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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일본선 1만5000원 내면서 법주사 4000원 왜 못 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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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호 05면

[SPECIAL REPORT] 사찰 관람료, 시민단체 vs 조계종 

32년 간 861번 도로 상에서 문화재 관람료에 이어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받아온 천은사 매표소.천은사는 지난 4월 29일부터 입장료를 폐지했다. 사진=환경부

32년 간 861번 도로 상에서 문화재 관람료에 이어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받아온 천은사 매표소.천은사는 지난 4월 29일부터 입장료를 폐지했다. 사진=환경부

“50여년 전 동의 없이 국립공원에 사찰을 편입시킨 것부터가 잘못이다.”

조계종 정책개선소위원장 덕문 스님 #문화재 보존 위해 관람료 받는 것 #국립공원에 사찰 편입한 게 잘못 #정부선 손 놓고 사과 한마디 없어

조계종 공원문화재정책개선소위 위원장이자 화엄사 주지인 덕문(54) 스님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 법치국가답게 합리적 방안을 공식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들과는 각을 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재 관람료 논란이 만성화했다.
“국가에서 1967년에 사찰 측과 아무 협의 없이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새 등산로라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조차 없었다. 기존 사유지에 난 길을 그대로 쓰게 했다. 천은사 도로(지방도 861호)도 사찰의 반대에도 억지로 뚫었다. 정부에서 사과도, 유감 표시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등산객들이 ‘난 산에 가는데 왜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며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관람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세계 어디든 문화재 보존을 위해선 관람료를 받고 있다. 국가에서는 사찰 내 문화재 보존을 위한 지원을 100% 해줄 수 없다. 그래서 1962년 제정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 소유자가 관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훨씬 전부터 관람료를 받아온 것이다. 사실 문화재가 아니라 전통사찰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경관에 대한 관람료라는 표현이 맞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사찰을 비교해보면 국내 절 중 법주사가 4000원을 받고 있는데 중국의 어메이(峨眉)산은 2만7000원, 일본의 호류지(法隆寺)는 1만5000원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아무 말 없이 이 비용을 지출하면서 한국 사찰이 받는 관람료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문제 아닌가.”
국립공원 내 사찰은 사유지라는 홍보를 하고 있는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7%가 사찰 소유다. 정부에서 무조건 ‘국립’이란 표현을 쓰면서 사유지라는 개념을 희석시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유지라고 해서 관람료를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국립공원 입장객의 30% 정도만 관람료를 낸다. 나머지 70% 정도는 자유의사에 따라 등산로를 택한다. 예를 들어, 설악산 오색에서 출발해 신흥사 쪽으로 내려와도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관람료 용처가 불투명하다는데.
"사찰 주지도 선거로 뽑는다. 누가 덜미 잡힐 일을 하겠는가. 화엄사만 해도 관람료가 전체 예산의 25%다. 17%를 종단에 납부해서 목적기금(복지·문화· 교육)에 쓴다. 30%는 문화재 관련 예치금으로, 53%는 문화재를 보존할 인건비·전기료·위생비 등에 쓴다. 최소한 화엄사의 관람료 지출 내역은 종단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
천은사에서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수익을 보전받는다는 주장이 있다.
"대가 때문에 천은사를 개방하는 게 아니다. 당장 재정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국민과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환경개선은 최소한의 명분일 뿐이다.”
관람료 해결책은 뭔가.
"정부가 ‘사찰 측이 어떻게 하겠지’라는 입장에서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문화재 활용이냐 보존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전체 관람료를 무료화하자면 1~2년간 모니터링해서 정책을 입안하면 되는데 정부는 사찰만 쳐다보고 있다.”
덕문 스님

덕문 스님

해외에선 어떻게 - 도심 사찰이 대부분인 일본의 시스템 따라한 한국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립공원 예산을 대폭 깎으면서 입장료는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시설 개선을 앞세워 옐로우스톤, 요세미티, 그랜드캐니언 등 14곳의 입장료를 차 한 대당 25~30달러에서 80달러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당장 반발이 시작됐다. 테레사 피에노 미국 국립공원보존협회장은 “입장료를 올리면 관람객 감소로 이어져 결국 지역경제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무부는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5달러씩 인상한다는 선으로 후퇴했다.

미국은 1872년 세계 최초로 옐로우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1908년 레이니어 산에서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받기 시작했다. 공원 유지비는 이용자가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자연환경 자체를 공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공원 내 문화재가 거의 없다.

일본의 국립공원은 34곳이다. 입장료를 받는 곳과 안 받는 곳이 있다. 사유지가 25%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사찰 소유지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은 거의 없다. 사찰이 대부분 시내에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다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법제를 참고해 자연공원법을 만들었다. 일본은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에는 2000m 이상의 높은 산이 많아 자연환경 그대로 공원을 운영하는 미국 시스템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유럽은 마을·농장 등 사유지도 국립공원에 편입시켰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모습 자체가 문화 경관이라는 시각이다. 주민들은 그대로 생업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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