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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르노삼성차, 지역본부 회장도 방문해 조정한다

중앙일보

입력

캄볼리브 회장 “한국, 100여개국 중 1번 행선지”

패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그룹 AMI태평양지역본부 총괄 회장. [사진 르노삼성차]

패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그룹 AMI태평양지역본부 총괄 회장. [사진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10개월째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회장급 인사가 나섰다. 한국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7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패브리스 캄볼리브 르노삼성자동차 AMI태평양지역본부 회장이 본부 소속 2만1000여명의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AMI태평양지역본부는 아프리카(A·Africa)·중동(M·Middle East)·인도(I·India)·태평양 지역본부의 약자다.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지난 3월 한국·일본·호주·동남아·남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중동·인도 지역을 통합 관리하는 AMI태평양지역본부를 출범했다.

캄볼리브 회장은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AMI태평양지역본부의 발전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3개 대륙, 100개 이상 국가를 관할하는 AMI태평양지역본부는 전 세계 인구의 약 56%인 43억 명이 거주한다”며 “한 해 신차 판매량이 약 12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패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그룹 AMI태평양지역본부 총괄 회장. [사진 르노삼성차]

패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그룹 AMI태평양지역본부 총괄 회장. [사진 르노삼성차]

주목할 부분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다. 메시지에서 캄볼리브 회장은 한국을 시작으로 인도·모로코·알제리 등을 언급하면서 “AMI태평양지역본부는 한국 등 수출국가가 수출 지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캄볼리브 회장은 조직개편 이후 첫 행선지로 한국을 지목했다. AMI태평양지역본부 관할지에서 한국은 르노자동차의 주요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용인 소재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옛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은 르노자동차 본사의 3대 연구기지 중 하나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도 르노그룹에서 생산성이 우수한 공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최근 노사분규도 행선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을 두고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1년 노조 설립 이래 최장기간 파업을 경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조가 지금까지 총 62차례 250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올해 수출대수 '반토막'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 르노삼성]

부분파업 등의 영향으로 르노삼성차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올해(1~4월) 르노삼성의 수출 물량(3만118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1% 감소했다. 특히 닛산자동차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위탁생산을 맡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량(2만3082대)이 47% 감소했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차 총수출대수(13만7112대)의 78.2%(10만7251대)를 차지하는 차종이다(지난해 기준).

물량이 감소하자 르노삼성차는 이달 말 프리미엄 휴가 제도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 제도를 활용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노동계 공동 투쟁을 결의하는 르노삼성차 노동조합. [사진 르노삼성차]

노동계 공동 투쟁을 결의하는 르노삼성차 노동조합. [사진 르노삼성차]

프리미엄 휴가는 르노삼성차가 복리후생 차원에서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가제도다. 법정 연차휴가(15~25일)와 별개로 연차에 따라 7~12일씩 지급하는데, 이중 최대 6일은 휴가 기간을 회사가 지정할 수 있다. 매년 1~6일의 프리미엄 휴가를 지정해왔지만, 올해 이 제도를 사측이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19일 이후 부분파업을 자제하면서 막바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파업 참여율이 90%가량이던 르노삼성차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지난달 부분파업 참가율이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7일 임단협 테이블에 노사가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일단 7일은 재협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는 “노사가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 상황인 만큼 이번 주중에는 재협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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