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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올랐는데…김영란법·미세먼지에 국내 카네이션은 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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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어버이날(8일)과 스승의 날(15일) 등으로 '5월 특수'를 맞은 카네이션 가격이 1년 전보다 29% 올랐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경매 시세에 따르면 카네이션은 최근 1개월간 1속당 686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338원)보다 29% 오른 것이다.

콜롬비아産이 전체 수입의 71% #"생화는 안 된다" 지침에 '5월 특수'에도 위축

종류별로 보면, 한 줄기에 꽃 한 송이가 핀 ‘대륜(혼합)’은 1속에 9487원으로 1년 전보다 값이 28% 올랐다. 여러 송이가 핀 ‘스프레이(혼합)’는 1속에 5234원으로 가격이 36% 뛰었다. 혼합 대륜이 가장 거래가 많은 종이며 스프레이는 여러 송이가 '퍼져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륜은 1속에 20송이, 스프레이는 1속에 10송이다. 본격적인 가정의 달로 접어든 최근 1주일 가격 추이를 보면 상승 폭은 더 컸다. 혼합 대륜의 경우 1속당 1만1077원을 기록해 1만 원대를 돌파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처럼 카네이션 가격은 올해 올랐지만,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화훼 농가가 수익을 볼지는 미지수다. 콜롬비아산 등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aT 농수산식품 정보에 따르면 국내 카네이션 수입 금액은 2012년 160만 달러에서 2017년 362만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콜롬비아산이 약진했다. 2016년 7월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래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은 '원조 1위'였던 중국산을 누르고 선두를 차지했다. 관세가 낮아진 게 주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 비협정국가의 경우 관세가 8~25%이지만 콜롬비아의 경우는 FTA 체결 이후 3~10%라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2019년 1분기)에 따르면 올해 1~3월(누적기준)에만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은 국내에 110만 달러 어치(106t) 수입됐다.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49.7% 늘었고 물량은 21% 증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네이션 수입의 80~90%는 중국산이었다. 5월이면 농산물품질 관리원은 싸구려 중국산 카네이션이 값비싼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통에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입산 대부분이 콜롬비아산이다. 수입산 중 콜롬비아산 비중(수입량 기준)은 2016년 31%에서 올해 1분기 70.6%까지 올랐다.

aT 관계자는 "적도 근처에 위치한 콜롬비아는 카네이션 재배 조건이 좋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이 잘 자라는 기온대는 10∼20℃이며 25℃ 이상의 고온에는 약하다. 그런데 콜롬비아는 20℃ 내외의 아열대 기후와 14∼15℃의 상춘(常春·항상 봄 같은 날씨) 기후가 공존하다 보니 카네이션에는 최적의 재배조건이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카네이션은 장미·국화와 함께 세계 3대 절화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카네이션 시장은 2017년 24억7000만 달러에서 2023년 29억5000만 달러(약 3조451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수출국은 콜롬비아·중국·네덜란드·스페인·케냐 등이다.

수입산 수요가 커지다 보니 대한항공은 지난 3월부터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직항 전세 화물기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까지 화훼류 85t을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전세기에는 카네이션을 비롯한 장미·수국 등 콜롬비아산 꽃들이 실렸다.

반면 국내 화훼농가는 수입산의 공습과 청탁금지법,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침체한 분위기다. 원래 4~5월은 카네이션 거래가 가장 많은 시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56년 ‘어머니날’(1973년부터 어버이날)부터 부모님 가슴에 붉은색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시작했다. 스승의 날에도 쓰이는 5월의 '대표 꽃'이다.

하지만 2015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등장한 이래, 선물 제한 조건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꽃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스승의 날에 학생 개인이 드리는 생화는 안 되지만, 학생 대표가 주는 카네이션은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봄철의 잦은 미세먼지, 황사도 꽃이 자라는 데는 악조건이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발간한 2017년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국내 카네이션 재배 면적(절화 기준)은 1997년만 해도 173㏊에 달했지만 2010년 125㏊로 줄어든데 이어 2015년 76.8㏊, 2017년에는 48.8㏊까지 빠르게 감소했다.

국내 카네이션 농가 입장에선 수입산과 경쟁하기 위해 비용 절감과 고품질의 꽃 재배가 과제다. 특히 외국에 주는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산품종 보급이 절실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97년부터 국산 카네이션 품종육성을 시작해 퍼플뷰티 등 32품종을 육성했다.  퍼플뷰티는 줄기가 튼튼하고 절화 수량이 많아 농가·플로리스트 등에 환영받고 있다. 박종택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연구사는 “카네이션 종묘가격 안정화를 통한 농가소득향상과 로열티 절감을 위해 우수한 국산품종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퍼플뷰티, 농진청 제공

퍼플뷰티, 농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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