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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日징용재판 잘 챙겨달라고 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박준우(66)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재판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으니 국무총리가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속행 공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3년 11월 15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수석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확정될 경우 한일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후 같은해 12월1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재로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참석한 '소인수회의'에서 강제징용 재상고심 진행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이 회의 내용대로 이행하기 위해 청와대·외교부 등 입장을 담은 법원행정처 보고서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당시 "대법원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큰 혼란이 오고, 일본은 우리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포기하는 거로 받아들이게 되니 대법원을 접촉해 판결을 늦춰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이날 당시 상황을 묻는 검찰 질문에 "우리 정부가 노력해서 재판을 다소 늦추게 되면 일본도 '한국 정부가 상당한 노력을 한다'고 평가할 것이고 그 경우 재단 설립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기 유리하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전 수석은 자신의 건의에 박 전 대통령이 "그게 낫겠네요"라고 동의했다고 했다.

박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에게 "이 문제가 중요한 것 같으니 총리님이 잘 챙겨주시라"고 당부했고, 정 총리는 "내려가는 대로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다만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돼야 한다거나 2012년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는 등의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재판부가 '대법원을 접촉해 판결을 늦추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이 삼권 분립이나 사법부·재판장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냐'고 따져 묻자 박 전 수석은 미처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2017년 3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농단 의혹을 실행에 옮기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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