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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진술서 원본 공개에 유시민 “수사관 속여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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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7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신의 진술서 내용과 관련해 고의로 허위 내용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앞서 심 의원은 1980년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운동을 함께 한 유 이사장이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한 진술서 원본을 공개하면서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며 “이 진술서는 저의 공소사실 핵심 입증증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술서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아무런 배후 없이 대규모 시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 애썼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학생을 사주해서 시위를 일으키고 그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으려 했다는 게 당시 조작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과 학내 비밀조직을 ‘배후’로 언급하지 않기 위해 이미 노출된 학생회 간부 등의 명단을 내세워 허위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학생활동위원장이었던 이홍동, 그리고 나는 총학생회 간부 3역으로 진술서에 자주 나올수록 좋은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진술서의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진술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며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은 유 이사장이 지난달 한 방송에서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한 발언을 심 의원이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 이사장은 “진술서 용지에 하루에 100장 쓴 적 있다”며 “누구를 붙잡는데 필요한 정보 이런 것은 노출 안 시키고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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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당시 상황을 왜곡하고 자신의 행동을 미화했다”며 유감을 표했고, 유 이사장은 이어진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에서 진술서 동시 공개를 제안하며 맞섰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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