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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강효상 저격한 윤상현…신념인가, 본인 마케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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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상현 위원장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6월 방한 때 문재인 정부와 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정의'와 '비핵화를 위한 전략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 차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스1]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상현 위원장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6월 방한 때 문재인 정부와 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정의'와 '비핵화를 위한 전략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입장 차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뉴스1]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과 관련해 같은 당 의원을 비판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라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어느 때보다 한ㆍ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앞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방한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여권에서는 “외교상 기밀 누설”이라며 강 의원의 출당조치를 요구했지만 한국당 측은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 성격”이라고 맞받았다. 이런 가운데 윤 의원이 한국당보다 민주당 측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진 셈이다. 여야 충돌이 격렬한 시기에 같은 당 의원을 비판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연히 당내에 파장이 생겼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뉴스1]

공개적으로 윤 의원을 비판한 것은 홍준표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은닉이 국익이라면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폭로는 더 큰 국익”이라며 “같은 당 동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국익 운운하며 비난하는 행태는 정상적이지 않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도와주기 싫으면 자중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초선인 A 의원도 “윤 의원이 외통위원장으로서 균형감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마케팅하기 위해 동료 의원의 어려움을 이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장 자리에 앉으면 자신이 어느 당 소속인지 잠시 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반면 재선의 B 의원은 “보수층에서도 강 의원의 통화 유출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며 ”오히려 우리 쪽에서 저런 쓴소리가 나오는 것이 예방 주사가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은 24일 페이스북에서 “외교기밀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나라는 문명국이 될 수 없다”며 “(한국당이) 강효상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의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당내 ‘외교안보통’을 자부하는 윤 의원이 관련 사안에 대해선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윤 의원은 2014년 5월에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과 관련해 ‘NLL 포기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또 과거에 친박계 핵심으로 꼽혔던 윤 의원이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4년 3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서 신당창당 합의한 것에 대해 맹비난했다. [중앙포토]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4년 3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서 신당창당 합의한 것에 대해 맹비난했다. [중앙포토]

윤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글은 강효상 의원을 비롯해 누구의 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국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모두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 이 이슈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청와대를 비롯한 당사자 모두 책임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한 마지막 언급을 봐달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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