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사드 모드 비행" 산불 지나간 고성·강릉에 드론이 떴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동연의 드론이 뭐기에(22)

산불 피해 입은 원암마을. [사진 신동연]

산불 피해 입은 원암마을. [사진 신동연]

강원도 고성‧강릉 등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산림청 등 민관군이 합동으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복구는 시작도 못 한 채 이재민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피해조사와 2차 피해방지 등을 위한 복구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산불이나 홍수같이 재해 발생지역이 넓은 경우 일반적으로 위성영상 자료 분석과 현장조사를 병행해 실시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특히 민간 피해 상황인 경우 조사의 객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을 고성·속초는 1227㏊, 강릉·동해가 1260㏊, 인제가 345㏊ 등 총 2832㏊로 최종 집계됐다. 당초 산불 발생 초기에는 피해면적이 고성·속초 250㏊, 강릉·동해 250㏊, 인제 30㏊ 등 총 530㏊로 발표했던 것이 상당히 늘어났다.

산불 피해 입은 원암마을을 고해상도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진 신동연]

산불 피해 입은 원암마을을 고해상도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진 신동연]

산림청은 피해 면적인 늘어난 이유를 “위성사진 판독에서 구름에 가리는 등 피해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데다 불에 약한 소나무가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 10여일이 지나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기존 산불 피해조사 방법에는 여러 이유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피해조사 방법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고해상도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산불 진압 지원이나 인명 구호에 드론이 활용된 적은 있지만 산불 피해 조사에 사용된 적은 드물다. 이 방식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활용해 피해지역을 3D 모델링으로 제작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직감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한장의3D 모델링 화면에서 현장의 상태, 규모, 크기 등 피해 상황을 간단한 마우스 조작으로 쉽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45도 시선에서 본 원암마을 전경. [사진 신동연]

45도 시선에서 본 원암마을 전경. [사진 신동연]

이를 위해 산불 진화가 마무리된 지난달 8일 피해가 심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한화리조트 등 대형 관광시설이 인접돼 있어 자치 잘못됐으면 대형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속초시와 미시령 IC가 연결되는 큰 도로의 샛길로 접어드는 마을 진입 도로변은 화마로 인해 나무들이 검게 그을려 있었고, 마을회관 앞에는 복구 작업을 위한 장비와 차들로 어수선했다. 파손된 주택과 무너져 내린 농기계 창고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우선 드론 촬영에 앞서 비행 계획을 위해 마을의 규모와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비행할 장소는 마을 전경과 드론의 움직임이 잘 보이는 위치가 높은 2층짜리 주택 옥상으로 정했다. 드론은 설정된 경로로 자동으로 비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자가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람은 10m/s 정도로 심했다. 드론은 인텔 팔콘8+를 사용했다.

3D 모델링 프로그램 화면에서 면적(상)과 체적(하)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신동연]

3D 모델링 프로그램 화면에서 면적(상)과 체적(하)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신동연]

자동비행 프로그램인 IMC(Intel Mission Control)를 활용한 비행계획은 마을 전체를 그리드 모드 비행과 마을을 이등분한 작은 규모의 COI모드 비행을 병행했고, 일부 피해가 심한 주택이나 장소는 파사드 모드 비행으로 촬영해 좀 더 세밀한 관찰이 가능하게 설정했다. 총 비행시간은 36분, 취득한 사진 장수는 947장으로 후처리 과정을 거쳐, 3D 모델링 전용프로그램인 Context capture로3D 모델을 완성했다.

완성된 3D 모델을 활용해 마을의 피해 상황을 직감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지도와 같이 위에서 내려 보는 정사영상 형태로 피해 상황을 구석구석 볼 수 있고, 특정 대상물이나 지역의 피해 규모나 상태를 면밀히 살피려면 그 부분을 확대하거나 대상물을 상하좌우로 돌려보면서 관찰이 가능하다.

또한 피해 정도를 수치로 산출이 가능하다. 3D 모델 화면상에서 마우스의 간단한 지정으로 피해 거리나 면적을 쉽게 산출할 수 있고, 필요하면 건물이나 지형의 체적까지 산출이 가능해, 과학적으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2017년 강릉 산불 피해지역의 복원 과정을 데이터화하기 위해 지난해 드론으로 촬영한 뒤 3D 모델을 제작했다.

신동연 드론아이디 세일 마켓 담당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