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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인가 샤워실인가’…황당 시공 눈감은 공무원 무더기 입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장실인가 샤워실인가’ 수상한 조달 납품. [연합뉴스]

‘화장실인가 샤워실인가’ 수상한 조달 납품. [연합뉴스]

공공조달 계약 내용과 딴판인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한 회사 관계자와 업체에 이익을 제공한 담당 공무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7일 전남 장흥·장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동식 화장실 발주, 검수, 대금 지급 업무를 담당한 장흥군과 장성군 소속 공무원 8명을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를 끼치고, 납품업체에는 이익을 제공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경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입건된 공무원은 장흥·장성군 소속 4명씩인데 불구속 상태다.

계약과 다르게 화장실을 납품한 업체 관계자 다수는 사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장흥군과 장성군은 조달청 나라장터 물품 주문으로 무방류(無放流) 화장실을 발주했다. 분뇨를 흘려보낸 물을 여과해서 재사용하는 무방류 화장실은 특정 업체가 특허를 보유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나라장터에 등록한 계약 내용, 대금 지급 전 시행한 검수와 달리 정화조나 오수관로를 사용하는 일반식 화장실로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장흥군이 개당 1억을 들인 화장실 일부를 샤워실로 시공한 사실도 밝혀졌다. 논란이 일자 샤워장을 화장실로 다시 개조하면서 샤워기와 대변기를 함께 설치되는 황당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당 화장실에는 샤워 꼭지 밑에 대변기가 있고 샤워기 사이사이에 소변기가 설치돼 있었다.

감사에 나선 전남도가 공무원과 업체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의뢰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장흥군과 장성군은 담당 직원과 업체 관계자를 각각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금전거래 여부 등 납품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조달청은 해당 업체에 거래정지 처분을 내리고 전체 계약 건에 대한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업체는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40여곳에 50억원 상당의 무방류 화장실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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