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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병사'에서 국민배심원으로, 첫 대사 27번 다시 찍은 박형식

중앙일보

입력

15일 개봉하는 새 영화 '배심원들'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형식. [사진 매니지먼트 UAA]

15일 개봉하는 새 영화 '배심원들'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형식. [사진 매니지먼트 UAA]

“잘 모르겠어요. 다들 정말로 확신할 수 있어요?”

새 영화 '배심원들'에서 주인공 맡아 #국민참여재판 불려간 청년사업가 역 #"법 잘 모른다고 다수결 따르는 대신 # 진상을 알려는 용기 있는 캐릭터" #

살인사건을 다루게 된 배심원 중 한 청년이 평결을 못 하겠다며 버틴다. 나머지 배심원들이 결정을 재촉하자 “싫다”며 맞선다. 이는 15일 개봉하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의 한 장면. 국내에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소재인 영화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발한 배심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 주인공 남우는 바로 그 사상 첫 재판에 불려온 배심원이자, 열혈 청년사업가다. 매사에 솔직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그는 모두가 유죄라고 여기는 사건을 예측불허로 몰아간다.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들에겐 좀 눈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남우는 일단 뭔가 하면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에요. 법에 대해 잘 모르는데, 누굴 심판하라니까 쉽게 유무죄를 결정 못 하죠. 저는 오히려 남우가 자기 선택에 책임감이 있는 거라고 느꼈어요. 사실 저도 배심원제도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저라면 어땠을까 고민해보게 됐죠.”

남우 역할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형식(28)의 말이다. 개봉 전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진짜 사나이’ 아기 병사 모습 보고 캐스팅

영화 '배심원들' 한 장면.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에 모인 여덟 명의 배심원은 주부, 무명배우, 대기업 비서실장 등 각양각색 평범한 사람들. 함께 살인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 한 장면.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에 모인 여덟 명의 배심원은 주부, 무명배우, 대기업 비서실장 등 각양각색 평범한 사람들. 함께 살인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이번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홍승완 감독은 6년 전 군대 체험 예능 ‘진짜 사나이’를 통해 그를 발견했다. “감독님이 ‘진짜 사나이’에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나씩 배워가는 모습이 남우와 비슷했대요.” 어리바리한 ‘아기 병사’로 출발해 뭉클한 성장을 보였준 덕에 큰 주목을 받아 그해 MBC 방송연예대상 쇼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신인상도 수상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많이 해선지 대기업 2세, 사장, 왕 같은 역할 제안이 많은데 ‘배심원들’은 달라서 더 재밌었다”고 했다.

실제 성격도 남우와 닮았다고.

“궁금한 것은 못 참고, 한번 하면 끝을 본다. 몰라서 묻는 게 창피하지 않다. 다른 배심원들은 남우를 바보 취급하는데, 전 좋았다. 잘 모르면 오히려 다수결이 맞나보다, 하고 따를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버티며 진상을 알려고 애쓰는 용기가 대단했다.”

무려 27번 재촬영한 장면은…

촬영 첫날 홍승완 감독과 박형식. 마냥 웃고 있지만 가장 애먹은 장면을 찍은 날이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촬영 첫날 홍승완 감독과 박형식. 마냥 웃고 있지만 가장 애먹은 장면을 찍은 날이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첫 촬영은 순탄치 않았던데.

“예고편에도 나오는 ‘우리나라에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는데요’하는 대사를 무려 스물일곱 테이크 찍었다. 감독님이 보신 ‘진짜 사나이’ 이후 시간이 흘렀잖나. 캐릭터 연구한다면서 제가 공격적으로 다가가니까 생각과 다른 모습에 당황하시더라. 남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설정이니까, 준비하지 말라면서. 나름 마음을 먹고 갔는데도 첫 촬영 때 멘탈이 나갔다. 옆에 있던 문소리 누나가 자기도 데뷔작(‘박하사탕’) 때 이창동 감독님이 30~40 테이크를 가셨다고, 100테이크 가도 괜찮으니 편하게 연기하라고 토닥여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여러 유사 재판을 참고해 직접 각본을 쓴 홍승완 감독은 “박형식에게서 남우 같은 순수함을 봤다”면서 “표정이 맑기 때문에 굉장히 엉뚱한 소리를 해도 묘하게 설득력이 생기는 힘이 있다”고 했다. 첫 촬영 때도 꾸밈없는 이런 본모습을 끌어내려했을 터. “말하듯이, 그냥 다 버리고, 재밌게….” 감독이 이날 촬영을 거듭하며 박형식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런 후일담은 이 영화 제작기를 담은 책 『영화 제작자의 소소한 기록』에도 담겼다.

드라마와 달랐다, '뭔가'를 안 하는 연기 

배우 문소리는 극 중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 김준겸 판사 역을 맡았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배우 문소리는 극 중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 김준겸 판사 역을 맡았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근데 제가 지난해 ‘슈츠’라는 법정드라마에선 법전 몇 조 몇 항 다 외는 천재 변호사였잖아요.” 박형식이 말을 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판사님이 법률용어를 말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들리는 거예요. 아, 이걸 모른 척하는 게 힘들구나. 그래서 감독님이 공부하지 말라고 했구나, 싶었죠.”

여덟 명 배심원 역할의 배우들이 한 팀처럼, 리허설을 거치며 준비해나간 과정도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드라마는 촬영시간에 쫓기니까 각자 대본을 연구해 와서 현장에서 잠깐 맞춰보는 게 다였다. 내 색깔 강한 연기를 했다면, 이번 영화에선 ‘뭔가’를 안 했던 것 같다”면서 “상대방 말을 듣고, 반응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다른 배심원들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어요. 맨 처음엔 바라만 보다가 어느 순간 저도 너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죠. 관객 앞에서 우리끼리 만담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 나갔다.

문소리 "박형식, 영화에서 튀지 않을까 했는데" 

영화 '배심원들' 캐릭터 포스터.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 캐릭터 포스터. [사진 CGV아트하우스]

“처음 볼 때 정말 특별한 화사함이 있었어요. 형식씨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좀 비현실적인 저 맑은 아름다움이 우리 영화에서 튀지 않을까, 했는데 촬영하며 어느새 권남우가 돼 있더라고요.” 제작보고회에서 문소리가 들려준 얘기다.

박형식은 “완성된 영화를 기술 시사 때 보곤 “시간도 잊고 쭉 빠져들었다. 감독님 의도가 확실히 보이더라”면서 “저처럼 배심원제도를 몰랐던 관객들도 관심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연기력 논란無? 아이돌 시절 안 유명해서…"

배우들이 2주간 모여지낸 배심원 평결실 촬영 막간 모습. [사진 CGV 아트하우스]

배우들이 2주간 모여지낸 배심원 평결실 촬영 막간 모습. [사진 CGV 아트하우스]

9년 전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이유를 소탈하게 답했다. “제가 아이돌 시절엔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잘 모르셨을 것”이라며 “7년 전 드라마 ‘바보엄마’나 완전 단역으로 시작했을 때는 발연기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 얼굴 빨개질 만큼 혼난 적도 많았다. 그땐 대중들이 관심이 없다가 다행히 어느 정도 연기를 할 때쯤 알아봐주시기 시작했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다음달 수방사 헌병대 자원 입대 

연기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래부르는 걸 즐긴다는 박형식. 다음달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수방사'에 자원 입대한다. [사진 매니지먼트 UAA]

연기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래부르는 걸 즐긴다는 박형식. 다음달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수방사'에 자원 입대한다. [사진 매니지먼트 UAA]

그가 다음달 자원 입대하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헌병대는 ‘진짜 사나이’ 때 인연을 맺은 곳. “방송 당시 여러 군대를 경험해보니 어디든 힘들더라”며 “기왕이면 제가 재밌었던 곳에 자원하자 싶었다. 수방사는 제가 사격을 잘한다고 ‘스나이퍼 박’이라 불러주셨던 곳”이라고 했다.

올해 초 제대한 같은 그룹 출신 임시완이 “시간은 금방 간다고 조언해줬다”는 그는 “군대 가면 일병 박형식이지 뭐가 있겠냐”면서도 “다만 지금의 제 직업, 입장을 떼어놓고 거기선 그냥 인간 박형식, 나 자체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뤄질진 모르지만 기대도 있다”고 했다.

"류준열씨 작품 안목 욕심 나" 

뭐든 안 해본 걸 해보는 게 좋다는 박형식은 배우 류준열의 최근 출연작이 매력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진 매니지먼트 UAA]

뭐든 안 해본 걸 해보는 게 좋다는 박형식은 배우 류준열의 최근 출연작이 매력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진 매니지먼트 UAA]

드라마 ‘화랑’처럼, 다시 또래들과 어울리는 작품에도 욕심을 내비쳤다.

“영화 ‘스물’ ‘형’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너무 다크하지 않은 장르물도 좋고요. 최근에 본 ‘돈’처럼요. 이 영화에 주연한 류준열씨는 하는 캐릭터마다 작품 보는 눈이 좋고 매력 있더군요. 저도 이번 영화가 잘 돼서 다녀와 좋은 작품으로 다시 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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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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