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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에 항모전단·폭격기 배치…"이란에 가차없는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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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지중해에서 미 해군이 찍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일부 모습.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이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지중해에서 미 해군이 찍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일부 모습.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이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중동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선제 도발이나 핵 합의 파기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에 '가차없는 대응' 메시지" #중동 내 미군 시설 공격 가능성 #이란은 "원유 회색시장서 팔 것"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미 중부사령부 지역(중동)에 배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목적은 이란 압박이다. 볼턴은 성명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공격하면 가차 없는 물리력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 항모전단은 최첨단 군사력의 집결체로 꼽힌다. 항공모함과 다수의 이지스 전투함, 원자력 잠수함, 항모비행단 등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갈등을 겪는 상대국 입장에서는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 군사 위협이 된다. AP통신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지난달 미국 노포크항에서 출항해 최근 지중해에서 작전을 벌여왔다”면서 “아라비아반도 주변 바다인 홍해나 아랍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월 포착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 소속 전투기와 군인 모습. [AP]

지난 2월 포착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 소속 전투기와 군인 모습. [AP]

 백악관은 이번 항모전단 이동이 이란의 잠재적 공격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선제공격용이 아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사전 조치라는 주장이다. 볼턴은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우리는 (이란의) 대리군,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규군 중 누가 행하는 그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 정보당국이 이란의 중동 내 미군 시설 공격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군 및 대리군이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징후가 있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 상황에서 중동지역 내 미 육군과 해군이 이란군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다만 이란의 선제 도발 징후가 얼마나 뚜렷한지에 대해서는 미 당국 내에서도 다소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고위 관료들이 (주말을 포함해) 지난 며칠간 이란 관련 첩보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료가 “(항모 전단 배치는) 이란군의 잠재적 공격 준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란군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의 이란산 원유 생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페르시아만의 이란산 원유 생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관계는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극도의 긴장 국면을 맞았다. 2015년 7월 6개국(미·영·프·독·러·중)과 이란이 맺은 이란 핵 합의는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서명한 이란 핵 합의를 맹비난한 끝에 지난해 5월 8일 탈퇴를 감행했다.

 이후 미국은 쉼없이 대이란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란 정부의 돈줄인 오일머니를 끊기 위한 경제 제재가 주요 수단이었다.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재개했고 이달부터는 한국·중국·일본 등 8개국에 적용했던 예외마저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군사 압박도 병행했다. 지난해 12월 이미 한 차례 항모전단(존 C. 스테니스)을 이란 근처로 보내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달 8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했다.

 궁지에 몰린 이란은 비공식 수출길을 찾고 있다. 아미르 후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부 차관은 6일 이란 국영 IR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당한 원유 수출 제재에 맞서 회색시장에서 원유를 판매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40%가량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해 국제 원유 시장에 타격을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올해 2월 “이란이 (미국의 합의 파기 및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핵 합의 조항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 보고서는 이달 말 나온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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