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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제3기 신도시 개발 계획, 목표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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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얼마 전 국토교통부,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가 모여 제3기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계획이 발표되자 마자 반기는 목소리 보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주변은 물론이고 해당지역 주민들까지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그리 크지 않은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내가 사는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누가 반기겠는가. 만일 개발로 인해 삶의 질이 좋아지거나 경제적인 이익이 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 개발이 진행되는 수년간 불편을 감내하고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의도했던 서울인구 분산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낳을 것 #지방 도시를 살리는 길이 #더 나은 인구집중 완화 대책

그렇다면 경기도민들의 반발과 관계없이 제3기 신도시가 개발되면 서울시로 집중되고 있던 인구가 분산되어 서울시의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정말로 나타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지방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가중화해 인구분포의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지방 소멸의 위기를 키우는 부작용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서울에서 이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들은 주로 아직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이다. 특히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한 청년들이 서울시의 직장은 유지하면서 부담이 큰 서울시의 주거,생활비를 벗어나기 위해 수도권의 신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서울 주변 경기도 전역에 조성된 수많은 신도시들은 이렇게 성장했다. 서울시에 살고 있던 청년들이 주로 신도시들로 빠져 나갔기 때문에 서울시의 인구분산 효과가 있었음도 틀림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있다. 바로 서울 인구가 경기도의 신도시들로 대규모 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해 왔고 주택난 역시 해소의 기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외로 간단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경기도 일원에 신도시가 조성되어 서울시의 인구가 분산되면서 그만큼 서울시는 인구를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 공간을 지방으로부터 온 청년 인구가 다시 메꾸었다.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가 과밀해진 반면 지방의 인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자원과 동력이 부족한 지방에서 청년 인구가 유출되면 지방의 경제는 더 위축된다. 일자리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졸자가 80%에 달하는 청년들에게 지방이 충분한 일자리를 줄 수가 없게 되고, 청년들은 또다시 서울로 집중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무리 경기도에 신도시를 만들어도 서울시의 청년 인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둘째,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원칙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만, 수요가 충분할 때 이 기본 원칙보다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의 심리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상승해 왔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심리의 역할은 매우 명확해진다. 지방의 인구가 줄면서 지방 부동산은 상승 여력이 상실되었다. 당연히 부동산 자본은 더 이상 지방에 머물 수가 없다. 이동해 갈 수 있는 곳은 전 국민의 5분의1이 몰려있고 특히 청년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밖에는 없다. 서울만 부동산이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자본은 서울로 몰리게 되었다. 여기에 작년 여름 ‘해프닝’으로 끝난 서울시의 용산과 여의도 개발 계획 발표는 불타는 심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처럼 서울시의 부동산은 경기도에 또 다른 신도시가 조성된다고 해서 안정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최근 서울시의 혼인과 출산의 경향을 살펴보면, 제 아무리 좋은 조건의 신도시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서울을 떠나 신도시로 이주해 갈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신도시는 서울의 청년 세대가 이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0.76, 출생아 수 약 5.8만 건, 혼인 건 수 약 5.2만 건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의 청년이 계속 서울로 몰리면, 경쟁은 심화될 것이고, 서울시의 출산, 혼인 상황이 나아질 수가 없다.

이번 제3기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옳다. 당장 이해 당사자인 경기도민들의 반발도 있지만, 신도시 개발은 서울의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부동산 수요를 낮춰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는 신도시 조성을 서울과 수도권만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전국의 인구분포라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원점부터 다시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서울 인구 집중은 지방 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떠나고 싶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서울로 올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계속 자기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더 현실적인 인구 집중 완화 대책이 될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