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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vs ‘ㄱㄴㄷ’ 강원랜드 카지노 슬롯머신에도 한글 바람

중앙일보

입력

마카오 코타이 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2019 G2E ASIA'에 강원랜드가 개발한 슬롯머신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강원랜드]

마카오 코타이 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2019 G2E ASIA'에 강원랜드가 개발한 슬롯머신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 강원랜드]

‘띠리링 띠리링’ 반복적으로 들리는 기계음. 슬롯머신 화면 속에서 돌아가는 ‘777, BAR, 과일 그림’ 심볼. 카지노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슬롯머신’ 하면 떠오르는 그림들이다.

한글과 태극문양 심볼…한국의 미 알릴 것 #현재까지 게임테마10종 개발, 142대 생산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그동안 미국·호주·오스트리아에서 슬롯머신을 100% 수입해왔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 곳곳에 있는 슬롯머신에서는 ‘ㄱ, ㄴ, ㄷ’ 등 한글 심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원랜드가 자체 개발한 ‘부채춤77’이라는 이름의 슬롯머신은 한글은 물론, 태극 문양이 그러진 장구와 북 등 한국의 멋을 표현한 심볼이 들어가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카지노 슬롯머신에 한글 심볼을 넣은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 수출이 늘어나면 슬롯머신에 그려진 심볼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자체 개발한 부채춤77 슬롯머신 화면. [사진 강원랜드]

강원랜드가 자체 개발한 부채춤77 슬롯머신 화면. [사진 강원랜드]

미국·호주 수입 슬롯머신 1대당 4000만원

강원랜드는 2017년 2월부터 슬롯머신 자체 개발에 나선 결과 게임 테마 10종을 개발, 142대를 생산했다. 이중 부채춤77과 노인과 바다 등 2종, 20대의 슬롯머신은 현재 영업장에 배치된 상태다. 강원랜드는 자체개발한 슬롯머신에 ‘KL 사베리(Saberi)’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였다. 사베리는 강원랜드 머신사업팀 본부가 있는 태백시 문곡동 사배리의 지명에서 유래했고, 페르시아어로 ‘인내, 꿋꿋함’을 의미한다.

강원랜드가 슬롯머신 개발에 나선 건 매년 슬롯머신 교체에 쓰이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강원랜드는 현재 운영 중인 1360대의 슬롯머신 중 매년 평균 100여대를 교체하고 있다. 그동안 썼던 슬롯머신은 미국과 호주·오스트리아 등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1대당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한다. 슬롯머신 교체로만 매년 40억원을 썼던 셈이다.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자체 제작을 통해 예산 절감은 물론 수입증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개발한 슬롯머신 6대를 대구시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골든크라운’에 처음 판매했다. 기계는 오는 7월 설치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동남아시아 슬롯머신 공급사인 RGB사와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777' 'BAR' 심볼 등 카지노에 가면 주로 볼 수 있는 슬롯머신. [사진 강원랜드]

'777' 'BAR' 심볼 등 카지노에 가면 주로 볼 수 있는 슬롯머신. [사진 강원랜드]

300개 부스 중 ‘방문객 선정 최우수 인기 제품상’

이와 함께 강원랜드는 지난 21~23일 마카오 코타이 샌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게이밍 엑스포 G2E 아시아 2019’에 자체개발한 슬롯머신 10종, 31대를 선보였다. 이 중 23대는 강원랜드 부스에서, 나머지 8대는 지난 4월 공급계약을 한 RGB 부스에서 전시했다. 출품 결과 마지막 날인 지난 23일 G2E 아시아 운영위원회로부터 ‘방문객이 선정한 최우수 인기 제품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전시에 참여한 300여개의 전시 부스 가운데 방문객의 온라인 투표 결과를 통해 선정된다.

한형민 강원랜드 부사장은 “슬롯머신 자체개발 사업이 결실을 맺어 10종의 테마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며 “현장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상담을 해봤더니 KL 사베리 머신은 한국의 공기업이 만든다는 점이 신뢰도 측면에서 큰 메리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올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을 G2E 전시회에도 참가해 해외시장에서 KL 사베리의 인지도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정선=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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