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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최고액 75억 주고 미국 명문대 간 학생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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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입시비리 주범 윌리엄 릭 싱어.[연합뉴스]

미국판 입시비리 주범 윌리엄 릭 싱어.[연합뉴스]

미국에서 대학 부정입학에 650만달러(약 75억8000만원)의 고액 뇌물이 오간 사례가 적발됐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초대형 입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중국계 학생이 입시 컨설턴트에게 650만달러를 지불하고 부정 입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학생 유시 차오의 부모는 자녀의 미 명문대 입학을 조건으로 뉴포트비치 소재 입시 컨설턴트인 윌리엄 릭 싱어(58)에게 650만달러를 지불했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차오의 부모는 모건스탠리 자산관리사의 소개로 싱어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싱어는 요트를 해본 경력이 전혀 없는 차오를 경쟁력 있는 요트 선수 출신인 것처럼 꾸몄다. 차오는 2017년 봄 미 서부 스탠퍼드 대학에 요트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한 소식통은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모건스탠리 자산관리사가 자녀를 대학 보낼 걱정에 휩싸여 있는 부모들을 입시 컨설턴트인 싱어에게 소개했다"면서 "건당 수십만 달러씩 지불하지만 100만달러 이상 금액이 오간 건 흔치 않았다"라고 LA타임스에 말했다. 차오 부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30년 가까이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소재 입시 컨설팅업체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를 운영한 싱어는 입시 컨설턴트로 일하며 학생들의 부정입학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싱어가 뇌물을 건넨 대학은 예일, 스탠퍼드, 조지타운, USC, UCLA, 텍사스 등 동서부 명문대를 망라했다. 그는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뒷돈을 대학 운동부 감독들에게 뇌물로 주고 부정시험을 알선하는 등 수법으로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이끌었다.

지난 3월 12일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싱어에게 뒷돈을 주고 자녀를 미 명문대에 입학시킨 학부모는 3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유명 TV 스타 로리 러프린이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시키기 위해 50만달러(약 5억8000만원)를 전달했고, 또 다른 중국계 부모는 딸을 예일대에 보내는 데 120만달러(약 13억9800만원)를 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앞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과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가 지난 3월 중순 입시 비리 사건을 발표할 당시 뇌물 총액 규모가 2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싱어는 누군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도록 도와줬다. 761가족이 옆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편의를 봐줬다"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입시 비리에 연루된 부유층 학부모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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