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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체감실업률 24% 사상 최고…“쪼개기 알바 늘어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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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공식 실업률과의 괴리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른바 알바·취준생 등 ‘숨은 실업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공식 실업률 9.7%와 큰 차 #업주 주휴수당 부담에 알바 쪼개 #임시직 청년 작년보다 56% 늘어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 질 나빠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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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줄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확대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청년층의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9%에서 24.2%로 1.3%포인트나 올랐다. 3월 기준으로는 25.1%다. 두 수치 모두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확장실업률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불완전한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까지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체감실업률을 뜻한다. 이에 따라 체감실업률과 실업률의 격차도 1분기 14.5%포인트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4%포인트를 넘었다.

이는 청년층 가운데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이하 취업가능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실제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취업 기회를 노리는 이들로 ‘광의의 실업자’로 간주하지만,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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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가능자는 총 11만4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8%(4만925명) 급증했다. 지난해 6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증가폭을 키워가더니 올해 2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월 증가율은 전체 청년층 취업자 증가율(1.1%)의 50배가 넘는다.

체감실업률을 구하는 산식(算式)을 감안하면 결국 주 36시간 미만의 단기 일자리인 취업가능자가 급증한 것이 체감실업률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이라는 게 추 의원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설문 답변(14번 문항)을 보면 ‘현재 하고 있는 일 이외에 다른 일도 하고 싶음’의 전년 대비 증가율(10.5%)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시간을 늘리고 싶음’(73.7%),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일로 바꾸고 싶음’(54.4%)의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청년들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원하지만, 고용 여건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분기 기준으로 취업가능자의 46.6%는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다. 추 의원은 “가파른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고용주들이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이런 ‘쪼개기 알바’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청년층이 찾는 좋은 일자리가 줄다 보니 단기 일자리로 몰리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표적인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는 올해 3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도 이들 ‘숨은 실업자’를 감안해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세대’(체감실업률 25%)라고 불리는 이들이 늘면 노동 생산성은 낮아지고 저임금이 고착화하며 고용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청년 구직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청년 수당 같은 정책은 되려 숨은 실업자를 더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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