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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미사일 아닐수 있다는데…獨전문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래는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3개의 미사일 사진들입니다. 모양과 크기가 유사합니다. 이중 한국 군 당국이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건 무엇일까요. 
세 종류의 미사일의 크기와 모양이 유사하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세 종류의 미사일의 크기와 모양이 유사하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오른쪽입니다. 왼쪽부터 한국의 현무-2,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북한이 4일 쏘아올린 발사체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발사체를 놓고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 4일 북한의 화력타격훈련 중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주장에 대해 “미사일이 아닐 수도 있다”며 정밀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7일에도 반복했다. 방사포 등 다수의 북한 단거리 발사체가 포착됐다면서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여전히 신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가 북한이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직접 도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독일 전문가 공개 북ㆍ러 ‘빼박’ 사진 #"북한 미사일은 러시아제 틀림 없어"

러시아 이스칸데르(왼쪽)과 북한이 4일 쏘아올린 발사체.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러시아 이스칸데르(왼쪽)과 북한이 4일 쏘아올린 발사체.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발사에 동원된 북한의 발사체와 러시아 이스칸데르-M의 사진을 비교한 뒤 “꼬리와 윗부분은 다소 다르지만 크기가 똑같다”며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 것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발사 순간에서도 두 종류 간에 유사성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이스칸데르 발사 사진에는 4개의 밴드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지난 4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서도 똑같이 포착됐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왼쪽) 발사 순간 4개 밴드가 떨어져 나가고 이들 밴드 사이에 1개 가로대가 보인다. 북한의 4일 발사 순간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포착됐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러시아 이스칸데르(왼쪽) 발사 순간 4개 밴드가 떨어져 나가고 이들 밴드 사이에 1개 가로대가 보인다. 북한의 4일 발사 순간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포착됐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쉴러 박사는 정황상 북한이 러시아산 이스칸데르를 갖고 이번 발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연소실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해 쏘아올리는 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쉴러 박사는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러시아 제품이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미사일이냐 아니냐의 단계를 넘어 러시아제 미사일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2·8 열병식 때 북한이 공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와 달라 보이는 점 역시 러시아로부터의 조달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쉴러 박사의 주장이다. 쉴러 박사는 “지난해 열병식에서 목격한 미사일은 케이블 배선과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이번 미사일과 외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TEL의 경우 열병식 당시엔 차량 전면의 창문이 2개였지만 4일 발사 당시 차량은 창문이 3개로 바뀌어 있었다. 앞바퀴의 위치도 차이가 났다. 발사 당시 등장한 TEL이 전체적으로 러시아가 사용하는 TEL과 흡사하다. 즉 북한이 열병식 당시엔 단거리 탄도미사일 모형을 들고나온 뒤 실제 시험에선 러시아산을 들여와 쏘아 올렸다는 추정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이동식 발사차량(TEL·위)과 북한의 4일 발사체 TEL. 앞 창문이 3개로 나눠진 점 등이 유사하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이동식 발사차량(TEL·위)과 북한의 4일 발사체 TEL. 앞 창문이 3개로 나눠진 점 등이 유사하다.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쉴러 박사는 북한의 이번 발사체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및 한국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2 사진을 나란히 올려 “3개 미사일의 크기가 똑같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양측(남·북)의 갈등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이는 매우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까지 러시아 기술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도입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북한의 발사체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군 당국은 여전히 “미사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국방부 보고를 받은 뒤 “보통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 이내, 중거리는 3000∼5000㎞, 장거리는 5000㎞ 이상인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사거리가 200㎞ 언저리였다”며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스칸데르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비교적 짧은 사거리를 가지지만 저고도로 날아가면서 요격 회피기동을 하는 게 핵심”이라며 “탄도미사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거리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도 “1000㎞에 근접한 사거리를 기준으로 따지면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현무-2 역시 미사일(사거리가 1000㎞에 미치지 못함)이 아닌 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규백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북한이 여러 종류 발사체를 섞어 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는 뜻이지, 단거리 미사일이 전혀 아니라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정정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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