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우울증·조울증 환자 생체리듬 AI 분석 … 재발 사흘 전 족집게 예측

중앙일보

입력 2019.05.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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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고대안암병원 이헌정·조철현 교수팀 

"기분장애 환자 55명 대상 연구
스마트 기기로 분석, 정확도 90%
사전 경고로 관리에 도움 기대"

 스마트밴드·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로 수집한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우울증·조울증 등 기분장애 재발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조철현 교수와 성신여대 이택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우울증·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를 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의학 인터넷 연구저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울증·조울증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을 사용해 활동량, 수면 양상, 심박수 변화, 빛 노출 정도 등 130개 항목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동시에 매일 밤 환자 스스로 기분 상태를 기록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보급했고 추가로 3개월마다 외래 진료를 통해 기분장애 여부를 판단했다. 조철현 교수는 “임상적·이론적으로 기분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한 뒤 이를 생체리듬 교란과 연관 지어 세분화했다”며 “가령 낮과 밤중에서 언제 더 많이 움직였는지에 따라 기분장애 재발 위험이 달라지는데 이를 구분해 자료를 수집한 것”이라 설명했다.

2년간 매일 130개 항목 실시간 수집

이렇게 2년간 측정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보내졌다. 환자의 객관적인 행동 양상과 생체리듬 교란 여부가 우울증·조울증의 재발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게 ‘학습 재료’로 활용됐다. 그 결과,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3일 후 환자의 기분장애 재발 여부를 90%에 달하는 정확도로 예측해냈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꾸준한 약물치료에도 재발이 잦은 질환이다. 다양한 요인이 이들 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보고 없이 객관적인 행동이나 생체리듬 측정만으로 기분장애 재발을 예측·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다. 이헌정 교수는 “기분장애 환자의 증상 발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사전에 이를 조절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를 통해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삶의 질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스마트 기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우울증·조울증의 재발을 예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환자의 기분장애 재발 위험이 높을 경우 사전에 이를 경고해 주고 개별 요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도움이 되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증상 재발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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