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사찰 관람료, 시민단체 vs 조계종
“정부에서 사찰에 입장료 징수 근거를 만들어준 것이 되레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정인철 국립공원지키는모임 사무국장 #천은사 입장료 폐지, 이벤트 그쳐 #공원문화유산지구 만든 건 잘못 #사찰 측에선 재산권 행사만 강조 #매표소 산 입구에서 절 입구 옮겨야
정인철(40)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사무국장은 정부가 2011년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신설한 것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사찰 반경 300m 내에 문화재보호시설, 템플스테이 숙소 등 불사에 필요한 각종 시설 신축이 가능해진다. 그는 “관람료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문화재 근처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내라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 천은사 입장료 폐지를 어떻게 보나.
- “갈등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일종의 이벤트일 뿐이다. 우선 방법이 잘못됐다. 돈으로 해결했다.”
-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지 않았나.
- “이번 천은사 입장료 폐지 건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조계종은 정부 부처보다 정권과 딜(deal)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구례·남원 등 지자체와 환경부·문화재청 등이 사찰 측과 협의하면서 여러 가지 안이 나왔다. 케이블카·산악철도 설치안 등도 이 과정에서 거론됐다. 여러가지 천은사 지원 방안이 뒤엉키면서 결국 수십억원의 환경개선 지원으로 합의된 것이다.”
- 관람료 논란은 어디서 비롯됐나.
- “토지 관리의 문제다.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등으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사찰 측에선 재산권 행사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 국립공원 내 땅은 사찰의 재산 아닌가.
- “문화재 관람료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문화재 보존을 한다면 당연히 관람료를 받아 그 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사찰에서 생태계 보존에 기여해 왔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그런데 사찰에서 재산권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에서 해결책으로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제시했다.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았는데 다른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오히려 독이 됐다. 재산권 해결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맞나.
- “단기적으로는 관람료 매표소를 산 입구에서 절 입구로 옮기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국립공원 내 사찰 땅과 일반 사유지를 사들이면 된다. 그게 2조원이다. 또 탐방객들로 하여금 2007년부터 안 내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다시 내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매년 세금으로 300억원 가량을 지원해 주고 있다. 관람료 논란을 점진적으로 해결할 비용을 입장료에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 입장료를 다시 낸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예를 들어 설악산 대청봉까지 갈 사람은 입장료를 더 내고, 매표소 부근인 소공원에만 있을 사람은 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면 된다. 국립공원 이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