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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버스 흉기난동 중앙대생, 왜 따르던 교수 위협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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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낮 12시 55분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후문을 지나는 마을버스 안에서 한 남자가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난동을 부린 사람은 중앙대학교 학생 A씨였다. 버스 기사에게 폭언하고 승객을 위협한 그는 결국 현장에 있던 시민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A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버스 승차 과정에서 기사가 경적을 울렸고 이를 빌미로 시비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버스 난동에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자신을 가르친 교수에게 수십차례 살해 협박 등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학교로 찾아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왜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학교로 찾아갔을까.

“그저 특이한 학생인 줄”…4월 초에도 난동

협박을 받은 B교수는 그를 지난해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A씨는 대형 강의실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여름에도 겨울에나 쓰는 두꺼운 모자를 쓰는 독특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평소 학생과 점심을 먹는 등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B교수는 A씨와도 함께 점심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올해 역시 B교수의 강의를 신청해 수업을 들었다. A씨는 종종 B교수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 등을 통해 연락했다고 한다.

7일 낮 12시 55분쯤 서울 중앙대학교 후문을 지나는 마을 버스에서 A(26)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7일 낮 12시 55분쯤 서울 중앙대학교 후문을 지나는 마을 버스에서 A(26)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B교수에 따르면 자신을 잘 따르던 A씨가 지난 4월 초부터 갑자기 서운한 감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수차례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건 위협 문자였다. 결국 A씨는 B교수가 있는 학교 건물 로비에 찾아와 “B교수를 만나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B교수는 “당시 A씨와 3~4시간 대화를 나눈 뒤 함께 점심을 먹고 달래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잠잠해진 것 같던 A씨가 다시 협박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였다. 문자메시지에는 B교수 뿐만 아니라 대학 총장과 해당 학부 교수 전체를 위협하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B교수는 동작경찰서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학교 측은 B교수에게 직접 A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방법을 추천했지만 B교수는 제자를 직접 고소하기 어려웠다. B교수는 “수백 차례에 걸친 문자와 전화를 받으며 위협도 느꼈지만, 학생 나름대로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해 무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 조치 아쉬워”…“강제입원 권리 없어”

A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문제에 대해서 학교 측과 B교수의 의견이 엇갈렸다. B교수는 “4월 사건 이후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학교 측의 별도 조치가 아쉬웠다”며 “교수의 고소로 문제를 풀어가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교가 학생을 고발하는 것 역시 인권문제도 걸려 있고 굉장히 어려운 사안”이라며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학교에서 대리 신고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7일 버스 난동 사건 이전까지 A씨가 학교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A씨의 치료를 돕기 위해 학교 측에서 병원을 추천했지만 A씨 집안 개인 사정으로 추천 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자를 직접 고소하기 어려운 교수 입장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체포된 후 정신이상 증세 치료를 위해 병원에 응급입원했다. 경찰은 A씨가 버스에서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서는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해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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