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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트럼프 통화 다 받아봤다" 부메랑 된 정청래 과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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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현직 외교관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전 의원의 과거 방송 발언이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1월 MBN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내용 전체를 입수했다고 발언했다. 한국당은 이를 문제삼으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냐”며 역공을 펴고 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다음은 2018년 1월8일 MBN ‘판도라’ 방송 내용 중 관련 발언.

▶정청래 전 의원=“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잖아요. 둘이 통화한 것을 제가 로 데이타(원자료)를 다 받아봤어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전략적으로….”
▶진행자 배철수=“통화내역이 다?”
▶정청래=“(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어보이면서) 여기 있어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녹음을 받았다고요?”
▶정청래=“녹음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녹취, 녹취는 받았는데.”
▶배철수=“이거 2급비밀 아니에요?”
▶정청래 =“있어요. 하여튼.”

이 때 방송 화면으로 ‘이미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내용입니다’라는 자막이 나왔다. 하지만 방송 4일 전 청와대 서면 브리핑은 통화 내용을 요약한 것일 뿐 정 전 의원이 말 한 ‘로 데이타’나 ‘녹취’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13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3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에 관한 양국간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에게 제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게 돼서 큰 영광이었다고 전해달라”며 “제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코멘트를 많이 들었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2018년 1월 4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윤 영 찬

당시 정 전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정청래=“문재인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냐 하면, 완전히 트럼프에 대해서 항상 올려, 칭찬을 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강경하게 나온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서 화해 제스쳐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입니다.”
▶하태경=“혹시 이면 합의 있는 거 아니에요? 좀 불안해. 대외비 위반 냄새가 나.”
▶정청래=“트럼프가 뭐라고 하냐면, 기분이 좋아졌을 거 아니야. 한국에 와서 국회 연설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이야기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했으면 좋겠다. 이러니까 트럼프가 들어줘요. 그 말 끝에 트럼프가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트위터에 썼다. 바보들 회담은 좋은 거야. 그 뒤로 입장이 싹 다 바뀌었어요.”

이와 관련한 정 전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정 전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나와 강효상 의원 관련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지난 23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이번 건은 기밀 누설이고 중대 범죄”라면서 “해당 업무에 종사한 외교관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폭로한 것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정보라는 것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도 정보고, 정보를 언제 취득했느냐도 정보”라며 “이 내용 자체를 가지고 미루어 짐작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이 내용 자체는 기밀 누출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인 미국에서 얼마나 이번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겠느냐”며 “토 달 필요도 없이 이것은 무조건 잘못한 일이고 이렇게 하는 건 강효상 의원의 참 못된 짓”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과거 정 전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강효상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을 대하는 여권의 반응이 너무 판이하다”며 “이런 게 바로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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