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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5G·수소연료로 더 높이 더 멀리 난다

중앙일보

입력

통신망으로 미국에서도 한국의 드론 조종 가능... 수소연료전지 활용해 12시간 연속 비행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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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텔이 준비한 1200여 대의 드론을 이용한 공연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드론이 장관을 연출해서가 아니다. 드론이 만들어 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선 기술 집약체 드론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론은 ‘무선 기술’의 집약체다. 군수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앞으로 민간 분야에서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드론은 무선 통신을 통해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곳을 누비며 이동성의 무한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동체의 비행거리와 시간을 늘리기 위해 배터리 분야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이동성 확대 위해 무선 전파기술 총집결

드론이 무선 기술의 총체로 여겨지는 것은 이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전파 통신기술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을 원격 조종하려면 조종장치로부터 보낸 신호를 드론으로 보내줄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다. 제어데이터를 수신하는 기술은 RC(Radio Control)카와 RC헬리콥터 등에서 사용하던 RF(Radio Frequency) 신호체계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드론이 촬영한 사진 등 수취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려면 블루투스(Bluetooth)나 와이파이(Wi-fi) 등의 통신방식을 쓰고 있다. 특히 사람의 가시거리를 벗어난 상황에서 일인칭시점(FPV)으로 드론을 제어하기 위해선 이 같은 통신방식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저전력’ 특성을 지닌 블루투스의 경우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드론에 적용되는 통신방식이다. 간섭현상이 낮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전송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사진이나 동영상 등 고용량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와이파이의 경우 고속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고 PC 혹은 스마트폰과 드론을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통신거리의 한계가 존재하며 기기들과 간섭문제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LTE 통신망은 드론의 활용도를 급격히 넓혔다. 기기와 조작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벗어나 통신사의 LTE 통신망에 연결,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비가시거리의 드론까지 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부산에서 열린 드론 쇼 코리아에서는 SK텔레콤이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부산에서 경기도 이천에 있는 드론을 연결해 드론을 비행시키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론적으론 미국에서도 한국에 있는 드론을 제어할 수 있다. 사실상 거리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다.

드론 업계에서는 5G 통신망을 이용하게 되면 드론 기술에도 급격한 진보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험 단계에 그치는 드론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는 것이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현재의 LTE 통신망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드론을 조작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고속데이터 연결과 초저지연이 보장되는 5G 환경에서 우리가 상상하던 드론의 모습이 본격 상용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TE 통신망에서는 실제 촬영 시점에서 송신기에 화면이 전송되기까지 약간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차이는 드론 운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초저지연의 특성을 가진 5G 통신망을 사용한다면 이런 지연을 0.001초 이내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믿고 사용할 수 있다. 박 회장은 “5G 통신망을 이용한다면 거리의 제약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론을 활용해 촬영한 고화질 콘텐트의 활용도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드론이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향상되기 때문에 인명구조·군사·산업까지 사회 전 부문에서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드론 무선충전 연구도 활발

드론에 필요한 다른 중요한 기술은 ‘전력 공급’이다. 드론에서 배터리는 딜레마다. 하늘을 오래 날기 위해서는 큰 배터리가 필요한데, 배터리를 키우면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의 비행시간은 보통 10~30분에 그쳤다.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 최적화된 제품도 1시간을 넘기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는 드론을 정찰 등의 업무에 실효성 있게 활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정찰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엘리스트에어(Elistair)의 ‘오리온’은 드론에 선을 달아 배터리 딜레마를 해결한 제품이다. 이 드론이 활용도가 높았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유선 연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케이블을 지상과 연결해 전력을 공급받아 1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게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력공급을 위해 드론의 핵심인 ‘무선’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무선 시대가 다가오며 드론은 전력공급의 딜레마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이 드론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수소연료’다. 두산그룹이 2016년 설립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출시·양산한 수소 드론을 지난 1월 공개했다. 몸체에 수소탱크와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이 드론은 2시간을 연속으로 비행할 수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드론에 비해 비행시간이 5배 수준으로 긴 것이다. 탄소섬유로 만든 무게 4㎏ 남짓의 수소탱크와 연료전지를 달아, 비슷한 크기의 기존 드론과 비교해도 특별히 무겁지 않다. 수소탱크의 충전시간은 10분에 불과하고 방전되더라도 수소 카트리지를 즉시 교환해 바로 비행할 수 있다.

수소연료를 사용하면 비행시간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체수소 전문 기업인 메타비스타는 지난 4월 3일 수소연료전지 드론 자체 시연을 통해 12시간7분22초 동안 연속비행에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 무선 드론의 연속비행 중 가장 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메타비스타 관계자는 “기존 배터리 드론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짧은 비행시간을 액체수소로 해결해 장시간 체공을 통해 액체수소 드론이 관공서 및 군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단순히 비행시간뿐 아니라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드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드론의 무선충전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은 스마트폰의 무선충전과 마찬가지로 근거리에서 자기장을 이용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드론 정류장’이나 배송 차량 등에 탑재해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중에 떠 있는 드론에 충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드론에 장착된 레이저 수신부를 실시간으로 조준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2012년에 고정익 드론에 레이저 충전을 활용해 48시간 비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론상 1km에 가까운 거리까지 충전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전송 효율과 날씨에 따른 전력 전달 능력 변화, 이에 따르는 고비용 때문에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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