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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여객기 41명 사망 "승객들 짐찾다 엉켜 희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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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일(현지시간) 불에 탄 러시아제 ‘수호이 수퍼제트 100’ 여객기 모습.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불에 탄 러시아제 ‘수호이 수퍼제트 100’ 여객기 모습.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러시아 여객기에서 불이 나 탑승하고 있던 78명 중 41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륙 직후 낙뢰를 맞고 회항한 뒤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러 여객기, 이륙 직후 벼락 맞아 #전자장치 고장으로 회항 결정 #착륙 중 활주로에 세 차례 충돌 #유출된 연료 불붙어 화염 휩싸여

이날 오후 5시50분쯤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수호이 슈퍼젯 100’ 기종 여객기가 북부 무르만스크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여객기는 28분간 비행한 뒤 회항해 해당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공항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여객기 꼬리 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승무원들이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승객들을 대피시켰지만, 기체 꼬리 부분에 탑승했던 이들 중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사망자 중 최소 두 명은 어린이라고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밝혔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승무원 5명을 포함해 78명이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37명이 생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6~9명이 입원 중으로 3명 가량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황 상태에서 일부 승객이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짐을 찾으려 통로를 막은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일부 현지 언론은 전했다. 조사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타스 통신에 사망자들 대부분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유독 가스에 질식되거나 불에 타 숨졌다고 말했다.

여객기는 낙뢰를 맞고 회항 중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생존한 사고기 기장 데니스 예브도키모프는 당국 조사에서 “이륙 후 번개를 맞아 지상 관제소와 교신이 단절됐고, 수동 조종 시스템으로 넘어갔다”며 “이후 교신이 일부 재개되면서 관제소의 유도를 받아 착륙했고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여객기가 이륙 후 20여분 동안 비행하다 연료가 많이 남은 상태에서 비상착륙했다”면서 “기체가 세 차례 활주로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연료가 발화하면서 항공기 뒷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타스통신에 “사고의 주된 원인은 기체에 떨어진 번개이고 이후 전자장치가 고장났다”고 말했다.

여객기 255대를 운항 중인 아에로플로트는 이번에 사고가 난 기종인 수호이 수퍼젯을 50대 보유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추가로 수호이로부터 슈퍼젯 100대를 주문했으며, 2026년까지 인도받기로 돼 있다. 이번 사고 이전에 해당 항공기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2012년 수호이 수퍼젯 100 여객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상공에서 시험비행 중 실종됐다. 이후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지역의 산악지대에서 항공기 잔해가 발견됐다. 이 사고로 45명이 숨졌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황수연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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