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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남들은 위기라지만 나는 돈 벌 기회로 본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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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막힌 미국 수출길을 어떻게 뚫느냐에 있다. 베트남, 태국 등으로 공장을 옮긴다. 'Not made in China' 라벨을 붙이기 위해서다.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이야 베트남으로 가겠지만, 전자 제품 등 기술 함량이 높은 건 한국이 최적지다.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거기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식이다. 물론 중국에서 80%만들고, 한국에서는 나머지 20% 마지막 포장만 하는 것이다. 이게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냐.

베이징에서 만난 필자 친구 A의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무역전쟁,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변화 불러 #흐름 잘 이용하면 비즈니스 기회 충분 #과학적 분석으로 기회 요인 포착해야

미·중 무역전쟁의 위기감은 베이징 현장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위기를 말하는 건 아니었다. 적지 않은 비즈니스맨은 오히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는 친구 B는 "미·중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행여 G20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해도 봉합일 뿐 양국 간 경제 전쟁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2001년 WTO 가입에 버금가는 변화가 올 것이다. 서플라이체인이 바뀐다. 변화할 때 기회가 오는 법이다. 중국의 문이 닫혔을 때 홍콩이 그 창구 역할을 했듯, 한국과 일본이 이번에는 중국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그는 "한국 인천이나 평택쯤에 공장을 세워놓고, 그곳을 최종 가공 단지로 활용하는 중국 기업이 분명 많아질 것"이라며 이 사업을 같이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중국-미국-한국의 법률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생산-물류 모델을 개발해보자는 얘기였다. 법무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필자는 "좋다, 한국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보마"라고 답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변화 흐름을 탄다면 비즈니스 기회는 충분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변화 흐름을 탄다면 비즈니스 기회는 충분하다."

정말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유럽의 유력 정치 리스크 분석기관인 유라시아(Eurasia) 산하 미디어인 지제로(GZERO)의 최근 보도는 흥미롭다.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가 별 수출 영향을 따져봤다. 당연히 중국과 미국의 피해가 컸다. 중국은 수출이 2015억 달러 줄고, 미국은 940억 달러 감소했다.

그 외 지역은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 EU 국가들이 71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280억 달러), 일본(240억 달러), 캐나다(220억 달러)등의 순이었다. EU와 일본과 같이 경제규모가 커 미국과의 교역이 많거나, 캐나다와 멕시코 등 미국 주변 국가들의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이 한국이다. 보도는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약 140억 달러의 수출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호주, 브라질, 인도, 그리고 가장 톡톡히 효과를 볼 것으로 여겨지는 베트남보다 많은 수치다.

물론 이 보도가 어느 정도 정확한 통계로 분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모두가 위기라고 여겨지는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보도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각 국별 수출 변화 예상 [출처: GZERO]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각 국별 수출 변화 예상 [출처: GZERO]

이젠 우리도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부정적 요인은 많다. 가장 큰 것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우리의 대중 수출 타격이다. 그동안 중국에 수출되던 반제품, 부품 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수출의 약 70%가 이 부류 상품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중국의 경기 위축에 의한 소비 위축도 우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회도 많다. 미국의 견제로 인해 중국의 기술 굴기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우리로서는 경쟁 분야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화웨이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우리 IT업계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베이징 친구들이 얘기하듯,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를 파악하면 길이 보인다. 한국이 중국 상품의 대미 창구가 될 수 있으면, 물류 변화에 따른 해운의 특수도 기대할만하다.

필자의 추론이다. 막연한 추론에 그쳐선 안 된다. 이젠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데이터를 넣어 돌려보고,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은 그런 일 하라고 국민 세금 넣어주는 것 아니던가.

베이징의 저 말단 비즈니스맨이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는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

무역전쟁이 결코 '강 건너 불구경' 꼴 되어선 안된다.

글 베이징=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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