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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융합·공헌 3C에 총력…다빈치 같은 멀티 인재 키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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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호 02면

[양영유의 총장 열전] 김창수 중앙대 총장

‘I + ∞: 당신의 가능성에 중앙 100년의 가치를 더합니다.’ 중앙대의 올해 신입생 모집 슬로건이다. 신입생 한 명 한 명이 무한대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I + ∞’는 ‘100 + 1’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00년 역사의 ‘센추리 클럽(Century Club)’ 대학이 된 데 이어 올해 또 다른 센추리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다. 100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대학의 총장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지만 부담일 수도 있다. 지난 8일 중앙대에서 만난 김창수(62) 총장은 숙명이자 기회라고 했다.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교육(Teaching)과 학습(Learning) 중심에서 다빈치형 창의 인재를 키우는 사고(Thinking)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할 적기라는 설명이다.

신입생 전공 개방 #학과별 정시 정원 20% 개방형 모집 #적성 파악 후 2학년 때 전공 선택 #실사구시 연구 #페이퍼 팩토리로 변한 풍토 반성 #지역상권 활성화 등 삶의 질 개선 #유니버시티 4.0 #4차 혁명 시대 수요자 중심 교육 #노년층 복지 등 사회 문제 해결

중앙대의 상징인 청룡상 앞에 선 김창수 총장은 ’학부 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중앙대의 상징인 청룡상 앞에 선 김창수 총장은 ’학부 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센추리 대학이 된 중앙대가 새 비전을 내놨다고 들었습니다.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 인재, 중앙’을 새로 설정했어요. 2030년까지 ‘지식창출로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 ‘학생 성공을 지원하는 대학’,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대학’을 추진합니다. 3대 전략은 ‘연결·융합·공헌’입니다.”

센추리 클럽 가입 … 올해 101돌 새 출발

연결·융합·공헌 전략이 특이합니다.
“4차 혁명시대의 대학은 3C가 필수입니다. 연결(Connect)·융합(Converge)·공헌(Contribute)이죠. 다양한 주체를 연결해 융합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 속으로 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다빈치형 인재를 키워내 학생이 성공하고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신 약속(New Promise)입니다.”

김 총장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를 모델로 한 인재관은 선명했다.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철학·의학·정치학·음악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탁월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한 다빈치 같은 창의·융합형 인재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다빈치형 인재입니까.
“다빈치는 4차 혁명의 핵심인 창의력과 다중 잠재력(multi potential)의 상징이죠. 임팩트를 주려 ‘다빈치’를 선택했어요.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부(富)의 파고는 ‘기르고 키우는(Growing)’ 시대에서 출발해 ‘만드는(Making)’ 시대를 거쳐 ‘생각하는(Thinking)’ 시대에 도달한다고 설파했죠. 새 센추리의 리더는 다빈치 같은 ‘씽킹’ 인재가 될 겁니다.”
신입생 전공개방도 잠재력을 발굴하려는 시도인가요.
“적성과 잠재력을 모른 채 입학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적지 않아요. 그래서 1년간 전공 탐색 시간을 갖도록 했는데 효과가 좋아요. 학과별로 정시 정원의 20%가량을 개방형으로 모집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입니다.”

김 총장은 “우리는 문제에 직면할 때에만 생각한다”고 설파한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 얘기를 꺼냈다. 안주해오던 대학이 4차 혁명 파고와 입학자원 절벽, 그리고 재정난에 직면한 지금이 ‘생각’할 적기라는 것이다.

가장 큰 생각이 무엇인가요.
“대학경영을 학부 중심에서 학부+대학원 중심의 ‘교육+연구’로 바꾸는 것입니다. 인류사회에 기여하고 대학의 명성을 결정하는 건 결국 연구죠. 핵심 연구그룹 육성과 연구협력 활성화 모델에 승부를 겁니다. 대표 연구소 설립, 석학급 교원 육성, 융합연구 활성화, 산학협력 클러스터 구축에 시동을 걸었어요.”

그는 교수 시절 행정에 두루 참여하며 능동적인 변신을 주장해 왔다. 그중 핵심이 연구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사구시로 가야 합니다. 대학가에 ‘출판하지 않으면 죽는다(Publish or Perish)’는 풍토가 심각해요. 페이퍼 팩토리(Paper Factory)로 변모한 거죠. 저희부터 반성합니다. 실사구시 연구가 활성화하도록 대학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진행 중인 실사구시 연구가 있나요.
"캠퍼스타운 사업을 예로 들죠. 100억원 규모의 서울시 지원 사업인데 서울시·중앙대·동작구 3개 기관이 2022년까지 청년창업, 캠퍼스 주변 안전환경개선, 지역상권 활성화를 꾀하는 연구입니다. 좁은 대학 안으로 지역사회가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더 넓은 지역사회로 나가는 거죠. 대학의 가운(Gown)과 지역의 타운(Town)이 함께 하는 ‘가운 & 타운 프로젝트’입니다.”

중앙대는 연구중심 전환을 위해 미래융합(연구)원을 만들었다. ‘사회문제해결형’과 ‘융합혁신형’으로 구분해 종자그룹(Seed Group)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엔 19개 그룹을 지원했다. ‘노년 라이프 스타일 융합연구’의 경우 철학·문학·사학·전자공학·심리학·의학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다. 연구를 강조하던 김 총장은 대학정책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만이 아닌 사회·경제의 눈으로도 봐야 한다는 소신이다. 수요자 중심의 ‘유니버시티 4.0’이다.

유니버시티 4.0이 특이합니다.
"대학이 양성한 인재는 대부분 경제 섹터로 흡수됩니다. 그러니 대학을 넘어 경제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죠. 박사 실업 문제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요. 대학이 모두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싱가포르의 교육비전이 좋은 교훈입니다.”
싱가포르의 교육비전은 유명하지요.

"싱가포르는 1990년대 중반에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려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능 섬(Intelligent Island)을 표방하고, 세계 10대 다국적 기업과 10대 명문대를 유치하는 ‘텐-텐’ 전략을 펼쳤죠. 97년에는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를, 2005년에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자(Teach less, Learn more)’를, 2016년에는 ‘기술이 미래다(Skills Future)’를 치고 나왔어요. 중요한 건 교육을 제2의 경제로 보는 겁니다. 교육부·통상산업부·경제기획원·인력부가 총체적으로 지원해요. 경제와 대학이 함께 가야 성공한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싱가포르처럼 정부·대학 함께 움직여야

우리가 배울 점이 많네요.
"정부와 국회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교육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회가 따로 가면 백년대계가 설 수 없어요. 경제의 눈으로 대학을 보거나 대학과 경제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화가 가능해요.”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게 있나요.
"지난해 9월 20일 직접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에 가서 협약을 체결했어요. 페르미랩(Fermi Lab)은 입자물리학 및 가속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1750여 명이 근무하며 50개국 이상과 협력하고 있어요.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도하는 대형 국제과학실험에는 32개국 1100명이 참여해요. 중성미자의 신비를 풀려는 프로젝트죠. 거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 진정한 글로벌화 아닌가요?”

김 총장은 궁극적으론 대학이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비용·노동집약적이던 대학이 자본집약·기술집약적으로 바뀌어 이제는 잘하는 분야에 투자하고 다른 분야는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명사적 전환기의 공유 대학(Shared University) 모델이다.

학생들과 포럼 열어 소통…현장형 야전사령관

전공은 회계학이지만 실질적 전공은 대학 행정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고등교육 실무에 밝다. 기획조정실장·기획관리본부장·경영경제부총장·행정부총장을 두루 거친 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미래위원장과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장도 맡아 국내외 고등교육에 정통하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빈틈없는 이론형 신중론자이지만, 학생대표들과 리더스 포럼을 열어 소통하는 등 현장형 야전사령관이란 평도 받는다. 학생이 건강해야 대학이 발전한다며 전교생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심폐소생술(CPR) 교육도 하고 있다.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부금 유치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최근엔 동문인 이해선 웅진코웨이 대표와 협약을 맺고 공기청정기 400대를 기부받아 모든 강의실에 설치했다.

총장의 역할은 주연인 학생·교수·직원을 주연답게 하는 조력자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취미는 산행, 좌우명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이다. 1958년 경기도 화성 출생. 84년 중앙대 회계학과 졸업, 93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FIU) 경영학 박사(회계학), 94년 경영학부 교수, 2016년 총장~현재.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6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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