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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배운 전차 수출한 터키…방산 '형제의 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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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가가 76대의 전차를 외국서 사들이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방산기업인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들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독일 크라우스-마파이의 레오파르트2 전차였다. 그런데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다. BMC란 터키 방산기업이 알타이(Altay) 전차를 내세운 것이다.

[이철재의 밀담] #한국·터키 번번히 방산 입찰 경쟁 #터키, 한국 방산기술 수입해 성장 #외형적 성장과 질적 한계 공통점 #경쟁보다 협력으로 서로 보완해야

터키 알타이(Altay) 전차의 주행. 그러나 한 국가에서 이뤄진 주행 시험 도중 알타이는 엔진 이상으로 멈춰섰다고 한다. [유튜브 DefenseWebTV 캡처]

터키 알타이(Altay) 전차의 주행. 그러나 한 국가에서 이뤄진 주행 시험 도중 알타이는 엔진 이상으로 멈춰섰다고 한다. [유튜브 DefenseWebTV 캡처]

현재 한국이 터키를 앞서고 있다. 전차 주행시험에서 한국의 K2는 쌩쌩하게 달렸지만, 터키의 알타이는 험한 지형과 날씨를 이기지 못해 도중 퍼졌다고 한다.하지만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K2와 알타이는 사실상 사제(師弟) 관계다. K2의 기술을 바탕으로 알타이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기술을 도입해 터키에서 만든 알타이(Atlay) 전차, 한국 K2 흑표 전차를 바탕으로 포탑 등 일부 개량했다. [사진 터키 국방부]

한국 기술을 도입해 터키에서 만든 알타이(Atlay) 전차, 한국 K2 흑표 전차를 바탕으로 포탑 등 일부 개량했다. [사진 터키 국방부]

한국은 2005년 K2 흑표 전차의 개발 기술과 주요 부품을 터키에 4000억원에 수출했다. 이 때문에 알타이는 K2와 빼닮을 수밖에 없다. 알타이가 보기륜(무한궤도 안에서 도는 바퀴)가 7개로 K2에 비해 하나 더 많을 뿐이다. 차체가 더 길어진만큼 알타이의 무게가 K2보다 10t 더 나간다.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K2 흑표전차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K2 흑표전차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이 터키로부터 K2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을 때만 하더라도 다들 장한 일이라고 여겼다. ‘형제의 나라’인 터키와 더 돈독해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요즘 경쟁자에게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터키는 ‘모(某) 국가’에서 한국에 밀린 대신 지난 3월 카타르로부터 100대의 알타이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세계 방위산업 시장 앞에서 터키라는 ‘새끼 호랑이’를 키운 형국이다.

터키의 대함 미사일 ATMACA. 바다 위를 스치듯 비행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진 Rocketan]

터키의 대함 미사일 ATMACA. 바다 위를 스치듯 비행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진 Rocketan]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전 세계 방산 시장을 놓고 한국과 터키의 경쟁이 많아진다는 예측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라고 말했다. 주터키 대사관 무관을 지낸 한주성 대령은 “같은 이슬람권인 동남아시아·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에선 터키가 한국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며 “이들 지역은 한국도 방산시장 타킷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술로 성장, 이제는 한국 시장 노려

터키의 조선업체인 STM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해군 사령부에서 잠수함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고 영국의 IHS 제인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닌달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입하는 계약을 한국의 대우조선해양과 맺었다. 계약 금액은 10억 2000만 달러(약 1조 2180억원)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과 1차 잠수함 사업(1400t급 3척)에 이어 2차 사업까지 휩쓸었다.

한국 기술을 받아 터키에서 개발한 T-155 프르트나(Firtina) 자주포. [사진 www.neoldu.com]

한국 기술을 받아 터키에서 개발한 T-155 프르트나(Firtina) 자주포. [사진 www.neoldu.com]

인도네시아 해군은 2024년 이후 추가로 4척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3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터키가 이 물량을 노린 모양이다. STM은 독일의 유명 잠수함 제조사인 TKMS와도 손잡았다. 3차 사업까지 손쉽게 보던 대우조선해양에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2017년 9월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2017 국제 방위산업전시회(MSPO) 행사장에 K9 자주포.폴란드는 K9 자주포의 차체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지상방산이 차체를 수출하면 포는 폴란드 자체 규격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2017년 9월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2017 국제 방위산업전시회(MSPO) 행사장에 K9 자주포.폴란드는 K9 자주포의 차체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지상방산이 차체를 수출하면 포는 폴란드 자체 규격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2월 터키의 훌루시 아카르 국방부 장관은 “카타르와 중요한 무기 수출 협정을 맺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터키 언론은 T-155 프트르나(Firtina) 자주포 수출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T-155는 한국의 K9 자주포의 기술을 받아 만든 자주포다. ‘K2와 알타이’와 마찬가지로 ‘K9과 T-155’도 사제지간이다.

독일 TKMS의 214급 잠수함. 터키의 STB는 이 잠수함을 갖고 인도네시아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한국의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 TKMS]

독일 TKMS의 214급 잠수함. 터키의 STB는 이 잠수함을 갖고 인도네시아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한국의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 TKMS]

이쯤 되면 터키가 한국의 경쟁자며, 터키를 키운 나라가 한국이 맞다. 게다가 터키는 한국을 바짝 쫓아오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간한 ‘국제무기거래 동향, 2018’에 따르면 한국은 2014~2018년 전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1.8%를 차지해 11대 무기 수출국이 됐다. 터키는 같은 기간 14위(1.0%)였다.

터키 공화국 100주년 2023년 '세계 5위' 방산국가 노려

터키 정부는 2015년 수도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군수산업전시회(IDEF)에서 터키 공화국 선포 10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세계 5위권의 방산수출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2017년 터키에서 근무했던 코트라의 김재우 차장은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주도 아래 방산을 육성산업 중 수위로 두며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성 대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1970년대 자주국방을 강조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터키의 항공우주 및 기술 축제인 테크노페스트에서 터키의 공격헬기 T-129 아탁(ATAK)이 시범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

지난해 9월 터키의 항공우주 및 기술 축제인 테크노페스트에서 터키의 공격헬기 T-129 아탁(ATAK)이 시범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터키 수출협회는 터키 방위ㆍ항공우주 산업 수출액이 2013년 13억 8800만 달러(약 1조 6580억원)에서 지난해 20억 3500만 달러(약 2조 4310억원)로 늘었다고 밝혔다. 터키 방위ㆍ항공우주 산업의 총 매출은 2013년 50억 7600만 달러(약 6조 640억원)에서 2017년 66억 9300만 달러(약 8조원)로 증가했다.

터키의 공격용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사진 Baykar Makina]

터키의 공격용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사진 Baykar Makina]

우크라이나는 지난 1월 터키제 공격용 무인기인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12대를 구매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중고도 무인기(MUAV)인 바이락타르 TB2는 12m 길이의 날개 양쪽에 장거리 대전차미사일 2발을 달 수 있다. 8000m 이상 상공에서 24시간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 공동개발로 완성된 하리마우(Harimau) 경전차 [사진 FNSS]

터키와 인도네시아 공동개발로 완성된 하리마우(Harimau) 경전차 [사진 FNSS]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2일 터키-인도네시아 공동개발 하리마우(Harimau) 전차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하리마우는 장갑차에 105㎜ 포를 얹은 경전차다. 터키는 인도네시아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의 이웃 나라 필리핀의 전차 사업에 하리마우를 들이밀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7월 터키로부터 T-129 아탁(ATAK) 공격헬기 30대를 사들이기로 했다. T-129는 터키가 이탈리아의 기술로 만든 공격헬기다. 파키스탄은 이미 터키의 밀젬(MILGEM) 초계함 4척을 수입하고 있다. T-129는 필리핀에도 8~10대가 수출될 전망이다.

터키의 자주도하장비 오터(OTTER) 설치 모습. [사진 FNSS]

터키의 자주도하장비 오터(OTTER) 설치 모습. [사진 FNSS]

터키는 한때 스승이었던 한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터키의 방산업체인 FNSS는 현대로템과 팀을 꾸려 육군의 자주도하장비(AAAB) 입찰에 나섰다. FNSS가 자사의 자주도하장비인 오테(OTTER) 관련 기술을 현대로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주도하장비는 기갑ㆍ기계화 부대가 강을 건널 때 배나 다리 역할을 하는 수륙양용장비다.

터키, 냉전시기 최전선…IS 소탕전 실전 경험 축적

터키의 방산은 어떻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 터키는 냉전 당시 서독과 함께 서방의 최전선이었다. 그래서 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다.

터키의 T-122 사카르야(Sakarya) 다연장로켓포가 포사격을 하고 있다. [트위터 shamcenter2]

터키의 T-122 사카르야(Sakarya) 다연장로켓포가 포사격을 하고 있다. [트위터 shamcenter2]

냉전의 절정기였던 1980년 당시 터키군은 병력 56만 7000여 명, 전차 3500여 대, 전투기 290여 대, 전투함 75척을 자랑했다(밀리터리밸런스 기준). 지난해 병력 35만 5200여 명, 전차 2379대, 전투기 308대, 전투함 71척으로 줄었지만, 아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미국 다음가는 전력이다.

한주성 대령은 “터키군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터키 방산업체의 내수 시장이 탄탄하다”며 “시리아에서 수니파 무장 단체인 이슬람 국가(IS)와 싸웠던 터키군의 실전 경험을 터키 방산업체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터키 국방부는 시리아 북부 아프린(Afrin) 지역에 주둔하는 터키군을 공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열엇다. 터키는 지난해 1월 시리아 쿠르드족 거주지역 아프린을 침공했다. [AP=연합]

지난 3월 터키 국방부는 시리아 북부 아프린(Afrin) 지역에 주둔하는 터키군을 공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열엇다. 터키는 지난해 1월 시리아 쿠르드족 거주지역 아프린을 침공했다. [AP=연합]

한국이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했듯 터키도 그런 길을 걸었다. 한국처럼 터키도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면서 방산을 키웠다. 터키가 자랑하는 알타이, 프르트나는 한국에서, 아탁은 이탈리아에서 각각 기술을 가져왔다. 그러던 터키가 이들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현호씨는 “무인기나 로켓ㆍ미사일, 총기에선 터키는 한국과 견줄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행인지 아직은 터키의 방산 기초 체력은 다소 부실해 보인다. 알타이는 터키 방산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전차엔 당초 독일제 파워팩(엔진+트랜스미션)을 넣기로 했다. 그러나 독일이 터키의 인권탄압을 들먹이면서 엔진 수출을 막았다.

지난 3월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이들리브(Idlib) 지역을 순찰하는 터키군 [EPA=연합]

지난 3월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이들리브(Idlib) 지역을 순찰하는 터키군 [EPA=연합]

터키는 일본ㆍ오스트리아ㆍ우크라이나 등 다른 기술 수입선을 찾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터키의 튀모산이란 업체가 2억 달러(약 2388억원)를 들여 개발했다는 터키산 엔진을 알타이에 공급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터키 대통령실 방위산업수석실(SSBㆍ한국의 방위사업청에 해당)은 5개 터키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알타이 엔진 재입찰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영국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

지난해 5월 영국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

터키의 유력 일간지인 줌휴리예트는 ‘탱크 몸체는 완성했으나, 문제는 엔진이 없다’는 기사에서 “(정부가) ‘아랍 국가들이 알타이를 사려고 줄을 서게 될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엔진이 없어 양산에 돌입하지 못할 처지”라고 보도했다. 터키의 방산은 해외 기술도입이 필요하며, 주요 부품도 수입하고 있다. 중공업 기반이 약하고, 기술력이 달린 터키 방산은 겉모습만 화려하고 실제는 텅 빈 깡통과 같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경유착' 텅빈 깡통 터키 방산의 미래는 

정경 유착도 터키의 방산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알타이는 터키의 오토카르가 한국 현대로템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했다. 그런데 오토카르가 생산하기로 한 방침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결국 BMC가 제조사로 선정됐다. 오토카르는 군용 차량을 만든 역사가 제법 길다. BMC는 이 분야의 새내기다. 하지만 BMC의 에텀 샌케이크 사장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아주 친한 사이다.

터키의 방산업체인 오토카가 개발한 신형 전기 장갑차 아르케프(Akrep) II.  [사진 bizimsakarya.com.tr]

터키의 방산업체인 오토카가 개발한 신형 전기 장갑차 아르케프(Akrep) II. [사진 bizimsakarya.com.tr]

터키도 자국 방산 수준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실력을 쌓아 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월 주요 기술과 부품을 국산화한 신형 대형 공격헬기 사업인 아탁 2(ATAK 2)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터키의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야심 찬 방산 계획의 전망이 어두워졌다. 화폐인 리라화 값이 내려가면서 보유 외환도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가 부채도 덩달아 늘고 있다. 우수 방산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터키가 2023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TF-X. 터키는 한국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KFX에서 탈퇴한 뒤 국산 전투기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작게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엔진을 납품할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분쟁을 겪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 TAI]

터키가 2023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TF-X. 터키는 한국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인 KFX에서 탈퇴한 뒤 국산 전투기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작게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엔진을 납품할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분쟁을 겪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 TAI]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외줄타기도 터키 방산을 위협한다.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자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터키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는 주권 문제라며 미국의 요구에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불런트 알리리자 연구원은 ”터키의 방위산업은 미국과의 공동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F-35 이슈는 터키의 방산 개발은 물론 수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헬기 엔진의 터키 수출을 불허하면서, 터키의 파키스탄 T-129 수출 프로그램도 타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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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도입할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의 터키 내 전개가 오는 10월부터 이루어질 것이라고 터키 국방장관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자국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밝혔다.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도입할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의 터키 내 전개가 오는 10월부터 이루어질 것이라고 터키 국방장관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자국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밝혔다. [연합뉴스]

터키의 최근 행보는 한국에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핵심기술 확보 없이 모든 무기를 독자 개발하겠다며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데서 한국과 터키는 비슷하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이라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렵다. 해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내수를 바라보고 생산할 경우 경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현호씨는 ”첨단 무기일수록 도입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독자 개발의 위험도는 커진다”며 “한국은 완제품 수출 위주에서 부품과 필수 기술 수출로, 그리고 국제 협력 프로젝트 발굴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열린 터키 F-35A 인도식. 이날 터키는 F-35A 2대를 인도받았으나 러시아 S-400 수입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터키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트위터 ALICINAR]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열린 터키 F-35A 인도식. 이날 터키는 F-35A 2대를 인도받았으나 러시아 S-400 수입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터키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트위터 ALICINAR]

터키는 앞으로 방산시장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한국의 경쟁자로 남을까. 한주성 대령은 이렇게 전망했다.

”영원한 경쟁자도 영원한 동업자도 없다. 그러나 한국과 터키는 당분간 국제 방산시장에서 윈윈을 이루는 동업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이 노리는 중앙아시아 방산 시장을 보자. ‘~스탄’으로 끝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개 터키의 사촌 형제들이다. 아제르바이잔어는 터키어와 90% 정도 비슷하다. 터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군사교류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중앙아시아 국가 군대들의 편제와 무기체계는 터키를 닮아가고 있다. 한국이 터키와 힘을 합치면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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