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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스텔라·호가든·코로나…이 맥주 모두 한 기업 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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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17)

카스의 전신 OB맥주(왼쪽)와 현재의 카스(오른쪽). [중앙포토]

카스의 전신 OB맥주(왼쪽)와 현재의 카스(오른쪽). [중앙포토]

“카스 만드는 오비맥주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
술자리에서 ‘카스처럼’을 주문하는 사람에게 이 질문을 하면 저마다 다른 답이 돌아온다.
아빠는 “오비면 동양맥주지.”
삼촌은 “오비는 두산 아니야?”
친구는 “오비맥주 엄청 유명한 사모펀드에 넘어갔었는데…….”
모두 어느 시점엔가는 맞았던 얘기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모두 틀린 답이다.

국내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는 벨기에 기업 AB인베브(Anheuser-Busch InBev)의 자회사로 AB인베브가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오비맥주의 대표는 브루노 코센티노 사장이다.

그동안 오비맥주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일본강점기 쇼와기린맥주에 뿌리를 둔 오비맥주는 두산이 운영해오다가 IMF 때 AB인베브에 매각했다. AB인베브는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 KKR에 오비맥주를 팔았고 이후 2014년 오비맥주를 재인수했다.

전 세계 맥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5개 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편의점의 다양한 수입 맥주들 사이에서 하나를 집어 든다면 십중팔구 이들 5개 회사의 맥주다.

그중 오비맥주를 소유하고 있는 AB인베브가 전 세계 맥주 시장 1위 업체로 시장점유율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AB인베브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지난 2016년 세계 맥주 시장 2위 사브 밀러를 인수하면서 독보적인 세계 1위 맥주 기업으로 등극했고 현재 전 세계 5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카스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버드라이트,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레페, 벡스, 코로나, 네그라 모델로, 주필러, 빅토리아 등이 모두 AB인베브 소속이다.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AB인베브는 수제맥주 양조장도 지속해서 인수하고 있다. 구스 아일랜드, 코나 브루잉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수제맥주 양조장 핸드앤몰트를 사들였다.

2위는 전 세계 맥주 시장의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네켄 그룹이다. 하이네켄은 머피스, 비라모레티, 타이거 등의 주인이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라구니타스가 하이네켄 소속이다.

중국의 화윤설화(China Resources Beer)는 더 막강하다. 2006년부터 중국 맥주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는 6% 점유율이지만 단일 브랜드로서는 세계 1위 맥주 기업이다.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현원코리아 김준영 대표가 중국 화윤설화의 맥주 &#39;슈퍼엑스&#39;를 소개하고 있다. 현원코리아는 중국 화윤설화맥주의 국내 독점 판매 법인으로 작년 4월 정식 출범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현원코리아 김준영 대표가 중국 화윤설화의 맥주 &#39;슈퍼엑스&#39;를 소개하고 있다. 현원코리아는 중국 화윤설화맥주의 국내 독점 판매 법인으로 작년 4월 정식 출범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맥주 시장에는 이들 대기업의 맥주 브랜드들이 마트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중국의 화윤설화 역시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전체 맥주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 맥주 카테고리는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맥주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헤아려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수 시장이 작을뿐더러 거대 공룡들 사이에서 해외 시장의 입지를 키울 만한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맥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종량세 체제를 채택한 각국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키워왔다. 맥주 판매량에 따라 세금을 내기 때문에 품질이 높은 고가의 맥주를 만들어도 세금 부담이 따라오지 않는다. 고급 맥주를 만들면 그에 비례해 세금을 물게 되는 종가세 체제의 한국과 다르다. 맥주에 적용되는 주세율 또한 한국만큼 높은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 맥주들은 맥주 제조 및 판매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이윤이 포함된 맥주 출고가에 대해 세금을 부과받지만 수입 맥주는 과세표준을 줄일 수 있어 종가세 체제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은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제 맥주들은 좋은 맥주를 만들수록, 또 인재나 생산설비에 투자할수록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있다.

5월 초로 예정됐던 주세법 종량세 전환 발표가 연기됐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일정도 내놓지 않았다. 종량세 전환은 우리 맥주 업체들이 글로벌 맥주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다. 누군가에게는 금세 지나가는 시간이겠지만 맥주 업계에는 촌각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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