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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도 못 버티는 재취업 직장, 차라리 ‘1인 기업’ 창업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6)

마케팅 직무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조정선(56) 씨는 퇴직 후 SNS 마케팅 1인 기업을 창업했다. [사진 unsplash]

마케팅 직무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조정선(56) 씨는 퇴직 후 SNS 마케팅 1인 기업을 창업했다. [사진 unsplash]

조정선(56)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생활용품 관련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 처음에는 매장관리부터 시작해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회사의 주요 브랜드를 관리하는 팀장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조정선 씨가 관리하던 브랜드가 외국회사에 매각되면서 본인의 위치가 애매해지더니 자연스럽게 퇴직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그 나이에 우두커니 집에 있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취업하려니 2~3년 후에는 또다시 퇴직에 대해 고민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았다. 자신이 경영학을 전공했고 직장생활 내내 해 온 업무가 마케팅 분야였고 그 일에 대한 보람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마케팅과 관련한 일은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퇴직 선배들에게 자문하고,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괜찮은 생각’이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관련 업종으로의 취업은 고려 대상에서 빠졌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것은 인맥도, 내세울 만한 타이틀도 없었다. 또 다른 대안은 마케팅과 관련한 강의를 하는 것인데, 이 분야는 전문가가 너무 많고 경쟁이 치열했다.

퇴직 후 마케팅 관련 1인 기업 창업하기로

일단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등록을 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해 상담을 받으면서 전직 설계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조 씨는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 SNS 마케팅이라는 특화된 분야로 접근한다. 둘째, 마케팅 분야의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한다. 셋째, 1인 기업형태로 운영하면서 고정비를 절약한다.

조 씨는 아무래도 자격시험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다. 1년 후에 경영지도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집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에게 SNS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특히 SNS를 통해 컨설팅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SNS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도움이 될 만한 SNS 강좌를 찾아보니 다양한 곳에서 교육이 개설돼 있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캠퍼스에 개설된 SNS 마케팅 강좌를 수강했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범위가 너무 넓었다.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 방법부터 시작해 카카오톡, 카페, 블로그, 밴드, 구글, 유튜브, 마인드맵 등등. 이 모든 것이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니 어느 것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조 씨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진 unsplash]

조 씨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진 unsplash]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는 이론교육을 받고 교육생들이 만든 스터디그룹에도 참여했다. 강사들이 다른 강의를 할 때 강의를 보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마케팅 지식에 SNS를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설정되었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창업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창업하는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게 되었다. 3년 동안 다양한 준비를 마친 조 씨는 SNS 마케팅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마케팅 분야의 경영지도사 자격을 획득했다. 소상공인에게 현실적으로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SNS를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그는 지금 ‘조정선 SNS 마케팅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한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아주 의미 있는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50대, 60대 중장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재취업 일자리 경로를 분석한 결과 퇴직자의 절반 이상(51.0%)이 퇴직 후 2회 이상 재취업을 했고, 3회 이상은 14.5%, 또 4회 이상은 9.6%로 나타났다. 퇴직 후의 평균 구직 기간은 5.1개월, 새로 취업한 직장에서의 평균 재직기간은 18.5개월로 나타났다.

보고서 제목이 ‘5060 일자리 노마드족이 온다’ 였다. 5060 퇴직자들이 노마드족(유목민족)처럼 여러 일자리를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형태로건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반퇴세대의 자화상이다. 퇴직 후에 다양한 일자리 대안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취업과 창업이다.

하지만 중장년 세대가 종사하는 노동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순한 허드렛일,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으로 정리된다. 이를 위 조사결과에 적용해 보면 퇴직 후에 열악한 노동시장에서 던져져서 5개월 준비해 취업에 성공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2년도 못 버티고 퇴직하고 다시 또 준비하고 퇴직하는, 이런 양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많은 중장년 세대가 재취업 혹은 창업에 도전한다. 하지만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K스타트업을 통해 1인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K스타트업 홈페이지 캡쳐]

많은 중장년 세대가 재취업 혹은 창업에 도전한다. 하지만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K스타트업을 통해 1인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K스타트업 홈페이지 캡쳐]

창업 시장은 더 어렵다. 퇴직자의 창업자금은 주로 퇴직금 또는 노후자금이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대박을 꿈꾸며 노후 자금을 담보로 창업하지만, 결과는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이 3년 안에 망한다’는 것이다. 퇴직자들에게 창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1인 기업’ 창업이다. 1인 기업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아이디어 상품을 시장화하려는 기업이다.

즉 지식서비스와 제조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문 기술, 지식,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하는 개인과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으로 대표자를 포함한 종사자가 1인인 기업을 의미한다. 1인 기업은 점포가 필요 없고, 직원 없이 대표인 본인만 있으면 된다. 큰 자본이 필요 없으니 투자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자기 사업이기 때문에 정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며 타인의 구속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1인 기업의 자본은 1인 기업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적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인기업 창업 지원하는 ‘K스타트업’

사회 환경도 1인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혁신적인 IT기기가 등장하고 있고,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한 완벽한 지원환경과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1일 창조기업’ 등 정부 지원 정책도 즐비하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며,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 이 과정에서 나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확립해야 한다. 1인 기업은 자본에 대한 투자가 작은 대신 나의 열정과 시간에 대한 투자가 크다는 점을 명심하자. ‘K스타트업(www.k-startup.go.kr)’을 방문하면 ‘1인 창조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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