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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침착한 美, 인권으로 北 조르기…‘참혹한 인권’ 재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북한이 원산 인근의 호도반도 일대에서 미사일과 방사포 등 '섞어쏘기'에 나선 지 사흘 만에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을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침착한 논조로 대응했지만, 미 정부 차원에서 '인권 카드'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국무부는 모건 오타거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자유주간을 성찰하며 북한 탈북자들과 인권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해서 조명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인정한다"며 "수십 년 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참혹하게 침해해왔다"고 발표했다. 앞서 탈북자단체 등 20여 명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제16회 북한자유주간을 열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의회 관계자들을 초청해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설명했다.

 국무부 성명에서 ‘참혹한(egregious)’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1년 만이다. 이 표현은 지난해 국무부의 '2017 국가별 인권 침해 보고서' 북한 편에 담겼으나, 올해 3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빠졌던 내용이다. 성명은 또 10만 명의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억압적인 환경에서 탈북하려는 이들이 붙잡히면 고문당하거나 살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학대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권한) 남용과 위반 사항을 부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7일 오후 한국어로 번역한 관련 성명을 공개했다. “우리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나가려는 탈북자와 인권 단체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영어를 번역한 '한글본'을 공개했다는 건 북한을 향해 읽으라는 메시지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나는 함께 하고 있다”는 트위터를 올리며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은 아닌 만큼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moratoriumㆍ중단) 위반은 아니다”고 말하며 북한 때리기를 자제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대북 강경론이 다시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의 도발 직후 “북한의 미사일 재개 움직임은 현재 상황을 위험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민주당 외교위원회 상ㆍ하원 대표들은 고(故) 오토 웜비어의 석방 때 200만 달러의 몸값을 지불하는 서류에 서명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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