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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사체 240km의 숨은 뜻? 南으로 돌리면 용인 지작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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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4일 북한의 화력타격 시험에 사용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단거리 발사체 중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포함됐다는 추정이 이어지면서다.

북 단거리 발사체 꼬리 무는 의문점 #북, 이스칸데르 핵심 기술 습득 #시리아 등 제3국 통했을 수도 #한·미, 사전에 도발 포착 가능성

CNN이 미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소재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로부터 입수·분석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사체가 북한 원산 호도반도에서 흰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이 미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소재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로부터 입수·분석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사체가 북한 원산 호도반도에서 흰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스칸데르라면 어떻게 들여갔나=북한이 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이스칸데르 전술지대지미사일과 유사하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칸데르는 미국의 첨단 무기로도 요격이 불가능한 역대 최강급 미사일이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비행하다 목표 지점에서 급상승해 목표물로 내리꽂는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 때문에 북한이 제3국을 통해 기술을 습득했거나 실물을 ‘몰래’ 들여다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스칸데르를 러시아로부터 정식 도입한 아르메니아와 알제리, 러시아군이 주둔하면서 이스칸데르를 운용하는 시리아 등에서 기술을 넘겨받았거나 첩보활동을 통해 입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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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240㎞인가=러시아가 개발한 이스칸데르는 사거리가 500㎞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북한이 4일 쏜 이스칸다르로 추정되는 발사체는 240㎞가량 날아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기술력이 그 정도일 수 있고, 또 사거리를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사거리를 줄였을 경우 나름 치밀한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발사한 지점인 호도반도에서 쏘아올린 240㎞의 궤적을 남측으로 돌리면 서울 전체는 물론 지상작전사령부가 위치한 경기도 용인도 사정권이다.

◆ 정보당국 사전에 몰랐나=북한이 사격한 당일인 4일은 연휴 첫날이었다. 그러나 군 지휘부를 비롯해 정보당국자들은 북한의 이상한 ‘낌새’에 대비했다는 얘기가 군 일각에서 나온다. 사전에 인공위성 등 정찰자산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했다는 얘기다. 북한이 발사한 지 20여 분 만에 군 당국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 것 역시 사전 파악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경우 기상에 관계없이 북한 지역을 손금 보듯 감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상이 좋을 경우 북한군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아리랑 등의 인공위성이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천리안 위성이 찍은 당일날 현장 날씨를 보면 위성 영상의 정보 수집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상 여건뿐 아니라 발사 준비기간에 수일이 소요되는 점도 한·미 정보자산의 사전 포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군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미사일과 함께 발사한 300㎜ 방사포의 경우 원래 서부전선에 배치돼 있었지만 훈련 직전 동쪽의 호도반도로 옮겨졌다”며 “군 당국이 북한의 이상 징후 정도는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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