 91석(17%)을 얻었다. INC와 인도 중도좌파가 위기를 맞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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