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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대신 긴급회의…‘도발’ 뺀 청와대 브리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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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의용, 정경두, 서훈(왼쪽부터).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정의용, 정경두, 서훈(왼쪽부터).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청와대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5일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어린이날 청와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한국, 북 도발에 로키 대응 #북한 협상 국면 이탈 가능성 우려 #“성능·재질 등 파악 시간 걸려” 신중 #한·미 정상 통화 묻자 “급하지 않다”

일각에선 북한이 4일 발사한 발사체에 탄도미사일이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종 판단은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사체 발사 각도와 비행 거리, 성능, 재질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며 “파악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사일인지 판단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청와대 입장으로 대신한 것이다.

전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소식이 전해진 직후만 해도 청와대는 “확인 중에 있다”거나 “입장을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며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청와대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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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이와 함께 “비핵화 관련 대화가 소강국면인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하면서,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브리핑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우려한다’거나 ‘촉구한다’는 등의 표현은 과거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내놨던 ‘규탄한다’보다는 강도가 약한 발언이다. ‘도발’이란 표현은 아예 빠졌다. 또한 대책회의도 외교안보 라인이 총집결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아니라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대응 수위를 낮췄다.

청와대가 이처럼 로키(low-key) 대응에 나선 것은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이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개 제안한 상황이니만큼 자칫 강경 대응에 나섰다가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행위는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 9·19 군사합의에 위배된다”면서도 “역으로 보면 대화가 임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 것도 청와대 대응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약 13시간 만인 4일 오전(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언급하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최종 판명된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어서 청와대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6일 공식 일정이 없는 문 대통령은 NSC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 여부에 대해 “한·미 간 여러 채널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 간 통화가 필요할 정도라고 아직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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