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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통 저격한 김재규 이름에 '장군'붙인 구미시장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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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선산읍 이문리에 있는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생가. [중앙포토]

경북 구미시 선산읍 이문리에 있는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생가. [중앙포토]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생가와 동상이 있고, 박정희 체육관, 박정희 길도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79년 10월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 고향도 구미다.

장세용 시장 (더불어민주당) 공식 자리서 '김재규 장군' 언급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 "박통 고향에서, 그 의도 궁금하다" #구미 일각 "자꾸 정치적 따질게 아니라 구미경제 살려야 할때"

구미에선 그동안 '김재규'라는 이름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지역 정서때문이다. 그런데 '김재규' 언급에 대한 금기가 구미에서 깨졌다. 구미의 첫 더불어민주당 출신 시장인 장세용 시장이 3000여명의 주민이 모인 공식 자리에서 그 이름을 언급하면서다. '장군' 호칭도 붙였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중앙포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중앙포토]

7일 구미시에 따르면 장 시장은 지난 4일 구미시 선산읍 선산중학교에서 열린 '선산읍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단상에 오른 그는 선산 출신 인물을 나열하며, '김재규 장군'을 언급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장 시장이 '선산 출신 가운데는 역사적인 인물이 많다. 하위지 선생, 김재규 장군….'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보수 측은 발끈했다. 구미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장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범인 김재규를 ‘장군’이라 칭한 발언에 대해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구미는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이다. 그만큼 구미 시민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애착이 남다르다. 그런 시민 앞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시장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땐 또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 역사자료관 부지에 2011년 시민 성금으로 세워진 ‘박정희 동상’. [중앙포토]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 역사자료관 부지에 2011년 시민 성금으로 세워진 ‘박정희 동상’. [중앙포토]

반면 구미 일각에선 별일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 50대 구미시청 공무원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구미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을 다시 내거는 등 재평가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그에 맞춰 한 호칭인 듯하다. 자꾸 호칭만 앞세워 정치적 문제를 따질 게 아니라, 지금은 바닥을 치는 구미의 경제를 되살리는 데 모두가 힘을 써야 할때 아닌가"라고 했다.

구미=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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