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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올라탄 웹소설…연 10억 버는 작가 1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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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진 tvN]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진 tvN]

화제의 드라마였던 KBS ‘구르미 그린 달빛’, MBC ‘해를 품은 달’ tvN ‘김 비서가 왜 그럴까’의 공통점은? 모두 원작이 웹소설이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사제들’도 원작이 웹소설이었다.

디지털시대 소설시장 판도 변화 #‘가볍고 즐겁게’ 무협·로맨스 많아 #작가·독자수 해마다 폭발적 증가 #진입 장벽 낮고 젊은층 취향 반영 #드라마·영화 등 콘텐트 활용 늘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되며 콘텐트로서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한 웹소설이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2011년 시작된 네이버 웹소설이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2019년 3월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0.4% 성장하고 독자 수는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카카오와 함께 국내 3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꼽히는 ‘문피아’를 보면 웹소설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3년 출범 당시 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15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매출액 42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문피아 이용자 역시 2015년 30만명에서 현재는 90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중앙포토]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중앙포토]

◆ 웹소설, 호흡 짧아 인기=웹소설에서 주로 유통되는 장르는 무협이나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가볍고 쉽게 소비되는 스낵컬처 특성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것. 한 소설은 여러 회로 나뉘어 있는데 한 회 분량은 약 5분 내로 읽을 수 있다. 평소 웹소설을 즐겨 본다는 신양섭씨는 “이동하는 중간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본다”며 “호흡이 길지 않아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날것’ 그대로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는 “기존 출판물은 출판사의 여과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모든 독자를 만족하게 하기 어렵다. 또한 출판물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웹소설은 바로바로 독자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종이책으로 출간된 소설에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피아의 경우 회당 가격이 100원이다.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 KBS]

웹소설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끌며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사진은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 KBS]

◆ 웹소설로 몰려드는 작가들=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구독자뿐 아니라 작가들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문피아에 작가로 등록된 사람은 약 4만 7000명이다. 2013년 문피아에 등록된 작가가 3800명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네이버 콘텐트 플랫폼 ‘시리즈’의 박제연 리더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뮤지컬·영화 등이 인기를 끌고 구독자가 늘면서 필력 있는 신진 작가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의식과 문화를 반영한 작품이 늘면서 독자층 또한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들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태블릿PC 등 기기 등이 필요한 웹툰 창작과 달리 웹소설은 컴퓨터만 있으면 바로 쓸 수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낙준씨는 “평소 나만의 작품을 써보고 싶었는데, 기존 출판 시장은 문턱이 너무 높아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와 달리 웹소설은 매일 자유롭게 글을 연재하는 방식이라 도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에서 ‘중증외상센터’를 연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유지 작가는 "웹소설은 일반 소설보다 제약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또한 장르가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독자가 읽고 싶은 장르를 골라 읽을 수 있고, 작가도 쓰고 싶은 장르 안에서 마음껏 스토리를 펼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기존 출판 시장보다 많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는 “출판사의 경우 보통 작가에게 수익의 10% 정도가 돌아가지만, 웹소설 시장에선 작가가 수익의 60~70%를 가져간다”며 “문피아에서 매년 5억원 이상 기록하는 작가는 20~30명에 달하고, 1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작가도 10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문피아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연재하고 있는 싱숑 작가, 지난해 ‘재벌 집 막내아들’을 연재한 산경 작가 등이 모두 한해 10억원 이상을 벌고 있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

김환철 문피아 대표

◆ 종이 소설을 대체할까?=웹소설 업계에선 이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면서 활자를 소비하는 습관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는 “과거 인력거가 택시로 바뀌는 것처럼 읽을거리가 소비되는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민음사 관계자는 “웹소설은 특수 장르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호흡이나 문법 자체가 완전히 기존 출판물과 다르다. 웹소설 시장이 기존 출판물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웹소설 업계는 성장세를 몰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거액의 상금과 정식 연재 등을 내걸고 지난 4월부터 2019 지상최대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문피아 역시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 작품을 수출하기 위해 번역·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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