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와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승리가 승리했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구속과 형벌이 동일한 개념이 아니지만, 사실상 승리의 구속에 수사력을 집중했던 경찰이 구속 사유 입증에 실패하자 이에 대한 반응이 표출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승리와 유인석(34) 유리홀딩스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세달이 넘는 기간 동안 경찰 수사관 152명이 투입된 버닝썬 수사가 종결 수순을 밟는 가운데 관련 인물을 짚어봤다.
정준영ㆍ최종훈엔 특수준강간 혐의까지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ㆍ최종훈(29) 등은 16일 오전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6년 강원도 홍천ㆍ대구 등에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일행과 술을 마신 뒤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최종훈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이들이 받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대 범죄다.
정준영은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해 ‘정준영 단톡방’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이미 지난 21일 구속됐다. 최종훈 역시 촬영과 유포의 횟수만 다를 뿐,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상교 성추행 혐의 ‘기소의견 송치’, 경찰의 김씨 폭행은 ‘혐의 없음’
버닝썬 사건을 최초로 알린 폭행 피해자 김상교(28)씨는 클럽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폐쇄회로(CC)TV 등의 조사를 통해 또 다른 여성의 피해 사실을 인지해 조사해왔다. 김씨는 “억지로 끌려가던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가드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씨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성은 마약 투약 혐의로 송치된 중국인 버닝썬 MD ‘애나’와 30대 여성 김모씨다. 이 여성은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폭행한 버닝썬 이사 등 3명을 공동상해ㆍ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씨가 경찰에 폭행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영상 분석과 지구대 경찰관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폭행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역삼지구대 측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지구대 내 4개의 폐쇄회로(CC)TV 중 2개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총장’은 김영란법ㆍ뇌물수수 ‘혐의 없음’
경찰은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에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2016년 승리와 유인석이 영업하던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을 때 이를 알아봐 준 것이 직권남용으로 인정됐다. 4차례 골프ㆍ6차례 식사ㆍ3회 콘서트 티켓을 받은 것은 총 268만원으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형사처벌 조건인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에 미달하는 금액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또한 사건 개입 시점이 2016년이지만 골프 접대 시점은 2017~2018년이고, 접대 시점에서의 청탁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후 감찰부서에 통보해 윤 총경에 대한 징계나 인사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문호, 투약은 O 조직적 유통은 X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는 1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클럽 버닝썬 등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 마약류를 15회 이상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버닝썬 내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을 조사해오던 경찰은 ‘마약 투약 행위는 있었으나, 클럽 측의 조직적 유통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대표와 클럽 MD였던 중국인 여성 ‘애나’ 모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버닝썬이 유통에 개입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경우 지인들에게 마약을 나눠준 혐의는 있지만 이를 ‘조직적 유통’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