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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핵 나머지 3곳", 서위리·강선·분강 지하시설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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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세 곳의 핵 시설을 더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핵 전문가들은 영변 인근 서위리와 분강과 평안남도 강선 비밀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꼽았다.[구글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세 곳의 핵 시설을 더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핵 전문가들은 영변 인근 서위리와 분강과 평안남도 강선 비밀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꼽았다.[구글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시설 5곳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실제 대북 기밀을 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핵 전문가들이 영변과 풍계리 핵실험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영변 인근 서위리·분강, 평안남도 강선 등 지하 비밀 시설을 꼽은 것일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다.

19일 폭스 인터뷰서 공개…CNN "비밀 정보 누설" #국방정보국 출신 "영변 인근 서위리 언급 가능성, #2010년 영변보다 많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 파악" #IAEA 전 사무차장 "영변서 10㎞ 떨어진 별도 시설" #핵물질 외 탄두핵, 기폭장치 제조·조립시설 필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곳(site)만 없애기를 원했지만, 다섯 곳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머지 세 곳은 어떻게 할 거냐. (세 곳을 빼면) 그건 소용이 없다. 우리가 합의한다면 진정한 합의를 하자’고도 했다”고 세부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자신의 협상술을 자랑하면서 한 발언이긴 하지만 은연중에 북핵 기밀을 공개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에인절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인근의 서위리의 핵시설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이미 2010년 서위리 시설에서 영변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파악했다”라고 덧붙였다. 서위리는 2010년 11월 북한이 공개한 영변 단지 내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립하기 전부터 운영해온 지하 시설로 의심받던 곳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2000년 후반부터 영변 원자로로부터 서남쪽 약 10㎞ 지점의 수리봉(해발 301m)에 지하 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심해왔다고 한다.

북한 평양 외곽 남포시 천리마 구역의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트위터]

북한 평양 외곽 남포시 천리마 구역의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 트위터]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VOA에 “핵 개발의 기본 공정을 고려할 때 북핵 시설은 최소 5곳”이라고 말했다. 영변과 같은 핵물질 생산시설,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탄두핵(피트:Pit)으로 만드는 금속변환(합금) 시설, 핵탄두 조립시설과 풍계리 이외 별도 핵실험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면서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박천ㆍ평산 우라늄 광산과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강선 등 비밀 시설들을 고려하면 핵 관련 시설은 더 많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서위리 시설과 관련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1993년 영변 사찰 당시 영변에서 10㎞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시설을 파악하고 사찰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연구원은 “핵분열을 가속하는 고성능 폭약을 만드는 시설은 폭발 위험 때문에 별도로 지어야 하므로 기폭장치 제조시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로퍼 전 연구원은 “이란의 사례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북한도 똑같은 시설을 2곳씩 만들어 외부 정찰이나 공격을 피하려 할 수 있다”라고도 설명했다. 결국 핵물질ㆍ탄두핵ㆍ기폭장치를 각각 제조하고, 핵탄두를 조립ㆍ보관하는 시설까지 고려할 경우 전체 시설의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영변과 풍계리 외에 분강ㆍ서위리ㆍ강선 등 대규모 지하 비밀 시설에 대한 기밀 정보를 공개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인터뷰에서 북핵뿐 아니라 다른 민감한 기밀 정보도 함께 거론했다. ‘지난해 중간선거 도중 러시아가 선거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사이버 공격을 직접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모든 것이 내 행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기관들은 내가 정보를 발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미국 정보기관들의 러시아에 대한 비밀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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