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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2인1조 출동했음 이랬을까, 대림동 여경 논란은 여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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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여성 경찰이 피의자를 제압하는 장면. [사진 구로서 공개 유튜브 영상 캡처]

논란이 된 여성 경찰이 피의자를 제압하는 장면. [사진 구로서 공개 유튜브 영상 캡처]

“남녀가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건 맞지만 범죄 현장은 남녀 신체조건을 배려해주지 않지 않나. 경찰 뽑을 때 체력검사로 남녀 차별을 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8)씨는 ‘대림동 여경’ 영상을 본 후 “여경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채용 기준에 대해서는 불만이다”고 말했다.

여성 경찰이 술 취한 피의자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림동 여경’ 영상 논란이 경찰 채용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경찰 채용 체력검사는 남녀 모두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우 악력, 팔굽혀펴기 5종목을 심사하고 있다. 각 종목별로 기록에 따라 1~10점을 부여하지만 남녀의 점수 측정 기준은 다르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남성은 1분에 58개 이상, 여성은 1분에 50개 이상을 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남녀 검사 방식이 동일한 나머지 종목과 다르게 팔굽혀펴기는 여성에게 무릎을 바닥에 대는 자세를 허용한다.

"경찰만 팔굽혀펴기 남녀 자세 달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남녀 똑같은 자세로 팔굽혀펴기하는 일본 후쿠오카와 싱가포르 경찰 체력검사를 예시로 들며 한국 여경 채용 기준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한국에서도 군인과 소방공무원은 모든 체력검사 종목에서 자세를 남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경찰만 유일하게 다르다”며 “여경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체력검사 기준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했다.

팔굽혀펴기는 과거 경찰 체력검사에 없던 종목으로 2011년부터 실시됐다. 채용 검사뿐 아니라 현직 경찰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체력검사도 똑같이 여경은 무릎을 대고 하는 방식으로 측정하고 있다. 경찰청 인재선발계 김태원 경감은 “팔굽혀펴기 종목이 생길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했던 국민 체력실태조사를 참고해 기준으로 삼았는데 그때 여성은 팔굽혀펴기를 무릎에 대고 하는 게 기준이었다”며 “앞으로 자세뿐 아니라 체력검사 기준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찰대, "2021년 입학생부터 같은 자세로 시험" 

경찰대학은 입학생 체력검사를 양성평등 기준에 맞춰 새롭게 변경했다. 경찰대학 개혁 TF팀의 하만원 계장은 “내년에 채용하는 2021년 입학생 대상으로 팔굽혀펴기를 남녀 모두 정자세로 바꿨다”며 “경찰 간부 채용도 제도 개선을 준비 중으로 알고 있으며 올해 7월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림동 여경’ 영상이 여경의 체력 검정 논란이나 여경 무용론 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경찰은 격투기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체력을 갖추면 된다”며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잘못이지 비난의 화살이 여경과 여경 채용 기준으로 쏠리는 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 경찰관은 “남자 경찰관 2인 1조로 나갔다면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여경 체력검사나 여경의 내근 부서 선호로 비판이 흐르는 건 우리 사회의 혐오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경도 외근 수사부서를 원하지만 강력·형사 등 외근 부서에 근무하려면 20대 미혼에 향후 몇년간 출산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내부 룰이 암암리에 있다. 여경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와 경찰 내부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여성 최초로 경찰 치안감과 치안정감을 지낸 이금형(61) 서원대 석좌교수는 “여경 무용론은 성숙하지 못한 의견이며 오히려 여성 경찰관들이 늘어나면 여성 피해자나 피의자의 인권 침해,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석좌교수는 “여경들도 어려운 업무라고 기피하지 말고 힘든 일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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