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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몰래 쓴 영풍 석포제련소…중금속 오염 심각

중앙일보

입력

석포제련소의 한 배출구. 제련소 측은 "폐수 처리 방류구가 아니라 하수와 스팀 응축수를 모아 내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의 한 배출구. 제련소 측은 "폐수 처리 방류구가 아니라 하수와 스팀 응축수를 모아 내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기자

낙동강 상류의 최대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하수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폐수도 정화하지 않고 다시 쓴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이하 제련소)에 대해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특별 지도·점검한 결과 6가지의 관련 법률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특별 지도·점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에 제련소 하류의 수질 측정망과 하천 시료에서 카드뮴이 검출되면서 진행됐다. 중금속 오염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낙동강 상류 지역의 최대 오염물질 배출원인 제련소 1∼3공장의 폐수배출시설과 처리시설을 조사한 것이다.

지하수 카드뮴 최대 3만 배 초과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강찬수 기자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강찬수 기자

환경부에 따르면, 제련소는 공장 내부에 52곳의 지하수 관정을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해 이용하다가 이번 점검에서 적발됐다.

지하수를 사용하려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련소는 무단으로 관정을 뚫은 뒤에 공업용수로 썼다.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33곳의 관정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0.02mg/L)을 최대 3만 배 이상 초과(0.28∼753mg/L)했다. 일부 지하수에서는 수은, 납, 크롬 역시 공업용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구지방환경청에서는 지난 9일 제련소에 대해 오염지하수를 정화하고 지하수 오염물질 누출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조치 명령을 내렸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제련소에서 아연을 제조하는 공정이 있는데 아연 제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카드뮴이 생성된다”면서도 “어떻게 지하수가 오염됐는지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수 정화하지 않고 다시 써”

폐수가 무허가 배관에 통해 빗물저장조로 유입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제공]

폐수가 무허가 배관에 통해 빗물저장조로 유입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제공]

제련소 폐수배출시설에서 공정 중에 폐수가 넘쳐 유출되는 것도 이번 지도·점검과정에서 확인됐다.

제련소 측에서는 유출된 폐수를 정화 처리하지 않고 빗물저장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별도 배관을 설치했다.

당초 폐수를 정화한 뒤에 재이용하는 것으로 허가받았으나 넘치는 폐수를 그대로 다시 쓴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경상북도 등 관할 지자체에 고발 조치와 조업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요청했다.

제련소 하천 낙동강으로 유입…먹는 물 괜찮을까?

석포제련소에서 폐수를 정화해 흘려내보내는 하천. 백경서 기자

석포제련소에서 폐수를 정화해 흘려내보내는 하천. 백경서 기자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도와 강원도가 인접한 해발 650m의 봉화군 석포면에 설립됐으며, 아연괴·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제련소 인근의 하천은 안동호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환경부는 중금속이 초과 검출된 하천은 낙동강 상류의 일부 본류 구간이며, 영풍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까지 본류 구간내에는 취수시설이 없어 먹는 물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련소 하류 35㎞수질 측정망에서 하천 수질을 측정한 결과, 카드뮴뿐만 아니라 기타 수질오염 물질 모두 환경기준을 만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련소 주변 하천뿐 아니라 지하수까지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오염 지하수 유출 방지와 정화를 위한 조치 명령 외에 앞으로 제련소 인근 하천수의 기준 초과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할 계획이다. 제련소 내부 지하수의 오염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유출되는지를 조사하고, 원인 파악을 위한 정밀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황계영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입지한 만큼 하류 지역의수생태계와 먹는 물 안전을 위해 철저한 환경관리가 필요한 사업장이며, 향후에도 환경법령 준수 여부를지속해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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