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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짝퉁 게임과 맞짱…소송만 70건 '판교의 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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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단독 인터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현국(45)위메이드 대표는 중국산 ‘짝퉁’게임과 ‘맞짱’을 뜨고 있는 보기 드문 국내 게임사 대표다. 위메이드가 2001년 선보인 미르의 전설2(이하 미르)는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2004년 중국 시장 점유율 65%를 기록했으며 2009년엔 회원수 2억 명을 돌파했다. 중국버전 명칭인 열혈전기에서 따온 ‘전기류’라는 장르 이름까지 생겼을 정도다. 베이징대·칭화대 등에서 학생들에게 게임을 금지시켰던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인기가 치솟자 게임을 그대로 베껴 만든 중국 짝퉁 게임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전면전 나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미르의 전설2’ 관련 70여건 소송 #3년간 아웃시킨 게임 1400개 넘어 #업계, 큰시장 놓칠까 그간 냉가슴 #“중국 진출 때 조급하면 성공 못해”

 장 대표는 2016년부터 중국산 짝퉁 게임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감시팀을 꾸려 발견하는 족족 앱스토어에 신고했고 정식 계약을 맺어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유도했다. 끝끝내 계약을 거부하면 소송도 불사했다. 한국과 중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크고 작은 소송만 70여건이다. 국내 여타 게임사들이 세계 두번째로 큰 중국 시장 규모(203억달러)에 눌려 불법 짝퉁게임이 범람해도 철저하게 ‘을’로 처신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을까.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위메이드타워에서 만난 장 대표는 “회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짝퉁게임도 월 500억원씩 매출 내는 중국게임시장 

짝퉁게임과 전면전 벌이는 국내 게임사가 흔치않다.  
“‘웃픈’ 얘기일 수도 있는데 다른 대형 게임사는 일본에서도 벌고 미국에서도 벌고 한국에서도 번다. 중국에서 잘 안되면 철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대표가 된 2014년 즈음 다른 게임이 잘 안 된 탓에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탈출구가 중국시장 밖에 없었고 여기서 우리 권리를 보다 확실하게 챙겨야만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르의전설2에 나오는 여전사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에 나오는 여전사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중국엔 왜 이렇게 짝퉁 게임이 많나.
“타오바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가면 몇억원 정도로 국내 유명게임 소스 코드(개발에 필요한 코드)를 구할 수 있다. 이걸 가져다 조금 변형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서버 놓고 잘만 운영하면 한 달에 500억원씩 매출을 올리더라. 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정식 버전 대신 왜 유사 게임을 하냐면 그쪽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MMORPG는 같은 게임이라도 서버 별로 나눠서 운영된다. 아이템 나오는 비율, 레벨 별 난이도 등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단 얘기다. 아이템을 더 많이 나오게 하는 등 이용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주면 원래 게임보다 더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것도 가능한 구조다.”
짝퉁 유형이 궁금하다.
“계약 없이 아예 짝퉁 게임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우리 회사 도장을 포토샵으로 위조해 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서비스 하는 경우도 봤다. 정식 계약을 한 뒤에도 로열티를 3분의 1정도만 속여서 주기도 한다. 일부 권리만 계약해 놓고 다른 중국 게임사에 자기가 라이센스를 나눠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권리 침해 유형이 있다.”
위메이드의 게임 미르의 전설2(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절강성화(浙江盛和)의 모바일 게임 ‘남월전기3D'에 나오는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위메이드의 게임 미르의 전설2(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절강성화(浙江盛和)의 모바일 게임 ‘남월전기3D'에 나오는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미르 IP게임 한해 4조원 벌어

짝퉁과의 전쟁을 벌이게 된 계기가 있나.  
“미르는 우리 회사가 개발했지만 저작권은 당시 투자를 했던 엑토즈 소프트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게임이 인기를 끌자 미르 PC판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셩취게임즈(구 샨다게임즈)가 한국 회사였던 엑토즈를 인수해 버렸다. 권리 관계가 복잡해 2007년까지 분쟁이 많았다. 그래서 회사 내부적으로 너무 복잡하니 저쪽은 내버려두고 새로운 게임 개발하자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런데 2014년 대표가 되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월 500억원씩 매출이 나오는 미르IP 활용 모바일 게임의 로열티를 셩취 게임즈가 전부 받고 있었는데 셩취게임즈는 우리에게 2년간 총 라이센스 로열티가 200억원 밖에 안된다고 한 것이다.더 알아봤더니 자기 마음대로 수십개 중국 모바일 게임사들에게 서브 라이센스를 주고 로열티를 독점한 점이 드러났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중국에 미르IP 모바일 게임만 7000개, 웹게임 700여개, 사설 서버는 수만대가 생겼더라. 이것만 집계해도 중국에서 미르 IP(지식재산권)로 생기는 매출이 4조원이 넘었다. 리니지IP 연 매출이 2조원 가량이다. 우리가 우리 IP의 잠재력을 너무 몰랐던 것이다. 그때부터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소송도 많이 냈다.
“70건이 넘는다. 소송을 내야 중국 게임사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엔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 법원이 우리가 37게임즈를 상대로 낸 서비스 금지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37게임즈는 우리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중국 웹게임 업체 1위가 된 회사다. 셩취게임즈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말 쯤 되면 대략 우리가 주장하는 권리 내용이 큰 틀에서 정리될 것 같다.”
어려움도 많았겠다.
“한번은 짝퉁 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 신고해서 뺐다. 그런데 그 회사가 오히려 상업 비방과 명예훼손이라며 우리를 고소했다. 다행히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지금까지 앱스토어에서 미르 저작권 침해로 내린 게임만 1400개가 넘는다.”

시진핑 주석 친필 편지 회의실에 전시 

위메이드 회의실에 전시돼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의 친필. 위메이드의 중국 파트너 게임사가 선물로 줬다고 한다. 박민제 기자

위메이드 회의실에 전시돼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의 친필. 위메이드의 중국 파트너 게임사가 선물로 줬다고 한다. 박민제 기자

 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도 판교 위메이드타워 10층 회의실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의 친필이 걸려 있었다. 파트너 관계인 중국 게임업체 대표들이 선물로 준 것이다. 중국 게임사들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회사의 회의실인 점을 감안하면 특이했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중국 비즈니스 특성과 연관해 설명했다.

“중국에선 소송 등 분쟁을 겪고 있어도 한편으로 계속 만나서 협상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싸움은 싸움, 협상은 협상이다. 소송 내면 원수가 되는 국내 비즈니스 환경과는 조금 다르다. 법정에선 격렬하게 싸우고 있지만 셩취게임즈도 계속 만난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게임사들에 조언한다면.
“인내를 갖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식대로 ‘이번 달 안에 해야지’ 등 시한을 정해놓고 하면 실패한다. 시한 때문에 쫄리는 것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서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협상할 때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다. 올해 안엔 되겠지보단 10년 안에 되겠지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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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처럼 미르 IP 제대로 우려먹겠다" 

 장 대표는 국내 게임 업계의 대표적인 1세대 경영자다.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재학 중이던 1996년 하반기 IBM 인턴 공고를 보고 사무실에 찾아갔다가 당시 IBM과 협업 관계였던 넥슨에서 일하게 됐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51) NXC대표가 그의 첫 '사수'이자 '고용주' 였으며 웹젠 전 대표인 김병관(46)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당시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이후 네오위즈로 옮겼고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위메이드 대표로 일했다. 장 대표에게 게임업계가 새 게임 개발보단 옛날 게임 IP를 계속 우려먹는다는 지적에 대해 물었다.

“어벤져스를 봐라. 마블이 자신의 IP를 제대로 활용한 것은 아이언맨 영화가 히트를 친 2008년 이후 부터다. 만화는 수십년 전부터 있었고 간간히 영화도 있었지만 그때가 돼서야 IP가 힘을 발휘했고, 지난 11년간 21편의 영화가 나왔다. 그 정도는 돼야 제대로 우려먹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한국엔 우려먹지 못한 세계적인 IP가 게임 업계에 특히 많이 남아있다.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도 그렇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도 그렇다. 당연히 미르도 아직 제대로 우려먹지 못한 IP다. 소송 등이 정리되면 마블처럼 제대로 한번 우려 먹어보려 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등 할 수 있는 게 무궁 무진하게 많다. 그때 쯤이면 우리도 새로운 IP를 만드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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