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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피부 연약한 어린이, 특별한 날에만 화장해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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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신윤애 기자

신윤애 기자

 “선 쿠션을 얼굴과 목에 발라줍니다. 그다음 블러셔로 볼터치를 할 건데요. 이제품은 색이 진한 편이어서브러시로 한 번만 톡 쳐서 사용합니다.”

신윤애 기자의 뷰티플루언서

요즘 유튜브에서 어린이 화장법이 유행이라길래 ‘초등학생 메이크업’을 검색해 봤다. ‘08년생 메이크업’ ‘학교 가기 전5분 메이크업’ 등의 제목이 달린 영상물들이 눈에 띈다. 얼굴과 목소리만 앳될뿐 성인 대상 메이크업 안내 영상과 다를바 없다. 심지어 제품도 성인용이다.

버스에서, 길거리에서 풀 메이크업을한 중·고교생을 보는 게 아직도 낯선데,이젠 초등학생 심지어 미취학 아동까지뛰어들고 있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56만명을 거느린 만 4세 꼬마들이 운영하는채널에선 ‘어린이집 인싸 되는 화장법이에요’라는 게시물이 인기다.

이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7세딸을 둔 40대 엄마는 “이성 친구가 빨리생길까 걱정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반면 4세 딸을 가진 30대 아빠는 “자신의개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니 막기보다안전한 제품을 사다 줄 것 같다”며 찬성한다. 이외에도 ‘화장을 못하게 하면 친구들에게 소외당하진 않을까’ ‘부모 모르게도 할 수 있는데… 올바른 방법을 가르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내비쳤다.

어린이용 화장품의 인기가 고공행진중이다.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11번가에선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338% 증가했다. 이 밖에도 4~5세 아동에게 화장법을 가르쳐주는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어린이용 화장품 매대, 네일아트·화장 등 뷰티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용 스파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아이가 화장하는 걸 선뜻 허락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문제때문이다.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 문제에어린이는 더욱 취약할 테니 말이다. 김홍석 와인피부과 원장은 “색조 화장품은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을 일으키기 쉽다”며“어릴 때 이런 위험에 자주 노출되면 성인때 피부가 예민해져 화장을 전혀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막기도 난감하다. 마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쥐어줄지고민하는 것과 같다. 해결 방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처럼 화장도 범위를 제한(제품군 혹은 부위)하고 특별한 날엔 마음껏 화장하게 허락해 주는 이벤트 데이를 만들어 보자. 중학교 3학년이 되면 허락해 주겠다는 식으로 정해도 좋겠다. 그럼 아이도 부모를 믿고 기다려주지 않을까

신윤애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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