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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계가 목소리 내면 '보수'가 커지는데, 한국당은 왜 불안해 하나

중앙일보

입력

바른미래당에서 바른정당계가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평상시 대여 투쟁에선 우군이 늘어나 힘을 얻게 됐지만, 본질적인 보수통합엔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15일 국회에서 유승민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로 선출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15일 국회에서 유승민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사보임 논란의 당사자였던 오신환 의원이 지난 14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바른정당계는 당내 구심력을 확보했다. 최근 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손학규 대표 퇴진론을 내세우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도 그간 당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았던 이혜훈·유의동·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가 총출동하며 세를 과시했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을 거치며 안철수계와 연대에 성공한 바른정당계가 당내 비주류에서 주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자연히 오 원내대표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이후 국회 정상화 방법론을 두고 여야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오 원내대표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중재자 역할을 맡을 여지가 생겨서다. 지난 20일 이뤄진 3당 원내대표의 ‘호프 회동’ 역시 이 원내대표에게 “맥주 잘 사주는 형이 돼달라”고 한 오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입지가 커지자 바른정당계 내에선 "한국당과의 통합? 자강이 우선이다. 행여 보수통합을 해도 지금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4·3 재보궐에서 참패한 뒤 위기감이 만연했을 때와는 온도 차가 크다.

이는 바른정당계 리더인 유승민 의원의 21일 강연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그는 이날 동국대 강연에서 “내년 총선 때 (바른미래당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자유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의원은 “사석에서 유 의원을 만나 ‘한국당에 오라’고 농반진반 말을 건네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었는데, 최근엔 같은 말을 꺼내면 ‘나 안 간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정병국·유승민·오신환·이혜훈 의원(왼쪽부터)이 25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해 문 의장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허가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바른미래당 하태경·정병국·유승민·오신환·이혜훈 의원(왼쪽부터)이 25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해 문 의장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허가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대통합이 필수불가결한 한국당으로선 의외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오신환 원내대표 체제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오 원내대표 당선으로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과정을 무산시키는 데는 힘을 얻겠지만, 향후 정계개편 등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되면 바른미래당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 않겠나. 통합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한국당 내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 투쟁에 가속을 내면서 당이 '우클릭' 경향을 보이는데,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서울·수도권에서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고스란히 내면 (한국당) 당선은 솔직히 힘들지 않겠나"라며 "보수통합을 향한 밑그림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할 때"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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