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한·미 훈련에 군대 방문 맞불…평양선언 뒤 4차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공군 제1017부대 비행사들의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공군 제1017부대 비행사들의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선언 이후 모두 7차례 군과 관련한 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네 차례가 시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과 맞물렸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맞대응 긴장 고조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드 수송훈련 땐 신형무기 시험 #북, 조평통 통해 비난 수위도 높여 #‘한·미 훈련 완전중단’ 노린 듯

통일부 당국자는 7일 “북한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지난해 9월) 이후 모두 47차례 공개 활동을 했다”며 “이 중 군인들이 동원된 건설장 방문을 제외한 군부대 관련 공개활동은 7회로 전체의 14.9%”라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17년 9월 20일~ 2018년 5월 7일)에도 전체 47회 공개활동 중 군 관련 7회로 수치에선 동일하다.

하지만 시기로 보면 김 위원장의 ‘군사 현지지도’는 한·미 훈련과 연계돼 있다. 단거리 미사일로 관측되는 발사체를 쏘는 장면이 공개됐던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의 이른바 ‘화력 타격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합편대군 종합훈련(4월 22일~5월 3일)이 끝난 다음날이었다. 호도반도의 발사 훈련은 김 위원장이 참관했다.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을 찾아 ‘신형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현지지도했다는 지난해 11월 16일은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F)의 마지막 날(11월 5~16일)이었다.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타격 훈련을 지도하는 장면. [뉴시스]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타격 훈련을 지도하는 장면. [뉴시스]

관련기사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나가다 들러서 현장에서 훈련 명령을 내렸다”는 공군 비행사 훈련은 지난달 16일이었다. 다음날인 17일엔 김 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했다. 그런데 이때도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관련된 화물수송 훈련(15~20일)을 했다. 미군 헬기 강습훈련(16일)도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면 결과적으론 김 위원장이 군부대를 찾아 뭔가를 국제 사회에 과시하는 패턴이 만들어진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군사훈련을 하면 북한은 대응 훈련을 해 왔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참관 뒤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듯이 힘에는 힘으로 맞서겠다는 시위”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선전 매체를 통해 한·미 군사훈련을 강경 비난하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남북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한·미 공군의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을 트집 잡는 이유는 제재 완화를 거부하는 미국을 자극할 명분으로 한·미 훈련이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이번에 완전히 중단시키겠다는 전략적 목표도 동시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한국의 군비 증강을 비난하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나서기 어려운 수준의 저강도 군사적 행동을 보인다”며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