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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20일 만에 부순 美, 이란 점령할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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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까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이 지금 이란과 전쟁을 할 수 있을지, 만일 그럴 경우 이란은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2003년 이라크전이다.

이란이 자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사야드 2를 지난해 11월 군사 훈련에서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반경 100~120km의 범위, 최고 17km의 고도에서 날아오는 초음속 항공기는 물론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이란은 상당수 미사일과 전투기, 전차, 어뢰 등을 자체 생산한다. [AP=연합뉴스]

이란이 자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사야드 2를 지난해 11월 군사 훈련에서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반경 100~120km의 범위, 최고 17km의 고도에서 날아오는 초음속 항공기는 물론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이란은 상당수 미사일과 전투기, 전차, 어뢰 등을 자체 생산한다. [AP=연합뉴스]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의 주력은 이라크 남쪽 쿠웨이트에서 출발해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북상했다. 일부는 북쪽 터키에서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거쳐 남하했다.

이란, 지정학과 국제정치학에서 유리 #미, 2003년 20일 만에 바그다드 점령 #2019년 이란 공격엔 변수 너무 많아 #이란, 미국에 적대적 국가로 둘러싸여 #페르시아 만에서 전쟁하면 국제 재앙 #이란 국경, 자그로스 산맥 가로막아 #이란, 미사일·전투기·전차 자체 생산 #시리아·헤즈볼라·후티반군 대리전도 #위기 앞에 단합하는 이란 국민 중요 #트럼프 대통령 합리적 판단이 관건

17만 파병한 2003년 이라크 침공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파괴 무기(WMD)가 있다고 호도하면서 벌인 ‘이라크 전쟁’이다. 당시 미군은 13만 명, 영국이 4만 5000명, 호주가 2000명, 폴란드가 194명 등 모두 17만7194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독립 또는 자치를 꾀하던 이라크 내 소수민족 쿠르드족이 민병대인 페슈메르가가 7만 명, 이라크 반정부군 세력인 이라크 국민회의가 620명의 병력을 더했다.
전쟁은 불과 1개월 1주일 4일 만에 끝났다. 그해 5월 1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하면서 이라크전은 막을 내리고 군사적 점령으로 전환됐다.

미군, 개전 20일 만에 바그다드 점령

실제 전투는 21일 정도 치러졌으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개전 20일 만인 4월 9일 미군에 함락됐다. 거의 일방적인 전투였다. 53만 8000명의 정규군과 65만 명의 예비군 병력을 자랑하던 이라크군은 전투다운 전투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라크군이 보유한 2000대의 전차, 3700대의 장갑차, 2300대의 야포, 300대의 전투기는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했다.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238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이라크군은 7600~3만 명의 희생자(추산)를 냈다.
당시 전 세계는 미군의 압도적인 전력과 효과적인 전술, 강력한 무기 체계에 경악했다.

2003년 5월 이라크전 당시 미국 구축함 벙커힐함에서 이라크를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토마호크 공습은 미군의 전쟁 개시 신호다. [로이터=뉴시스]

2003년 5월 이라크전 당시 미국 구축함 벙커힐함에서 이라크를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토마호크 공습은 미군의 전쟁 개시 신호다. [로이터=뉴시스]

이란, 이라크 4배 면적에 인구 3배의 대국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이런 전쟁이 가능할까? 하지만 현재 이란의 지리와 지형, 군사력, 국제사정 등을 살펴보면 이라크와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름을 알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이란은 이라크와 비교해서 국토 면적이 4배, 인구 3배의 대국이다. 국토 면적은 이라크가 한반도 2배 정도인 43만7072㎢, 이란이 8배 정도인 164만 81952㎢다. 인구는 2016년 추정치로 이라크가 약 3720만, 이란이 약 8100만이다.

2003년 이라크, 온통 적대국에 둘러싸여  

지리적인 배경도 사정이 너무도 다르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이라크는 주변에 사이좋은 나라가 별로 없었다. 남쪽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와는 1990년 침공과 걸프전 때문에 원수 관계였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군과 영국군 등 연합군 주력은 쿠웨이트를 집결지로 삼았다. 이라크 서쪽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다. 이라크전에 참전하지 않았어도 미군을 지원하면 했지 이라크 편을 들지는 않았다. 동부에 국경을 맞댄 이란은 1980~88년 이란-이라크전을 치른 숙적이었다. 서북부에 접경한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서로 통하는 시아파 정권이었다. 북부 접경국인 터키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다. 결국 2003년 당시 이라크는 온통 적대적인 세력에 둘러싸여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미 해군의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항모는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파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의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항모는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파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미국과 거리 둔 나라들로 둘러싸여

2019년 이란은 주변이 온통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란 서부 국경과 맞닿은 이라크는 2003년 이라크전 결과 소수 이슬람 수니파를 대변하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고 현재 다수인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은 대도시이지 유전 지대인 모술을 비롯한 북부지역을 장악했던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았다. 이라크에는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와 나자프가 있어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과 인적, 경제적 교류가 활발하다.
이란과 동북부 국경을 맞닿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미군이 이라크 침공로로 활용하기 곤란하다. 터키는 여전히 나토 회원국이긴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인권 등의 문제로 서방 세력과 사이가 지극히 나쁜 상태다. 러시아로부터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대공무기인 S-400을 들여오기로 계약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시리아 문제 해결을 논의한다며 지난 1월 1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러시아 소치에서 3자 정상회담을 하는 등 러시아 및 이란과 가까운 행보를 계속 보여왔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경을 맞댄 이란을 침공하려는 미군에게 길을 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과 동북부 국경을 맞닿은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러시아 영향권에 있다.
이란 동부의 파키스탄은 미국과 가깝게 지내다, 사이가 벌어지기를 반복해왔는데 현재는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통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난센스다. 아프가니스탄 자체가 제대로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부 국경은 이란의 중심지와 거리가 너무 멀어 전술적인 가치가  떨어진다. 이란의 중심지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이스파한과 시라즈, 그리고 페르시아만 유전지대를 잇는 중서부 지역이다.

페르시아만의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미 해군의 항모 조지 HW 함에 이란 혁명 수비대 고속정이 따라 붙고 있고 상공에는 미 해군 헬기가 비행 중이다. 2017년 자료 사진이다.[로이터=연합뉴스]

페르시아만의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미 해군의 항모 조지 HW 함에 이란 혁명 수비대 고속정이 따라 붙고 있고 상공에는 미 해군 헬기가 비행 중이다. 2017년 자료 사진이다.[로이터=연합뉴스]

페르시아만이 전쟁터 되면 국제 재앙으로

우선 페르시아만 건너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적인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이란과 사우디, UAE의 원유 주산지가 페르시아만의 해상 유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국가의 원유는 페르시아만을 항해해 그 동쪽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에 둘러싸인 곳으로 너비가 50㎞ 남짓하다. 게다가 바다 깊이가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날 수 있는 수로는 이란 쪽의 좁은 바다로 한정돼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호르무즈 해협은 필연적으로 막히게 된다. 페르시아만의 유전도 가동이 힘들거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미국이야 셰일 가스 혁명으로 석유를 자급하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중동산 석유의 주수입국인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는 당장 수급난에 시달리게 된다. 원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21세기 첫 석유파동이 터지는 건 불을 보듯 빤하다. 세계가 불행해지는 전쟁이 되는 것이다.

이란군이 지난해 9월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1980년 이라크의 침공을 기억하는 행사다. [EPA=연합뉴스]

이란군이 지난해 9월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1980년 이라크의 침공을 기억하는 행사다. [EPA=연합뉴스]

이라크 수니-시아 반목, 이란 시아파 일색

2003년 이라크와 2019년 이란은 국민 사기에서도 천양지차다. CIA 팩트북에 따르면 이라크는 인구의 95%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지만 64~69%의 시아파와 29~34%의 수니파로 분리돼 있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세상을 떠난 직후 후계자 문제로 갈라진 양 종파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목해왔다. 이라크는 인구의 79%가 아랍어를 쓰는 아랍인, 17%가 쿠르드어를 쓰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이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위치한 이라크는 강대국이 인위적으로 만든 모자이크 국가다. 메소포타미아를 400년 이상 지배하던 오스만 튀르크가 제1차 세계대전 패전 뒤 1920년 맺은 세브르조약으로 이 영토를 영국 위임통치령으로 넘겼다. 영국은 중부 바그다드의 수니파, 남부 바스라의 시아파, 북부 모술의 쿠르드족을 인위적으로 통합해 1932년 이라크 왕국이란 나라를 만들었다. 1차대전 당시 영국에 협력했던 메카의 하심 가문 출신의 파이살 1세가 초대 국왕을 맡았다. 1958년 아브드 알 카림 카심 장군의 쿠데타로 왕정이 폐지되고 이라크공화국이 들어섰다. 1968년엔 바트당 쿠데타로 일당독재 체제가 시작됐으며 1979~2003년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 철권을 휘둘렀다. 후세인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벌어지자 1980~88년 이란-이라크전을 벌였다. 쿠르드족이 독립운동을 벌이자 독가스로 5000명 이상을 살해했다. 2003~2011년 미국 점령기에 이라크는 새로운 헌법으로 나라를 구성했지만 혼란으로 13만~46만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4년 이라크 내전이 발생하면서 7만2800~10만9500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란은 다르다. 이란은 사실 다민족 국가다. 페르시아인이 61%, 서북부에 주로 사는  아제르바이잔인이 16%, 서부 지역과 동북부 투르크메니스탄 접경지역에 나뉘어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10%, 서남부에 사는 루르스 인이 6%를 각각 차지한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이란 국민은 99%가 무슬림이며 이 가운데 90%가 시아파이고 9%만 수니파다. 이란은 이라크와 비교하면 시아파 일색으로 비교적 통일된 국가다. 위기가 닥치면 분열의 가능성보다 통합의 가능성이 더 큰 국민이다.
쿠르드족도 독립보다 이란에 통합되는 분위기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활동했던 쿠르드족 모하마드 바게르 알리바프는 쿠르드족 아버지와 페르시아계 어머니를 둔 인물로 이란-이라크전에 참전했으며 2005~2017년 12년 동안 수도 테헤란 시장을 지냈다.

이란 고원의 서부와 남부를 감싸고 있는 험준한 자그로스 산맥의 일부 모습. [위키피디아]

이란 고원의 서부와 남부를 감싸고 있는 험준한 자그로스 산맥의 일부 모습. [위키피디아]

험준한 자그로스 산맥, 서부와 남부 방벽  

이란의 지형은 외부에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우선 나라 자체가 북부가 평균 해발 800m, 남부가 500m의 이란 고원에 있다. 거기에 터키, 이라크로 이어지는 서부 국경부터 페르시아만 연안까지를 험준한 산악 지형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서부 국경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반다르 아바스까지 이어진 길이 1600㎞, 너비 240㎞의 자그로스 산맥이 거대한 울타리 구실을 한다. 자그로스 산맥은 평균 고도가 1200m이며 최고봉인 자르드산은 4548m에 이른다.
1980~88년 벌어진 이란-이라크전에서 이라크가 8년간 이란을 공격했어도 전선을 뚫지 못했다.
지형의 이점에 사기까지 높았던 이란군의 필사적인 방어와 반격으로 국경 근처에서 밀고 밀리는 혈전만 계속했을 뿐이다. 이라크군은 최소 10만5000명에서 최대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사자를 내고도 험준한 국경지대를 뚫고 이란 영토 깊숙이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이란도 최소 12만3220명에서 최대 60만 명의 추정 전사자를 내면서 방어했다. 2016년 이란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마을마다, 모스크마다 지역 전사자들의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이 걸려있다는 사실이었다. 대도시이건 시골이건 예외가 없었다. 적을 맞았을 때 이란은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지난 24일 벌어진 반전 시위의모습. [AP=연합뉴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지난 24일 벌어진 반전 시위의모습. [AP=연합뉴스]

적의 허를 찌른 이란군의 창의적 H3 작전

당시 이란군은 부족한 장비와 보급 속에서도 창의적인 작전으로 이라크군을 공격했다. 대표적인 것이 1981년 4월 4일 이란-이라크 국경에서 수백㎞ 떨어진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이라크군의 H3 공군기지를 기습 공격해 이라크 공군기 47대를 파괴한 H3 작전이다. 당시 이란 공군은 8대의 F-4E 팬텀기, 4대의 F-14 톰캣, 2대의 공중급유기, 1대의 통신감청 및 레이더 교란기, 1대의 수송기 등으로 복합 편대를 꾸려 공격에 나섰다. 이라크군의 방공망과 공군기 요격을 피하기 위해 복합 편대는 이라크와 터키,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 상공을 교묘하게 비행했다. 이란 공군은 대담하게도 오전 10시 30분에 출격했으며 이들은 임무를 마치고 1대의 피해도 없이 오후 3시 30분에 모두 무사 귀환했다. 이라크군은 H3 기지에 있던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등 47대의 항공기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군은 오랜 군사 전통을 바탕으로 과감한 작전으로 적의 허를 찌른 셈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은 국민이 직접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다만 군대와 사법부, 행정부의 고위직의 임면권을 시아파 최고 지도자가 쥐고 있는 신정체제를 유지한다.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은 국민이 직접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다만 군대와 사법부, 행정부의 고위직의 임면권을 시아파 최고 지도자가 쥐고 있는 신정체제를 유지한다. [EPA=연합뉴스]

이란 신정체제 필사적 저항할 것

이란은 정권이 국민에게 인내 요구할 순 있어도 미국에 항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군주제를 전복하고 신정체제를 세웠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며, 이슬람 시아파 이맘인 최고 지도자가 그 위에서 국정을 감시하면서 군부와 사법부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체제다. 이슬람 혁명 당시 반미, 반서방 기치를 내걸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어느 정도 이루고 있다. 종교 경찰이 여성의 복장이나 히잡 착용 등을 단속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발도 심하다. 종교계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불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는 단결할 가능성이 높은 게 이란 국민이다. 이란은 이란-이라크전 당시 총력전을 수행하느라 어느 정도 사회적 통제를 풀었다. 여성은 복장에서만 제한을 받을 뿐 직업 선택이나 사회 활동에선 거의 제약이 없다. 게다가 부유층이 많은 소수 아르메니아계 기독교도들은 전쟁 당시 군자금을 대면서 이슬람의 간섭에서 벗어났다. 이란 체제에 근본적으로 불만을 품거나 과거 군주제 시절 특권을 누리던 사람들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미 400만~500만 명이 출국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최고 지도부는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을 꿇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종교계는 자칫 타협했다가 그나마 권위를 잃어버리고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군함이 페르시아만의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벌어진 군사 훈련에서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12년 자료 사진이다. [중앙포토]

이란 군함이 페르시아만의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벌어진 군사 훈련에서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12년 자료 사진이다. [중앙포토]

이란 방위산업, 미사일에 전투기까지 제작

이란군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오랜 제재, 소련과 그 후신인 러시아의 견제 속에서 최신 무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미사일을 중심으로 전투기, 잠수함, 어뢰, 전차 등을 국산화했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우주 로켓까지 발사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란 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은 북한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군은 징집군이 주축인 이란 이슬람공화국군과 엘리트 병력으로 이뤄진 이란 혁명수비대로 이원화돼 있다. 군대가 이원화되면 쿠데타를 일으키기 어렵다.

중동 친이란 세력의 대리전 가능

이란은 중동 전역에 무장세력을 지원해 대리전을 수행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중동 시아파 국가나 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군사 원조를 하는 것은 물론 직접 파병까지 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는 5000명 정도의 이란 혁명수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란이 공격을 받으면 동조 전쟁 차원에서 레바논이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과 전투를 벌이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족 반군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관련 지원을 받는 것으로 관측된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며 드론을 통해  요격 미사일 기지를 공격해왔다. 사우디는 최근 이들이 드론을 이용해 자국의 원유 파이프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은 테러 세력과는 무관하다. 중동의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이란과 종파가 다른 이슬람 수니파인 것은 물론 시아파를 지극히 혐오한다. 수니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이 이슬람 성인을 공격하고 성인의 무덤을 화려하게 꾸미는 시아파에 대한 증오와 탄압을 일삼기 때문이다. 와하비즘은 사우디 왕실인 알사우드 왕가의 신앙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 합리적으로 판단할까

이처럼 이란 공격은 대단히 복잡한 변수가 많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을 공격하려면 전비를 지원받을 의회 승인과 국제적 비난을 모면할 유엔 결의를 얻어야 한다. 지금 미국 내부정치나 국제 정세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이란 공격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스타일은 결코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전 세계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초조한 심정으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기도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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