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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국립공원에서 도시락 까먹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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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제 주문한 도시락이 오늘 국립공원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지난가을 8개 국립공원에서 시작된 친환경 도시락 서비스가 올해 21개 국립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담은 도시락을 국립공원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인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도시락 준비 부담이 줄고 쓰레기도 줄었으니, 탐방객이나 국립공원이나 여러모로 이득이다. 지역 특성을 살린 도시락인지라 먹는 즐거움도 크다. 친환경 도시락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립공원 가운데 대표적인 3곳을 추렸다. 맛은 보장한다. 산이든 바다든, 자연에서 먹는 밥은 늘 맛있다.

국립공원 3곳의 친환경 도시락 #특산물 도시락, 공원 입구로 배달 #오삼불고기부터 과일 디저트까지 #도시락은 전날 카카오톡으로 주문

소백산 국립공원 - 최고 인기 도시락

소백산국립공원 마늘소불고기 도시락(8000원). 황태 강정, 마늘 튀김 등의 반찬이 담긴다. [사진 각 국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마늘소불고기 도시락(8000원). 황태 강정, 마늘 튀김 등의 반찬이 담긴다. [사진 각 국립공원]

친환경 도시락을 판매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지역 식당과 농가가 힘을 모은 단양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도시락을 대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9월 판매를 시작해 지난 3월까지 대략 1000명이 맛봤다. 전체 국립공원 중에서 판매량도 가장 높다. 지난주까지는 갱이 도시락(다슬깃국·불고기·계란말이 등), 황태 도시락(황탯국·불고기·코다리 등)처럼 따뜻한 국이 있는 동절기 도시락을 팔았다. 특히 남한강 올갱이(다슬기)로 맛을 낸 갱이 도시락의 인기가 높았다.

소백산국립공원 마늘소불고기 도시락(8000원). 황태 강정, 마늘 튀김 등의 반찬이 담긴다. [사진 각 국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마늘소불고기 도시락(8000원). 황태 강정, 마늘 튀김 등의 반찬이 담긴다. [사진 각 국립공원]

24일부터 10월까지는 하절기용으로 ‘마늘소불고기 도시락’과 ‘오삼불고기 도시락’을 판매한다. 박경희 조합 대표는 “평범해 보여도 충북 단양의 특산물 마늘로 감칠맛을 낸 특식”이라고 말한다. 설탕 대신 마늘 조청을 사용해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난단다. 두 도시락 모두 황태 강정과 마늘 튀김, 오이, 당근 등의 반찬을 곁들인다. 각 8000원으로, 4개부터 주문할 수 있다.

소백산은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에 걸쳐 있다. 등산객 출입이 많은 6곳에 탐방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그중 단양 소재의 어의곡·천동 방면 탐방지원센터에만 도시락이 배달된다. 빈 도시락 반납은 두 곳 중 아무 데나 하면 된다. 새밭유원지 쪽에서 출발해 비로봉(1439m)을 찍고 천동으로 내려가는 등산객이 많아 이용객이 꾸준한 편이다. 약 11㎞ 길이로, 6시간은 족히 걸리는 코스여서 도시락이 필수다. 희방사·죽령 방면의 탐방지원센터에서도 가을께 도시락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 피크닉 도시락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맛볼 수 있는 친환경 도시락. 김밥(7000원)을 시키든, 김치볶음밥(8000원)을 시키든 디저트로 제철 과일이 딸려 온다. 돗자리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기지포해변의 곰솔 숲 데크 길에 도시락을 폈다. [백종현 기자]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맛볼 수 있는 친환경 도시락. 김밥(7000원)을 시키든, 김치볶음밥(8000원)을 시키든 디저트로 제철 과일이 딸려 온다. 돗자리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기지포해변의 곰솔 숲 데크 길에 도시락을 폈다. [백종현 기자]

충남 태안반도와 안면도의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산길이 없다. 대신 97㎞에 이르는 해변이 걷기길로 조성돼 있다. 몽산포해변과 달산포해변을 지나는 4코스 솔모랫길(몽산포항~드르니항, 16㎞)과 5코스 노을길(백사장항~꽃지해변, 12㎞)이 가장 유명하다. 친환경 도시락 역시 4·5코스 안에 있는 남면·청포대·안면도·기지포 분소에서 운영한다.

메뉴는 간단하다. 김밥(7000원)과 김치볶음밥(8000원)뿐이다. 두 도시락 모두 디저트로 각종 과일을 한 통 가득 담아 준다. 힘든 산행을 마친 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도시락이 아니라, 해변을 거닐다 까먹는 피크닉 도시락이어서다. 과일은 철마다 바뀐다. 요즘은 청포도·딸기·오렌지·방울토마토가 주로 담긴다. 김밥과 김치볶음밥은 읍내 태안여고 앞 ‘찰지네분식’에서 공급한다. 인근 여고생과 직장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내공 있는 분식집이다.

5코스 노을길의 기지포해변이 도시락 까먹기에 좋은 명당으로 꼽힌다. 일몰 장소로 이름난 꽃지해변보다 인적이 드물어 거닐기 좋다. 20m 높이의 커다란 해송이 숲을 이뤄 햇빛과 바람을 적절히 막아준다. 태안해안국립공원 김도희 해설사는 “해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갖 생물이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요즘은 엽낭게와 꼬마물떼새가 한창 활동하는 시기”라고 자랑한다.

미리 요청하면 돗자리와 토퍼(휴대용 촬영 소품)도 무료로 빌려준다. 도시락은 2개 이상부터 주문할 수 있다. 4개 분소 아무 곳에나 반납해도 된다.

속리산국립공원 - 달짝지근한 대추불고기

속리산국립공원은 대추불고기(8000원) 도시락을 판다. 충북 보은 특산물인 대추와 재철 산나물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사진 각 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은 대추불고기(8000원) 도시락을 판다. 충북 보은 특산물인 대추와 재철 산나물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사진 각 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은 대추불고기(8000원) 한 메뉴만 고수한다. 보은 특산물 대추를 활용한 음식이다. 지난가을 수확한 건대추와 올봄에 딴 생 표고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는데, 소 불고기 맛이 연하고도 달짝지근하다. 붉은 대추 덕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더덕무침·계란말이와 함께 뽕잎·다래 순·홋잎나물(화살나무잎)·취나물 등 제철 나물이 반찬 칸을 채운다. 입가심용으로 대추도 두세 알 담는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엿보이는 식단이다. 인근에서 버섯 전골로 정평이 난 ‘우리식당’ 솜씨다. 이정숙 사장은 말한다. “법주사 입구에 널린 게 식당인데 대충 차릴 수 있나요? 대추도 소고기도 푸짐하게 넣어야죠.”

속리산국립공원 친환경 도시락. 대추불고기. [사진 속리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친환경 도시락. 대추불고기. [사진 속리산국립공원]

도시락은 오직 법주사 탐방지원센터로만 배달된다. 탐방객 대부분이 법주사를 들머리로 삼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봄가을마다 등산객이 몰려다니는 천왕봉 코스(법주사~문장대~천왕봉~법주사), 신선대 코스(법주사~문장대~신선대~화북탐방지원센터) 모두 법주사를 거쳐야 한다. 속리산 절경이 펼쳐지는 문장대(1033m)에서 50m가량 내려오면 너른 평지가 나오는데, 대부분 이곳에서 도시락을 편다. 나무 그늘이 있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도 있다.

빈 도시락은 법주사탐방지원센터 외에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에서도 수거한다. 종주 산행을 하는 이를 위한 배려다. 2개 이상 주문해야 한다. 법주사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탐방로에 들 수 있다. 어른 4000원, 어린이 1000원.

국립공원

국립공원

이용정보

국립공원 친환경 도시락은 카카오톡으로만 주문을 받는다. ‘태안(소백) 내 도시락을 부탁해’를 검색해 친구를 맺은 뒤, 1대1 대화로 주문하면 된다. 속리산국립공원은 ‘속리산 도시락 배달 서비스’로 검색해야 나온다. 전날 오후 4시 전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배달이 이뤄지므로, 새벽 산행 때는 이용이 어렵다. 국립공원별로 주문·배달 가능한 도시락 개수와 시간, 반납 장소가 다르므로 미리 알아보고 코스를 짜는 게 좋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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