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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있는 내 차가 알아서 돈 벌어오는 시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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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모빌리티 혁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40년 서울 광화문 한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나자율씨. 스마트폰 앱에 알림 창이 반짝인다. 터치하자 사무실 인근에 있는 한 승객이 강남역까지 이동해야 한다며 차량 렌트를 요청한다. 자율주행성능을 갖춘 내 차에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승객을 태우라고 지시하자,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 퇴근할 때까지 쓸 일이 없었던 나자율씨 차는 두 차례나 이렇게 스스로 운행하며 4만원을 벌어왔다.

2040년 같은 날 KTX를 타고 지방 출장을 다녀오던 나연결씨,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에 스마트 시계에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도착하면 바로 집으로 갈 거예요. 짐은 없고 저 혼자입니다." 인근 주차타워에 있던 자율주행차량 한 대가 교통정보센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서울역사 앞으로 나연결씨 픽업을 온다. 1인용 침대가 설치된 차 안에 누워 센터페시아에 달린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다.

2023년이면 완전 자율주행차 가능 

자동차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 혁신이 가져올 미래상이다. 이런 미래가 가능한 건 모빌리티 혁신이 크게 자율주행·승차공유·전기차의 세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소장은 "세 갈래 혁신은 결국 차 한 대에 모일 수밖에 없고, 미래 자동차는 개념과 사용법 자체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행 중인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 [중앙포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행 중인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 [중앙포토]

우선 자율주행은 인간을 운전으로부터 해방해줄 기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23년이면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량을 생산하는데 기술적 제약이 없는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운전에 사용되던 시간이 고스란히 새로운 시장이 된다. 운전에서 자유로워진 시간은 콘텐트 소비, 어학공부, 업무처리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자율주행 시대에는 '시장 점유율'이 아닌 '시간 점유율'이 자동차 서비스의 승부처"라고 분석했다. 음성명령 같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차량과 결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IHS마킷에 따르면 2040년 이후 세계 자율주행차 판매량은 3300만대를 넘어 신차 중 26%를 차지할 전망이다.

엔진 꺼둬도 승차 콜에 반응하는 차로 

전기차는 자동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 기기로 만들 필요조건'이다. 자동차 동력을 배터리로 바꾸면 마치 스마트폰처럼, 엔진을 꺼 둔 상태에서도 승차 콜 등에 차량이 반응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내연기관 차를 발명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내연기관차 생산량을 줄여가다 2039년부터는 아예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폴크스바겐도 이미 '2026년 내연기관 엔진 개발 중단,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현대차도 올 1월 시무식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23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크로아티아의 리막에 최근 1000억원을 투자했다.

토요타가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컨셉카 '이 팔레트'. [중앙포토]

토요타가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컨셉카 '이 팔레트'. [중앙포토]

자율주행과 전기차 개발이 완성되면 승차공유도 활발해질 수 밖에 없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금 인류가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개개인이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쥐고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며 "택시 잡는 인파가 내 앞에 끝없이 늘어서 있고, 내가 언제쯤 탈 수 있을지 모르는 불편과 불안감이 있는 한 스마트폰을 통해 유휴 차량을 부르려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서비스 등장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의 모기업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이달 초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하면 최대 피해자는 택시기사 분들이 된다. 일자리를 잃고 면허 값도 0원이 될 것이다. 이런 미래가 오기 전에 승차공유 플랫폼과 택시가 손을 잡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가 가져올 모빌리티 혁신을 놓고 IT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구글·애플 등 '테크 골리앗'은 스마트폰에서 운영체제(OS)를 장악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장악을 꿈꾼다. 이 소장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 인포테인먼트나 AI 활용 기술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차량용 반도체의 품질 안전 인증을 받고, 이동통신사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맵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것도 모빌리티 산업에서 한 축을 맡기 위해서다.

현대차, 전동스쿠터 등 대량 생산 고민 중 

완성차 업체는 입장이 다급하다. 자동차의 혁신은 지금까지 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뤄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스마트기기가 될 때 '두뇌'와 '속'을 장악하는 일은 낯선 도전이다. 이대로 가다간 완성차 업체는 서비스 공급 업체의 하청업체가 될지 모른다는 게 자동차 업체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만 약 5000억원을 투입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됐다. 현대차는 최근 전동스쿠터 같은 단거리 이동용 마이크로 모빌리티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다임러의 'CASE 전략', BMW의 'ACES 전략', 토요타의 YUI 전략도 용어는 다르지만 결국 내용은 '자율주행과 연결성(Connectivity)을 바탕으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중심기업으로 변신하겠다'로 요약된다.

자동차,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의 핵심으로 부상 

이재호 소장은 "국내에서는 승차공유 한 분야에만 초점을 맞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업계에서는 인간의 이동을 편하게 보장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속속 결합하고 있다"며 "모빌리티 혁신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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