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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절벽 직격탄…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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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7일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과는 30세 이상 성인, 직장인이 입학하는 4년제 정규과정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과는 30세 이상 성인, 직장인이 입학하는 4년제 정규과정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기념관. 20~50대 남녀가 어울려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질문도 하고. 여느 견학 인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다양한 연령대가 이채로웠다.

지방이 무너진다 ⑦ 위기의 지방대 #고교 졸업자 급감 … 2021년 46만 #대입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져 #성인·유학생 유치, 구조조정 사활 #대학 문 닫으면 지역 경제도 타격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학생들이었다. 이 학과는 30세 이상 성인이나 특성화고 졸업 3년 이상의 직장인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 친화형’ 4년제 정규과정이다. 올해 처음 개설돼 25명의 신입생이 평생교육사나 사회복지사 등을 꿈꾸고 있다.

직장인 학과 신설은 대구한의대뿐만 아니다. 대구대는 성인 대상 단과대학인 미래융합대학을 2017년 개설했다. 대구 경일대는 성인 대상 융합산업기술학부를 단과대학으로 확대 개편했다.

성인 정규과정은 지금 전국 지방대의 트렌드다. 정부의 적극적 평생교육 지원도 있지만, 대학이 학령인구 급감의 공백을 성인들로 메우기 시작하면서다. 김문섭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융합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생이 갈수록 급격하게 줄어 각 대학에 활로 모색의 숙제가 주어진 상황”이라며 “평생교육이 대안의 하나”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호남대는 2017학년도에 법학과·일본어과를 폐지하고 미래자동차공학부를 신설했다. 경찰학과·경영학과 정원은 대폭 줄이고 전기공학과를 증원했다.

나주 동신대도 당시 145명의 인문계 정원을 에너지 신산업과 전기차 쪽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미래 유망산업 분야 특화를 통해 신입생 충원을 견인하고 교육부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려는 몸부림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호남대는 중국 특화대학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중국 유학생이 졸업했다. 유학생은 국내 대학에 산소호흡기다. 대학이 유치에 발 벗고 나서면서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14만2205명으로 2010년보다 69.6%(5만8363명) 늘어났다. 국적은 중국(48.1%)·베트남(19%) 순이다.

성인과 해외 유학생 유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학사 구조조정…. 지방대의 생존 전략이 끝이 없다. 사방팔방에서 조여오는 구조적 위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절벽은 지방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통계서비스 분석 결과(2018년 기준), 전체 대입 학령인구는 급감 추세다. 2019학년도 56만6545명에서 2020학년도 51만241명으로 줄고, 2021학년(45만7674명) 이후론 45만명 내외로 고착화한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은 5만8918명→5만2069명→4만5831명으로, 광주·전남은 4만1789명→3만7277명→3만3004명으로 감소한다. 2년 새 학령인구 감소 폭은 나라 전체와 두 지역 모두 약 20%다.

위기는 2021학년도부터 본격화한다. 2018학년도 대학 정원(48만7272명·일반대+교육대+산업대+전문대)을 기준으로 하면 2021학년도엔 정원이 학령인구를 3만명가량 웃돈다. 대구·경북(정원 5만9434명), 광주·전남(3만6327명)도 정원 초과다. 경북은 두드러진다. 대학 정원(3만6518명)이 학령인구(2만3148명)의 1.57배에 이른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전국 대학의 36%인 116곳(4년제 67, 전문대 49)에 7~35%의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3년간 감축 목표는 1만 명이다. 그래도 지방대의 정원 미달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다.

지방 학령인구 감소가 현저한 데다 지역 수험생의 수도권 유출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 대학부터 도산한다)”이라는 지방대의 자조는 우연이 아니다.

지방대의 생존 문제는 지역 경제와 직결된다. 대학생 1명당 월 100만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대학생이 1만 명 줄면 지역 경제가 월 100억원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체제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 대구·경북 지역 대학에 개설된 ‘대구·경북 지역학’ 과목은 그런 사례의 하나다.

대학 진학률 하향세 … 지방대생 ‘엑소더스’ 현상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학 진학률도 하향 추세다. 2008년 83.8%에서 10년 사이 68.9%로 떨어졌다. 고도성장과 가방끈 신화가 빚은 대학 버블의 붕괴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대학의 ‘2021학년 문제’는 지방대에 직격탄이다.

지방대생의 엑소더스도 만만찮다. 4년제 대학(일반대+교육대+산업대) 재학생의 자퇴·미등록·미복학 등 중도 탈락 비율은 지방 소재 대학이 훨씬 높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 결과, 2018학년도 중도 탈락률은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대가 3.4%인 데 비해 지방대는 5.2%였다. 시도별로는 전남 소재 대학이 6.4%로 가장 높았다. 이 학원 오종운 평가이사는 “지방 거점 국립대 및 주요 사립대의 중도 탈락 학생 상당수는 (수도권 등의) 더 좋은 대학이나 학과를 가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지방 기피에 이은 2차 수도권 유출이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혁신본부장(교육학)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나 경쟁력 있는 대학을 뺀 지방대는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방대 위기는 지방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대구·광주=김정석·최경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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