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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온! 민나온…"레슨 프로로는 1등 하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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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민나온은 ’우즈의 스윙이 안정돼 좋은 성적이 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민나온은 ’우즈의 스윙이 안정돼 좋은 성적이 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2007년 6월 열린 LPGA 챔피언십 3라운드가 끝나고 단독 선두로 기자회견장에 온 선수는 겁먹은 어린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당시 19세이던 LPGA 투어 신인 민나온(31)이다.

민나온은 조건부 출전권자라 첫 참가 대회가 4월 말 열린 코로나 챔피언십이었는데 5위를 했다. 이를 발판으로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선두에 나선 것이다. 다들 “민나온이 누구냐”고 했다.

민나온은 챔피언조에서 수잔 페테르센과 한 조로 경기했다. 민나온은 한 때 5타 차까지 뒤졌는데, 후반 들어 4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한 타 차로 쫓아갔다. 운명의 17번 홀, 페테르센은 6m 버디 퍼트를 넣었다. 페테르센은 다소 과장된 동작과 표정 등으로 동반자들을 거북하게 하는 선수였다. 그는 커다란 환호로 민나온을 압박했다. 민나온의 4m 버디는 들어가지 않았다.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메이저 우승자가 된 페테르센은 그 해에만 5승을 하면서 스타로 등극했다. 민나온은 조용히 사라졌다.

12년이나 된 일인데도 아직 민나온을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 민나온은 “내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 것 같다. 이름 때문에 별명은 ‘나이스 온’”이라고 말했다.

민나온은 박인비, 신지애 등과 동기인 1988년생이다. 또래 보다 약간 늦은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중학교 1학년 때 남아공으로 유학을 갔다. 운동을 하면 학교에 안가는 시기였다. 그의 아버지 민영환씨는 “공부도 해야 하니 유학을 가라”고 했다.

2년 만에 돌아왔을 때 골프에만 전념한 친구들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신지애, 최나연 등 동기들은 고교시절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그래도 민나온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오래 달리기를 하면 내가 1등이었고, 덩치가 크지 않아도 팔씨름에 져 본 적이 거의 없다. 국가대표 코치 선생님들은 나를 최고 유망주로 꼽았다”고 말했다.

민나온은 열여덟에 미국 진출 모험을 했다. Q스쿨에서 민나온의 가방을 멘 캐디인 데이나 드루는 “조그만 소녀가 오더니 당차게 ‘나는 반드시 합격해야 해요’라고 하더라. 대견했다. 꼭 성공할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민나온은 신인으로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는데 그러자마자 꼬이기 시작했다. 민나온은 캐디 드루를 LPGA 챔피언십 직후 해고했다.

그는 “캐디 아저씨가 술을 좋아해서 아침에 자주 술 냄새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문제도 아닌데 그 때는 왠지 그게 그렇게 싫었다. 작은 오해가 생기자 미련 없이 해고했다. 그런데 이후 그렇게 좋은 캐디를 찾지 못했다. 첫번째 그 아저씨가 제일 좋은 캐디였다"고 말했다. 드루와 함께 한 LPGA 챔피언십 3위가 민나온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어릴 때라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가 잦았다”고 했다. 완벽해지고 싶었다. 공을 찍어 치고 탄도가 낮은 편이었다. 누군가 지나가다 “저렇게 디봇을 많이 내다가는 다칠 텐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런 말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어린 민나온은 귀가 얇았다. 공을 걷어 치려다 꼬이기 시작했다. 용하다는 코치들을 여럿 찾아다녔지만 실타래는 점점 더 엉켰다.

민나온은 지금 레슨프로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동국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서울 반포에 파스텔 골프클럽에서 일한다. 민나온은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우울증 직전이었다. 뭘 열심히 찾으려고 했는데 쓰레기만 나오는 것 같았다. 은퇴하고 대회장 밖으로 나오니 얽혔던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민나온은 “레슨프로로는 1등을 하고 싶다. 나처럼 스윙 때문에 고민 많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어려움을 꽤 잘 안다. 최고 티칭 프로들은 다 남자인데 여자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여러 책을 읽고 세미나도 하고 있다. 스윙 기술이 중요하지만 제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바이블은 하비 패닉의 『리틀 레드 북』이다. 민나온은 “스윙 매커니즘뿐 아니라 골프와 인생의 지혜까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다.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민나온 프로. 김상선 기자

민나온은 현역 선수 중에서 이정은6과 타이거 우즈의 스윙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즈의 지금 스윙은 젊을 때보다 거리는 덜 날지도 모르지만 훨씬 안정됐고 그래서 더 견고하다.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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