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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집배원 유족 “상사 사택 개똥까지 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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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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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숨진 30대 무기계약직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 외에도 개똥 청소 등 상사의 사적 지시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충남 공주우체국 상시계약 집배원으로 일하던 A씨(34)의 유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집배원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동생이) 하루 배달한 우편물량은 이동 거리가 많은 농촌 지역으로 하루에 1200여건 정도로 전국 집배원 평균보다 200건 이상 많았다. 동생은 매일 2~3시간 연장 근무를 해야 할 만큼 업무량이 많았다”며 “과중한 업무로 몸이 아프거나 배달을 하며 다치더라도 퇴근이 늦어 병원을 쉽게 가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러 출근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했던 건 곧 있을 정규직 전환 때문이라는 게 청원인 주장이다.

또 “(동생이) 상사 이삿짐을 나르거나 사택에 키우는 개똥 청소 등 상사의 개인적인 일을 업무지시로 받아 하는 일도 많았다”며 “상사의 사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힘들어했지만, 곧 있을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며 매일 강도 높은 일을 묵묵히 해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동생은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일을 묵묵히 하다 지난 오전 차가운 몸으로 변해 더는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며 “우정사업본부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집배원의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관행을 없애고 상사의 개인적인 갑질도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기준 1만6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에 대해 충청지방우정청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당지시 전반에 대해 감사 중”이라며 “특히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청원에 기술된 상사에 대한 감사를 면밀히 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측도 “A씨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가족 요청에 최대한 적극 협조하겠다”며 “상사의 개인적인 갑질과 관련해선 1차 감사를 진행했고, 현재 추가 보강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선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조처하겠다”고 설명했다.

2016년 2월부터 상시계약 집배원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무기 계약직 우체국 집배원인 A씨는 지난해 정규직 집배원 채용에 응시해 고배를 마셨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A씨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집배노조는 20일 오후 공주우체국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가 A씨 순직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전국집배노조 관계자는 “A씨는 잠을 자던 중 심정지로 사망하는 과로사의 전형적인 양태다. 젊은 사람이 사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면서 “장시간 노동이 비극을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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